[공감신문 교양공감] 미국 SF/호러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토대로 제작된 호러영화 ‘그것’이 개봉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광대’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이 영화 때문에 없던 광대공포증(coulrophobia)까지 주목받고 있다니, 무섭긴 엄청 무서운가보다.

와-나 깜짝 놀랐다... [그것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위 언급으로 짐작 가능하시겠지만 쫄보 중에서도 상 쫄보인 기자는 그 영화를 아직 못 봤다. 컴컴한 극장에서 그걸 봤다간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중 가운뎃 것을 실행할지 모르니까… 나중에 TV에서 방영하면 멍뭉이를 끌어안고 봐야겠다. 불도 환하게 켜 놓고.

그런데 사실은 이 영화가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아이들의 모험과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희한하게. 그런 얘기들을 듣고 있자면 극장에 방문해 감히 ‘그것’을 보고 싶어질 때도 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아동 모험영화들을 연상하면서.

아동 영화로 착각했다 우는 애들로 난리 났었다는 바로 그 작품. [판의 미로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생각해보면 그런 영화들도 어느 정도 공포나 고어한 요소들은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뭔가의 시체나 해골은 우습고, 괴물이 입을 벌리고 쫓아오는 장면도 꼭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 ‘그것’도 비슷한 정도의 공포영화가 아닐까?(과연?)

배우 김민정의 귀여웠던 아역시절. [키드 캅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사실 어린이들이 등장해 모험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내용의 영화는 예전부터 너무나 많았다. 국내에서는 ‘키드 캅(1993)’을 꼽을 수 있겠고, ‘ET(1982)’나 ‘나 홀로 집에’ 시리즈도 어린이가 주인공인 모험 영화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 모두가 한때 우리가 어린 시절 스릴을 느꼈던 그 감정을 되살아나게 하진 않는다. 뭐랄까, ‘진짜’ 위험이 느껴질 만큼 긴박하지 않다고 하면 될까? 사실 ET는 엄청난 명작 중 하나지만 작품 속 위기가 그리 크진 않으니까.

추억의 '애들이 줄었어요' 영화. 안 밟혀 죽은 게 다행! [애들이 줄었어요 영화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반대로 주인공이 뭔가 모를 존재에게 쫓기거나 생사의 위험에 처하는 영화를 봤던 어린시절, 내 또래의 주인공이 화면 속에서 뒹굴고, 고생한 끝에 보상을 얻어낼 때는 쾌감까지도 느껴졌다. 뭔가 ‘으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영화를 보고나면 “나도 한 번?”이란 생각도 들었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폐건물의 지하실에도 내려가 봤고, 온갖 위험한 짓도 많이 했었다. 으스스하고 소름끼치는 모험도 친구와 함께라면 스릴 넘치는 놀이처럼 느껴졌다. 철없는 초등학생 때의 일이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는 바로 그런,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기묘한 모험 영화들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오늘 교양공감팀과 여러분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한바탕 모험을 펼치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조심하시길, 우리가 떠날 모험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목숨이 왔다갔다하게 될 수도 있다! 손전등과 비상식량을 챙겨두시라.

 

※ 기자의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한줄 평, 별점이 있다.

※ 다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있다.

-구니스

-쥬만지

-자투라

-해리포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 이 분야의 조상님, 구니스(1985)

어린이들이 떼를 지어 등장하고, 악당들로부터 위험에 처하지만 결국은 승리한다는 식의 줄거리를 흔히 ‘구니스 같은’, ‘구니스 스타일의’ 이야기라고 표현한다. 그런 표현이 사용된단 건 그만큼 구니스가 이런 이야기의 대명사격인 영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 꼬꼬마들이 바로 '구니스' 멤버들이다. [구니스 영화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구니스(Goonies)는 주인공 일행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일종의 ‘팀명’이다. 얼간이, 불량배 등 조금 험악한(?) 속어 ‘Goon’의 복수 형태인데, 우리말로 치자면 ‘악동들’ 쯤 되려나? 어쨌거나 이 구니스 꼬맹이들은 곧 철거되는 동네 걱정에 한숨만 폭-폭 쉬다가 해적의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보물을 찾아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해저 동굴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구니스는 죽지 않아!" [구니스 영화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주역급인 어린이들 하나하나가 개성 있고 매력적이지만,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재밌게 봤다면 반가울 법한 얼굴도 있다. 그 영화에서 귀여운 동양인 소년으로 나왔던 ‘키 호이 콴’이 여기에서도 등장한다. 무려 맥가이버 같은 ‘만능 해결사’ 역할로.

