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여러분의 첫사랑은 누구인가? 초등학생 때의 짝꿍? 중학생 때의 반 친구? 고등학생 때의 독서실 오빠? 아니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첫’ 사랑 말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자, 잠시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보자.

멋지게 폼 잡고 BB탄 총을 쏘며 놀다 집에 돌아와 TV 만화를 보는 게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우리가 지금보다 몸집이 훨씬 더 작았던 시절, 어린 시절엔 저녁을 먹을 즈음 TV에서 해주는 만화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남자들이라면 변신로봇이나 정의의 용사가 나오는 만화를, 여자들이라면 요술소녀나 꼬마 마법사가 나오는 만화를 즐겨 봤겠다. 뭐, 세일러 문을 즐겨본 남자들도 있을 테지만 예외로 치자.

그 때 그 시간은 고스란히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부모님은 아직 한창 집으로 돌아오고 계시거나 우리를 위해 맛있는 저녁밥을 지어주고 계셨으니, TV 앞은 온전히 우리가 독차지할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를 아예 안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아무때나 볼 수 있을 듯.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그 때 TV 만화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위기에 처한 주인공 일행을 구해주는 멋진 남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니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들을 용서치 않는 여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크~ 가슴이 설레어왔던 기억, 새록새록 되살아나시는지? 부모님 몰래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던 기억, 방울방울 떠오르시는지?

아마 그 때였을 것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뜬 시기가. 우리가 또래의 아이들을 보고 ‘멋지다’, ‘예쁘다’, ‘귀엽다’, ‘섹시하다’ 등의 감정을 느껴봤을 리는 없었겠지만, TV 만화 속 그들은 멋지고, 예뻤다.

TV에서 안 해주는 만화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봤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 영상 캡쳐 / elfo 78]

그땐 ‘최애캐’란 말도 없었지만, 우린 그들을 애정하고 아꼈다.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남모르게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이 그려져 있는 학용품을 모으기도 했고, 장난감을 사본 적도 있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우리가 해본 최초의 ‘덕질’인 셈이다.

이건 바로 그, 우리가 처음으로 빠져든 ‘최애캐’들과 우리가 해본 최초의 ‘덕질’에 대한 얘기다. 어린 시절 만화나 게임 속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좋아해봤다면, 그들을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가슴 뛰어본 적이 있다면 공감하실 수 있을지 모른다.

 

■ 여자들의 추억 속 2D 첫사랑 캐릭터들

샤오랑 (SBS 카드캡터 체리)

샤오랑! 원작 작화가 워낙 예쁜 덕에 꽃미모 뽐냈던 기억이 난다. [Zerochan 웹사이트 캡쳐 / SooL]

주변 여자들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상당히 많은 이들이 한 명의 이름, ‘리 샤오랑’이 자신의 ‘2D 첫사랑’이었노라고 고백한다. 그는 설정 상 초등학교 4학년이다.

리 샤오랑은 주인공 체리(일본명 사쿠라)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오는 홍콩 출신의 도사다. 그는 만화의 핵심 소재 ‘크로우 카드’를 수집하기 위해 주인공 체리와 경쟁한다.

실력이 뛰어난 츤데레의 매력. 많이들 빠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샤오랑은 만화 방영 당시 여자 아이들에게 ‘츤데레 남’의 매력을 톡톡히 알려준 캐릭터로, 주인공 체리를 압도하는 힘으로 크로우 카드들을 얻어나간다. 그의 빼어난 마법 재능에 많은 여아들이 ‘심쿵’했었다 하더라.

특히 샤오랑을 맘에 품어뒀던 소녀들은 무섭고 냉랭한 분위기의 그가 중반부에 체리에게 감정이 싹트고, 이후부터 체리에게만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모습을 귀여워했다고 입을 모은다.

 

셜록스(KBS2 천사소녀 네티)

팬들이 흔히 '안면인식 장애'라 부르는 셜록스. [천사소녀 네티 만화 장면]

최근 온갖 군데에서 ‘남사친’, ‘여사친’ 타령이 들려온다.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그 미묘한 긴장감이 사람들을 ‘떨레고 설리게’ 만드나보다. 그런 관계, 우린 어린 시절 이미 지켜본 적이 있었다. 바로 ‘KBS2 천사소녀 네티(일본명 괴도 세인트 테일)’의 네티/샐리와 셜록스의 관계다.

