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분석기보다 1만배 정밀해, 학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 미칠 듯

[공감신문] 국내 연구진이 기존 분석기보다 1만배 정밀한 고감도 휴대용 마약 검출 센서를 개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마약 검출 센서(왼쪽)와 스마트밴드 타입으로 제작된 센서(오른쪽) [IBS 제공이미지]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단장 김기문)과 포스텍 오준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극미량의 샘플로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을 검출할 수 있는 휴대용 마약 검출센서(이하 마약센서)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가로 1.5cm, 세로 3.5cm 크기의 이 마약센서를 이용하면 소변, 땀, 침 한 방울로 초미량의 마약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은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로 합성이 쉽고 비교적 저렴하다. 

암페타민은 집중력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장애나 우울증, 비만 치료제 등으로 사용된다. 국내사용이 금지돼 있긴 하지만 최근 ‘공부 잘하게 하는 약’ 또는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져 불법 유통되고 있다. 

연구팀은 유기반도체(탄소 기반 화합물로 이루어진 반도체) 소자에 ‘분자인지’(분자들이 서로 짝을 알아보고 합쳐지는 것)를 적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유기반도체 소자 표면에 암페타민 계열 마약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쿠커비투릴 분자층을 3~4겹 코팅하는 방식이다. 

암페타민 분자가 쿠커비투릴과 결합하면 쿠커비투릴의 전하 배치가 바뀌게 되는데, 이때 반도체 소자가 반응하면서 전기 신호를 보내게 된다. 

마약 센서의 작동 원리 [IBS 제공이미지]

이번에 개발된 센서의 민감도는 기존 휴대용 분석기가 소변에 반응하는 것보다 1만배 이상 높다. 물의 경우 0.1ppt(1조분의 1분자 단위), 소변은 0.1ppb(10억분의 1분자 단위)의 농도까지 반응한다. 

필로폰이나 엑스터시와 같은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은 모두 검출할 수 있으며 화학구조를 일부 변형시킨 변종마약에도 빠르게 대응해 맞춤형 센서를 제작하기 쉽다. 또, 스마트폰과 연동해 검출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기술로 환경호르몬이나 독성·위험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기문 IBS 연구단장은 “마약 검출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꿀 연구결과로 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S가 개발한 휴대용 마약센서는 암페타민 소변, 땀, 침 한 방울로 극미량의 마약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 [Pixabay 이미지]

현재 마약 검출은 면역분석기나 질량분석기 등의 값비싼 대형 장비가 동원된다. 정확도는 높지만 전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결과를 얻는 데 수 시간에서 하루 이상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세학술지 ‘켐’(Chem) 이날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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