개봉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는 게임으로도 제작된다. 어린 시절 게임팩을 ‘호호’ 불고 꽂아서 게임을 해본 기억이 있다면 아마 기억나실지 모르겠다. 또한 신디 로퍼의 독특한 음색이 특징적인 주제곡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주관적인 한줄 평/별점

★★★★★

“어린이판 인디애나존스, 아동 모험영화의 대명사”

 

■ 속편이 나온다고? 쥬만지 (1995)

구니스보다 약간 뒷 세대라면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자랐을 것이다. 영화 쥬만지는 괴이한 힘을 지닌 보드게임 ‘쥬만지’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악의 근원, 쥬만지 보드게임. [쥬만지 영화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지금 생각해보면 의외로 다소 잔혹한 설정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앨런은 소꿉친구 세라를 불러 쥬만지 게임을 시작했다가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세라는 자신이 본 광경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미친 사람 취급을 한다. 심지어 앨런의 아버지에겐 ‘아들을 토막살인한 뒤 유기했다’는 소문까지 돌게 되고, 그대로 26년이 지난다…

당시에는 엄청 리얼해보였던 CG. [쥬만지 영화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한 남매에 의해 쥬만지 보드는 다시 발견되고, 그렇게 게임은 재개된다. 그 과정에서 정글의 생명체들이 현실 속으로 튀어나오는 등 영향을 미치지만 게임 말을 마지막 칸까지 이동시켜야만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주인공들)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 주사위를 굴리게 된다.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어떤 식으로 언급(혹은 등장)할지 기대가 크다. [쥬만지 영화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여담으로, 배우 잭 블랙 주연의 후속편이 조만간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어떤 이야기가 될 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으나, 원작(전작) 영화에 등장했던 고 로빈 윌리엄스에 대한 추모의 내용도 담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주관적인 한줄 평/별점

★★★

보드게임, 어린이 모험이란 요소에 끌리는 키덜트라면 당신을 위한 영화

 

■ 또 보드게임이야?! 자투라 (2005)

쥬만지 원작 소설의 정식 후속작으로 여겨지는 자투라가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번에도 보드게임에서 온갖 사건이 비롯되는 건 같은데, 그 스케일이 남다르다. 앙숙지간인 두 형제가 겁도 없이 시작한 보드게임은 그들의 집을 통째로 들어 우주에 던져놓는다.

짜투리 아니고 자투라-스페이스 어드벤쳐. [자투라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전작에는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뒀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라는 평가를 얻었다. 월터와 대니 두 형제의 티격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나름대로 쥬만지의 추억을 떠올릴만한 요소들(주사위 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어장관리하는 여인네가 누나로 등장하신다. [자투라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하지만 반대로 형제간의 투닥대는 싸움이 상당히 리얼해 형은 형의 입장에, 동생은 동생의 입장에 몰입하고 ‘깊은 빡침’을 느낀다는 이들도 많았다. 쥬만지의 후속작을 자처하면서도 별다른 연계성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밖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장녀로 등장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주관적인 한줄 평/별점

★★

“큰 기대는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듯 보시길 바란다”

 

■ 10년에 걸친 서사시, 해리포터 시리즈 (2001-2011)

주인공 일행들의 멋지고 예쁜 외모 때문에 간과할 수 있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도 사실은 미성년자(학생)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담이다. 우리가 귀여워했던 그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등 꼬마 마법사들이 작품 진행에 따라 얼마나 정변을 했건, 역변을 했건 간 설정 상 그들은 모두 미성년자다.