다소 거만한 면이 있었던 셜록스는 같은 학교의 샐리와 늘상 티격태격 대는 사이로 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쫓는 상대, 네티에게 동경을 품게 되면서 그녀를 알게 모르게 돕는다. 이거 이거, 근무태만 아닙니까?

잡든가, 도와주든가, 둘 중 하나만 해라! [천사소녀 네티 만화 장면]

그는 일종의 사건으로 인해 괴도 네티가 동급생 샐리와 동일인물인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되고, 이후부터 노골적으로 그녀를 쫓는 둥 마는 둥, 아니, 도리어 보호하는 식의 행동을 일삼는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녀가 체포되는 것을 막고, 세상 다정한 남사친이 된다!

학교에서는 마주칠 때마다 투닥거리던 앙숙이 현장에선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를 돕는다니, 엥, 이거 완전 미묘한 남사친, 여사친, 딱 그거 아니냐?! 최종 장면에선 그간 속여서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는 네티를 다정하게 안아준다. 참고로, 현실로 따지면 가면도 안 쓰는데 못 알아본 척 그녀를 지켜줘 왔던 셜록스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단다.

 

현겸이(언플러그드 보이)

슬플 때 힙합을 춘다는 현겸군. [언플러그드 보이 만화책 표지]

나쁜 남자에 끌린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딘가 나사 빠진 것 마냥 착하고 맑은 남자에게 끌린 사람도 있었을 터다. 마치 ‘응팔’ 시리즈의 최택 사범처럼. 그런 인물 중 우리가 좋아했던 2D 캐릭터로는 천계영 만화가의 작품 ‘언플러그드 보이’속 ‘현겸이(강현겸)’가 있다.

당시 국내 순정만화들 대부분은 비슷한 그림체에 비슷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우는 편이었다. 그런 와중에 혜성처럼 등장한 언플러그드 보이는 신선한 그림체와 센스 있는 패션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다.

전설의 명장면. 무려 천계영 작가가 직접 푼 '고화질 짤'이다! [천계영 작가 트위터]

현겸이는 고등학생 나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보통 ‘자퇴생’ 하면 불량학생을 떠올릴 법 하지만 착해도 너무 착하다. 주인공 채지율은 천사처럼 착한 그가 언젠가 정말 천사처럼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물론 마냥 착해빠졌다고 해서 우리가 좋아했던 건 아니다. 깊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했고. 당시 기준으로 현겸이가 소화하는 힙합 패션은 상당히 세련됐었다. 또한 ‘여장을 해도 사람들이 몰라본다’는 에피소드와 천계영 작가의 미려한 그림체가 맞물려 현겸이가 ‘꽃미남’처럼 그려진 것도 인기 몰이에 한몫 했다.

 

세일러 우라누스(KBS 달의 요정 세일러 문)

다소 보이쉬한 취향이 드러나는 평상복 차림의 세일러 우라누스. [Sailor Moon Crystal Wiki 캡쳐]

여자들 마음을 선덕거리게 한 건 2D 남자 캐릭터들뿐이 아니었다. 다소 보이쉬 해 보이는 미모의 숏커트 여전사, 만화 ‘세일러 문’ 속 등장인물 ‘세일러 우라누스’다. 세일러 우라누스는 작품에서도 어느 정도 후반부에서 등장한다.

여성이 여성에게 호감 섞인 감정을 ‘걸 크러쉬’라 부른다던가? 어쩌면 세일러 우라누스는 애초부터 그런 감성을 노리고 만들어진 캐릭터일지 모른다. 짧게 자른 머리에 늘상 남자 같은 정장을 차려입은 그녀는 얼핏 보면 남자로 착각하기 충분해 보인다. 잘생긴 남자, 아니 예쁜 남자로.

여성 취향을 노리고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도리어 단발을 선호하는 남성들에게도 먹혀들어갔다고. [Sailor Moon Wiki 캡쳐]

종종 TV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예쁜 여자 연예인이 남장을 하고 나오는데, 그것이 제법 잘 어울리면 ‘꽃미남’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 옛날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가 그랬다. 세일러 우라누스 역시 그런 톰보이 중 하나였고, 여성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땐 몰랐지만 그녀는 사실 설정 상 동성애자라고 한다. 원작에서는 예쁜 여자만 보면 작업을 거는 바람둥이 캐릭터였지만, 국내 방송 심의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이 모두 삭제되거나 편집됐다고 알려져있다.

