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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추석연휴, 우리를 ‘빡’치게 하는 '예의없는 것들'

[공감신문 교양공감] 기나긴 추석연휴가 끝물을 향해 가고 있다. 아직 며칠쯤 남았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 당일이 지나고 난 이때엔 ‘곧 끝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여러분들의 지난 추석은 어떠셨는지?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반가운 얼굴들과 원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는지? 아니면 다른 계획으로 조금 특별한 연휴를 보내셨는지?

평상시와 같이, 추석이라고 해도 '예의없는 것들'의 열일은 계속된다! [Wikimedia 웹사이트]

황금 같은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이때에, 아직까지 분노를 참을 수 없어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걸로 안다. 무슨 얘기냐고? 아무리 즐거운 추석 연휴 때라도 우리를 ‘빡’치게 하는, 더 없이 무례한 ‘것’들은 있기 마련이거든. 그런 것들은 아무리 오랜만에 봐도 우리 성질을 돋우기만 할 뿐,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빡치다’라는 말이 그리 올바른 표현이 아니란 건 잘 알겠다. 일단 교양공감 포스트는 ‘기사’의 형식이 아니긴 하지만, 명색이 기자란 녀석이 그런 표현을 쓰기엔 조금 께름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이 분노를 표현하기엔 어감으로나 뭘로나 ‘빡친다’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번 추석 연휴, 기자를, 당신을, 여러분들을 빡치게 만들었던, 예의 없는 것들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혈압 주의들 하시길.

 

■ 우와! 형아! 이거 나 줄거지? 그치?

‘조카몬’이란 말이 있다. 명절 시즌만 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카들이 집으로 쳐들어와서 피규어 등 수집품을 박살낸다던지, 강탈해간다는 글이 올라오는데, 그 피해자들이 조카를 ‘몬스터’라 부르는 말이다. 아끼는 물건을 어이없게 빼앗겨본 경험이 있다면 그들의 과격한 표현도 이해는 갈 것이다.

귀여워 보이는 외모에 속지 말자, 저들은 빌런이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조카몬들 중 일부 당당하거나 뻔뻔한 녀석들은 “이거 나 주면 안 돼?”라고 피해자에게 직접 묻는다. 당연히 피해자는 아끼는 물건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할 것이다. 거기서 끝나면 참 좋을텐데, 그들이 ‘조카몬’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쯤에서 포기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조카몬이 포기 않고 여러분의 수집품을 노리는 방법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먼저 ‘땡깡’형이다. 별건 없다. 그저 달라고 우악스럽게 땡깡을 피우는 거다. 이건 상당히 초보적인 유형이다.

꼬마: "간절하게 바라면 온 친척이 도와줍디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다음으로는 ‘동정심 유발자’형이 있다. “우와, 재밌겠다”, “우와! 나도 갖고싶다!” 등등의 말을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동정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거기에 한숨까지 곁들이면 집에 있던 어른들은 대체로 “애 줘라”라는 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아니 대관절, 갖고 싶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면 직접 사주시지, 왜 내 걸 내달라고 하는 거지?!

‘파괴자형’은 정말 악질이다. 그들의 프로세스는 단순하면서도 잔인하다. ‘갖고 싶다’→‘형이(언니가) 안 준다’→‘부순다!’. 이런 젠장! 걔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냐! “널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 뭐 그런 건가?

장난감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수집품이고, 소중한 물건들이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온갖 유형 중에서도 가장 우리 내면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설계자들’이다. 그들은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을 끝내주게 잘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위계질서, 분위기, 관계 등을 파악하고 최적의 루트로, 혹은 피해자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루트로 수집품을 얻어내니까.

일단 설계자들은, 결코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수집품을 갖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이 집안이 누구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는가를 파악한다. 또는, 어떻게 해야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고, 그 수치심을 못 이겨 수집품을 내 주게 되는지까지 파악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피해자의 ‘장난감’류 수집품을 어른들 앞에 꺼내놓는다거나. 정말 숭악한 놈들이다.

승리의 미소 짓지 마라, 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끝으로, 답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유형이 있다. ‘소환사’ 유형이다. 그들은 자신의 입지가 미약함을 알고, 자신의 부모, 나아가 피해자의 부모에게 매달린다. 그러면서 끝끝내 우리가 패배하고 나면 그들 뒤에 숨은 채로 ‘씨익’하고 웃는다. 이 비겁한 놈들아!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승부를 겨루자!

 

■ 어디에도 있는 무례한 오지라퍼들

도대체가 말이다, 남이 남자/여자친구가 있건, 직장 연봉이 얼마건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소개팅 시켜줄 건가? 돈 좀 쥐어주실 건가? 속사정 뻔히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건가? 곤란한 처지에 대해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들리게 질문하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듣는 사람 짜증나게 할 소리는 그냥 생각만 하세요. [Wikimedia 웹사이트 캡쳐]

우리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안쓰러워하는 마음에 그런 걸 묻는다는 건 뭐, 일단 그렇게 알고는 있겠다. 다만, 상대방 기분이나 입장도 생각해 보시라.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얘기, 말하기 껄끄러운 주제를 대놓고 물어보신다고 해서 우리가 “아, 저 친척분이 나를 매우매우 아끼시는구나!”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절대로.