크, 저렇게 귀욤귀욤했던 때가 있었는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70년대 중후반-80년대 초반생들에게 구니스, 80년대 중후반-90년대 초반생들에게 쥬만지가 있었다면 90년대 중반 또는 그 이후 세대들의 유년기에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구니스나 쥬만지 모두 상당한 히트작임에도 불구하고 단편만이 성공을 거두고 추억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해리포터 시리즈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8편(소설은 7편)동안 메가 히트를 거두며 흥행했고, 10년 동안 동세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치는 수준도 점점 올라간다. 오구오구… 아팠겠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영화 장면 / 네이버 영화]

한편, 주인공 일행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가면서 시리즈가 진행된다는 점 때문인지 그들의 모험담도 갈수록 강도를 높여간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 나오기도 하고, 부상의 정도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뿐만 아니라 ‘마법사 세계’라는 세계관 덕인지 기묘하고 으스스한 각종 괴물들도 등장하니,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감상하시길 추천한다.

 

주관적인 한줄 평/별점

★★★★★

“이미 원작 소설도, 영화도 글로벌 히트인데 말이 필요한가?”

 

■ 번외 - 이 분야의 슈퍼루키, 기묘한 이야기 (미드)

어린이들의 모험담을 그려낸 ‘영화’는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한 영화들과 한데 올려놓을 만 하다. 그만큼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몰입감을 지녔기 때문이다. 흥행에도 상당히 성공적인 터라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다소 덕후스런 취미를 가진 꼬마들과 초능력 소녀 엘리의 모험담. [기묘한 이야기 드라마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미국에서는 7-80년대 미스테리 SF 열풍의 정서를 잘 담아냈다며 호평받고 있다. 말하자면 미국판 ‘응답하라’ 시리즈에 해당한달까?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호러/SF 소설과 그것에서 영감 받은 수많은 작품들 등 당시에 유행했던 많은 요소들을 담아냈다.

초능력을 쓰면 코피를 흘린다는 흔한 설정… [기묘한 이야기 드라마 장면 / 온라인 커뮤니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 하게 되는 순간들이 더러 있을 텐데, 상기한 요소들에서 드러나는 각종 클리셰들을 상당히 잘 버무려냈기 때문에 그리 ‘중복’스럽지도, 뻔해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도리어 반갑다고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총 8편으로 시즌1이 마무리됐는데 오는 10월 말 시즌2가 시작된다. 귀여운 세 명의 덕후들과 엘리(일레븐)도 돌아온다고 하니 함께 기다려보자.

 

주관적인 한줄 평/별점

★★★★

“넷플릭스 이용자라면 반드시, 아니라면 취향에 따라 추천”

 

■ 영화를 타고 추억 속으로 떠나보자

여러분은 기억하시는지?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보면 우린 꼭 영화 속 장면들을 따라했었다. 배낭에 온갖 물건들을 집어넣고, 친구들과 함께 금지된 곳을 향하는 스릴을 느끼곤 했었다. 그래봤지 학교 뒤 야산이나, 빈 건물 정도였겠지만.

배낭에 이것저것 쑤셔놓고 보물을 찾으러 떠나겠다고 그랬더랬었지. [pxhere 이미지]

그런 과정에서 어른들에게 붙잡혀 혼쭐나본 적도 있었고, 대차게 넘어져 어딘가가 찢어져본 적도, 길을 잃고 엉엉 울어본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경험들이 당시에는 가슴 철렁했을 순 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푹푹 웃음이 나는 것도 사실일터다.

이제는 우리도 다 컸다. 남들이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하는 곳을 갈 만큼 어리숙하지도 않다. 사실 예나 제나 세상은 흉흉하고 험악한 일들도 많은데, 유년 시절 그런 추억을 가지고 지금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해진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겁대가리'를 상실했던 유년시절이 있었다면 이 영화들을 추천한다. [Flickr 이미지]

우리는 더 이상 모험을 떠나지 않는다.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겁도 없이 ‘진입금지’ 팻말을 들추고 기어이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는다. 물론 애초에 그러면 안됐던 거긴 하다…(철컹 철컹)

하지만 문득 그 때의 스릴,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위험한 짓 하지 마시고 이 영화들을 보며 대리체험을 겪어보시길 바란다. 분명 그걸로도 충분하리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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