 

[번외] 스카(디즈니 라이온 킹)

그땐 어려서 몰라뵀습니다. 매력 터지는 스카. [라이온 킹 영화 장면]

최근의 많은 창작물 속에는 주인공 뿐 아니라 악역에게도 매력포인트가 주어진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로키’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겠다. 로키는 형 ‘토르’에게 지닌 애증, 열등감 등으로 ‘악당이지만 짠내나서 마음 가는’ 캐릭터로 꼽힌다.

헌데 그런 형제간의 미묘한 경쟁심, 열등감 때문에 악역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는 이전에도 있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속의 ‘스카’다.

스카의 의인화 팬아트. 하앜.... 매력 터진다. [Zerochan 웹사이트 캡쳐 / Yesh10x]

스카는 해당 애니메이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라 봐도 무방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못돼 보이면서도 섹시한 몸짓, 목소리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땐 스카가 이렇게 섹시한 캐릭터인지 몰랐다. 그저 못된 놈, 나쁜 사자였을 뿐.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 못되고 나쁜 사자가 왜 그리도 매력적인지. 일종의 재발견인 셈이다.

현재 기준으로 봐도 스카는 퇴폐미가 넘치는 섹시한 악당이다. 흑발에 매서운 눈매, 거기에 눈가에 상처까지 더해진, 나긋나긋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미모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덕에 팬아트, 한 발 더 나가 ‘의인화 팬아트’들도 많이 보인다.

 

■ 남자들의 추억 속 2D 첫사랑 캐릭터들

메텔(MBC 은하철도 999)

저 모자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꼬? [은하철도 999 만화 장면]

“뭐야, 언젯적 걸 가져온거야?!”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MBC 은하철도 999는 국내에서 1981년부터 한 번, 1996년 재방송으로 다시 한 번 방영됐다. 당시 꼬꼬마였던 우리도 어느덧 20대 후반, 30대 쯤 돼 있겠다.

안드로이드(스마트폰 그거 말고, 기계인간)가 되려는 철이(일본명 테츠로)와, 그의 여정에 함께하는 히로인 메텔의 이야기는 사실 어린이들이 보기엔 나름 깊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메텔이 너무 이뻐서 몰려든 인파(뻥). [은하철도 999 만화 장면]

당시 남자아이들은 메텔이 철이를 대하는 다정하고 상냥한 태도에 반했었다. 메텔은 주인공 철이에게 어머니이자 누나와 같은 포지션을 담당했다. 그런가 하면 이따금씩 보호자로써의 역할도 맡으며, 철이가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길을 돕는다. 떠난 개념들이 그렇게 많다는 안드로메다로.

하지만 메텔에 대해 가장 얘깃거리가 많은 부분은 아무래도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다. 서글픈 듯 온화해 보이는 눈빛에 늘씬한 금발 미녀의 모습에 많은 아이들, 그리고 ‘아청법 찬성 측 모 교사’를 잠 못 이루게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땐 몰랐는데, 은근히 노출 장면도 많았단다.

 

춘리(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호쾌한 발길질이 멋진 춘리. [스트리트파이터5 웹사이트 캡쳐]

춘리는 아마 많은 분들이 TV 화면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로 접해보셨을 여성 캐릭터다. 그리고 상당히 장수하고 있는 게, 첫 등장이 ‘스트리트 파이터2(1991)’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리즈 신작에는 꼬박꼬박 나오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춘리는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게임 속 여성 캐릭터 중의 하나다.

남자 아이들이 한창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을 무렵, 오락실이나 ‘386 컴퓨터’ 등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2’를 즐겨볼 수 있었다. 거기에 유일하게 등장했던 여성 격투가가 바로 춘리다. 춘리는 중국풍의 치파오(실제 치파오와는 전혀 다르지만)를 섹시하게 어레인지한 복장을 하고 나왔다.

춘리의 흑역사? 저 땐 허벅지 근육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유튜브 영상 캡쳐 / MAE7]

사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저게 왜 좋지?’ 싶을지 모르겠다. 예쁜지 아닌지 따위는 알아보기도 힘들만큼 투박한 도트 그래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로썬 과감했던 복장, 깨발랄한 승리포즈(펄쩍펄쩍 날뛰며 V자를 그린다)가 귀여웠고, 홍일점이라는 점도 그녀의 인기에 한 몫을 도왔다.