‘특 A등급’으로 무례한 오지라퍼들에게는 똑같이 되갚아 줄 필요도 없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길. 어차피 그들은 꼬투릴 잡고 싶은 거지, 여러분에게 조언을 해줄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들 기준에 미달되는 게 우리 자존감을 갉아먹을 때도 있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취직 안 하냐고? 눈이 너무 높아서 직장을 못 구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 눈 낮추고 타협해서 취직하면 그 다음에는 무슨 말로 우리 속을 긁으시려고? 월급이 쥐꼬리라고? 눈 낮추래매?!

결혼 안 하냐고? 누구 한 번 소개시켜준 적이라도 있으신지? “착하고 멀끔하다”던 아랫집 총각? 나이만 얼추 비슷하면 맺어지던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우리가 서로의 마음에 들어야 만나는 거 아니겠나. 그대들의 눈에 맘에 드는 사람도 우리 눈에는 영 차지 않을 가능성도 있단 걸 알고는 계신지?

우와... 진심인가... 입 좀 그만 여시죠.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가끔은 마치 인생 설계사라도 된 듯 자기 기준에 우리의 삶을 맞추려는 사람들도 있다. 별로 그렇게까지 가까운 친척도 아닌데, 우리 삶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결정에 그들의 잣대를 들이민다. “그런 직장은 돈 못 번다”거나, “여자애(여자친구)가 인상이 ‘쎄’니까 헤어지라”거나. 아니면 “애는 빨리 낳아야 한다”는 등 잔소리를 넘어서 한바탕 주장을 펼친다.

쫌. 우리 인생이다. 적당한 조언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대들이 그려놓은 그림대로 살길 원하진 마시라. 대신 살아주려고?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어휴, 배 나온 거 봐”라고 말하는 사람들 봐라. 죽는다. 진짜.

 

■ 너만 일해라, 난 좀 쉬어야겠어

추석연휴 오랜만에 한 집에 가족들이 모이면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먼저, 오랜만에 방문한 그들이 편안하게 쉬기 위해선 평소보다 신경 써서 청소해야하는 사람이 있다. 또, 그들이 다 같이 사이좋게 모여 밥을 먹기 위해서는, 그 밥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식사가 마무리 되고나면 그걸 치우는 사람이 있다. 또한 후식으로 차나 다과를 준비하고 내와야 하는 사람도 있다.

니들 쉬는 동안 대신 일해주러 가는 거 아닙니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헌데, 요즘이야 좀 덜하다지만 그 모든 일을 해야 할 사람이 정해져있을 때가 있다. 이른바 ‘일하는 사람 따로’인 거다.

왜? 왜일까? 누군 좀 더 귀하고 누군 덜 귀한 존재라서? 얘는 할 줄 모르는데 쟤는 잘 하니까? 제발 그러지좀 말자. 일 하는 사람 따로 있는 세상 아니다. 다 같이 손 맞잡고 거들면 더 빠르고, 더 쉽다. 다들 알지 않나?

[SBS 자기야-백년손님 방송 장면]

그리고 처가에서, 시가(시댁)에서 제 자식만 중요한 줄 아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자. 우리 집 귀한 아들이 있으면, 남의 집에는 귀한 딸이 있다. 부모님들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앉아있을 새도 없이 부리는 거, 그게 시댁 위신 세우는 일 절대 아니다. 욕먹이는 짓이다.

처가도 마찬가지. 요새는 시월드 뿐 아니라 처월드도 문제라고 하는데, 비교 좀 하지 말자. 남의 집 서방이 뭘 어쩌고 어쨌다고? 귀한 우리 딸네 부부가 맞벌이하는 게 돈 못 버는 서방 탓이라고? 아, 진짜,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생각나더라도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자.

시월드, 처월드 문제는 두 부부의 역할만 중요한 게 아니다. 부모세대도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결혼은 가족 간의 결합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시댁과 처가의 지나친 간섭이 또 다른 부부갈등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귀중한 내 딸, 내 아들이 결국 우리의 간섭 때문에 싸움을 벌인다는 거다.

 

■ 누구를 위한 명절인가

갈수록 명절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은 이제, 가족 구성원들의 일부 몇 사람만 즐겁고 나머지에겐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혼추’를 택하고, 명절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거다.

요즘은 명절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명절 연휴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혀를 쯧쯧 차는 분도 계실 거다. 분명히. 늘 남 탓만 하지 마시고, 왜 그들이 어느 해부터 나타나지 않게 된 건지를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그래도, 앞서도 말했지만 연휴도 다 끝나간다. 스트레스 받을 시간도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혹은, 벌써 받을 스트레스 다 받고 집에서 푹 쉬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다. 부럽다. 축하한다. 올해 명절, 짜증유발자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만약 여러분이 위에 언급된 짜증 유발자라면, 정말 진지하게, 진심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진짜 그러지 마라. 사람이 짜증이 쌓이면 뭔 짓을 할지 모른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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