흔히 춘리의 매력 포인트를 ‘튼실한 허벅지’라 꼽는데, 사실 초창기에는 허벅지 굵기가 그리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캐릭터 묘사가 바뀌어가면서 지금은 허리 둘레보다 허벅지 둘레가 더 굵은(!) 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인조인간 18호(드래곤볼 시리즈, 방송사 다수)

작중에서는 미모와 강함을 겸비한 보기 드문 캐릭터, 인조인간 18호. [드래곤볼 만화 장면]

‘드래곤볼 시리즈’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죽했으면 우리가 어렸을 당시 ‘드래곤볼’은 남자 아이라면 반드시 ‘떼야’ 하는 기본기 중 하나에 속했다.

하지만 남자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배틀 만화인지라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뜸했던 것도 사실이다. 초기에는 ‘부르마’가 주인공 ‘손오공’일행과 함께 여행을 다녔지만, 드래곤볼이 모험 만화에서 배틀 만화로 성격을 바꾸면서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 빈도도 차츰 줄어들어갔다.

크리링에게 짜증 한 바가지 쏟아붇고나선 "또 보자"로 정리. 츤데레다! [드래곤볼 만화책 장면 / 나무위키]

그렇게 땀내 나는 남자들의 열혈 액션물로만 진행됐던 드래곤볼에도 여성 격투가가 등장한다. 인조인간 18호(이하 18호)다. 등장 초반부부터 ‘베지터’를 농락한 18호의 위용과 쿨하면서 시크한 태도에 많은 이들이 신선함을 느꼈다. 한동안 여성 캐릭터가 조연에 그쳤던 것에 비해 나름 강력한 모습을 보인 것도 매력 어필을 하기 충분했다.

18호의 최고 명장면은 아마 ‘셀전’이 끝난 뒤일 것이다. 크리링이 한때 적이었던 그녀가 불쌍하다며, 용신(신룡)에게 인조 신체 안에 내장된 폭탄을 제거해달라는 소원을 빌자 그녀가 튀어나와 “그렇다고 날 넘볼 생각 하지마! 폭탄 제거한 것도 안 고마워! 이 문어 대가리야!”라며 흥분한다. 그러다가 우두커니 서서는, “또 보자”고 말한다. 여자 아이들에게 츤데레의 매력을 가르쳐준 게 ‘샤오랑’이었다면, 남자들에게는 아마 18호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 추억 속의 매력쟁이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한 캐릭터들 외에도 우리의 추억 속에는 매력이 줄줄 흘러 넘치는 여러 인물들이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슬램덩크’의 둔감하지만 순진한 히로인 ‘채소연’을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을테고,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세일러 문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턱시도 가면’도 나름 사랑을 받았었다.

턱시도 가면은 세일러 문이 필살기를 쓸 시간을 벌어주는 '타임 셔틀' 아니었을까? [Sailor Moon Wiki 캡쳐]

어디 그 뿐일까? ‘힙합 비둘기’ 데프콘은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히로인 ‘아스카’를 좋아하는 것으로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 있다. 그런가하면 2004년 개봉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한 마성의 매력남 ‘하울’도 ‘2D 첫사랑’이란 키워드에서 빈번하게 언급된다.

한때 만화 속 캐릭터들을 좋아했었던 건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30대의 나이에 “만화 캐릭터에게 사랑에 빠졌어”라 말한다면, “애도 아니고”란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때? 과거에 우린 모두 다 ‘애’였다! 어린 시절 만화나 게임 속에 등장한 인물을 보고 동경했던 경험이 뭐 그리 우습고 유치한 일인가? 유치했던 어린 시절의 일인데.

채소연. 강백호 맘도 몰라주고 답답하게 굴지만 입술 깨무는 게 귀여우니 봐드림. [슬램덩크 만화책 장면 / 나무위키 캡쳐]

이밖에도, 어린 시절 그래봤던 경험이 있다면 모 TV 프로그램에 나와 만화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십덕후(자칭)’ 등을 철 없다고 비웃지만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 한 때, 옛날 언젠가는 그런 ‘덕후’들 못지 않은 덕질을 해봤었으니까.

물론 이런 것들이 예상외로 공감대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을 수도 있다. 90년대 중, 후반에 TV 만화를 즐겨봤던 세대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으니까. 또, “난 2D따윈 관심 없어”라며 독자적인 길을 추구하거나 조금 조숙했던 어린이들은 그리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만화나 게임 속 등장인물들을 좋아해봤던, 그들을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선덕거려 본 적 있는 이들도 분명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가 그들에게 그때의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싶다. 우리가 가장 순수했을 언젠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갈 좋아해본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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