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규의 축제 이야기] 세계인의 놀이터가 된 보령머드축제

 

[공감신문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머드에 풍덩! 축제에 활짝!" “세계인과 함께하는 즐겁고 신나는 머드 체험”

보령머드축제의 슬로건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제, 머드를 이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짧은 축제 기간이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열정으로 가득 찬 머드축제, 어린시절 놀이동산에서 신기한 기구를 타며 놀았듯 머드랑 마음껏 뒹굴어 보자!

“머드에 흠뻑 빠져라! 뒹굴어라! 그리고 즐겨라!”

 

먼저 머드레인터널을 통과한다. 25미터의 터널에서 마치 자동세차장에 들어선 것처럼 머드 비를 맞으며 통과하면 온몸이 머드로 칠해진다. 머드축제장으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다.

본격적인 머드 체험은 머드분수에서 한다. 데모대에게 경찰이 호스로 물을 뿜어대듯이 머드분수가 참가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머드 세례를 퍼붓는다. 순식간에 머드인(人)이 완성된다.

높이 12미터의 머드슈퍼슬라이드로 올라간다. 무섭기는 하지만 44미터 길이의 머드슬라이드를 타는 재미는 짜릿하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슬라이드를 타면서 몸을 휙 뒤집는 연기를 보여주면 관람객들의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로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된다.

조금이라도 더 특이한 묘기를 보여주기 위해 별별 기이한 행동을 한다. 어린시절 미끄럼놀이를 하면서 한 발로 타거나 거꾸로 타기 그리고 뛰어내리면서 타기 등 어른이 보기에도 아찔한 묘기를 하며 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대형 머드슬라이드는 에어바운스로 설치되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다.

가족이나 연인들과 함께 왔으면 머드커플슬라이드로 가면 된다. 2인1조로 슬라이드를 탄다. 신나는 음악은 더욱 더 감정을 흥분시킨다.

어린이들은 머드키즈랜드로 간다. 높이 6미터로 안전한 공간 내에 어린이들만의 신나는 머드 놀이터가 있다. 어른들보다 오히려 어린이들이 더욱 더 창의적이고 즐겁게 논다.

 

심리학 교수들이 유아원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는데 토끼를 그리라고 했더니 한 아이는 토끼 다리를 9개로 그렸다고 한다. 토끼 다리는 4개라고 가르쳐주자 그 아이는 자기는 달리는 토끼를 그렸다고 한다. 미적 체험은 규범이 아니다. 새로운 창조행위다. 어린이들이 노는 놀이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볼 수 있다.

머드 정상을 정복하러 가자. 지름 10미터에 높이 3미터의 언덕을 올라가는 것이다. 근데 이게 쉽지 않다. 서로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상대를 밀어뜨리는데 머드칠로 미끈미끈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전투구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런 놀이가 아닌가? 갯벌의 게처럼, 언덕 위의 고추잠자리처럼, 나무숲의 매미처럼, 아기곰들이 형제들과 장난치듯이 살 수는 없을까? 무한경쟁으로 최종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살아가는 인간을 지혜롭고 슬기로운 인간 -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이제 온몸의 머드는 말라서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대형 머드탕으로 들어간다. 새 머드로 다시 한번 시원하게 전신욕을 한다. 아프리카의 아기코끼리들이 더위를 피해 진흙밭에서 뒹굴듯이 이리저리 뒹군다.

신참이 들어오면 하이에나처럼 여기저기서 여러 인종(人種)들이 다리를 걸거나 허리를 붙잡거나 헤드락을 해서 넘어뜨리며 환영식을 한다. 머드로 온몸이 뒤범벅이 되면 더 이상 피부색깔로는 인종을 구별할 수 없다. 한순간에 백인이든 흑인이든 황인이든 모두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단일종이 된다.

몸만 단일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마찬가지다. 마치 개별주체성들의 자기욕구의 에고이즘이 보편적 정신에 부딪혀 좌절되면서 나와 타자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확인하듯, 결국 보편적 정신을 지향하여 인륜적 세계로 이르는 과정과 같다.

더러운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듯이 흙탕물 같은 머드탕에서 여러 인종이 머드종이라는 단일종이 되는 숭고한 놀이다.

 

머드 닭싸움은 힘만 믿고 장비처럼 돌진하다가는 미끄러져 일합도 겨루기 전에 망신당한다. 그렇다고 여우처럼 이리저리 피하다가는 제풀에 미끄러져 고꾸라질 수도 있으니 용기와 작전을 잘 짜야 한다.

머드 애인 들고 오래 버티기에서는 남녀의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가냘픈 남자를 번쩍 든 건강한 여성에게 더 많은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머드탕에서 진행되는 낯선 사람들과의 일전(一戰)에 머드족의 꿈틀거리는 긴 줄이 재미있다.

축제장 여기저기에 색다른 머드족이 돌아다닌다. 컬러 머드족이다. 황금색과 녹색등 다양한 컬러로 전신을 칠한 머드족인데 컬러머드는 유료다. 그래도 줄은 가장 길게 늘어서 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머드라고 한다. 인체를 오브제로 한 예술작품이다.

머드마을에서 머드를 칠하지 않은 외계인들과 이방인들은 즉시 체포되어 머드교도소에 갇힌다. 감옥에 갇힌 죄수들(?)에게 머드교도관은 세숫대야에 머드액을 가득 담아 사정없이 휙휙 뿌리며 충분히 교화시킨다. 머드 고문을 받으면 온 몸이 따가운데도 희희낙낙하는 것을 보면 머드족들은 마조히스트들임에 틀림없다. 감옥에 갇히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머드마을은 참 특이한 동네다.

바닷가로 가면 곳곳에 머드 셀프마사지장이 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서로의 얼굴과 온몸에 붓으로 머드 칠을 해준다. 얼굴을 칠할 때 찡그리며 눈을 감으면 짓궂은 친구들은 머리칼에도 머드를 칠하며 온몸에 ‘사랑해!’, ‘앞-뒤’, ‘ㅋ ㅋ ㅋ’, ‘똥개’ 등 희한한 낙서를 한다. 등짝에 ‘바보야!’라고 쓰고 다니는 외국인도 볼 수 있다.

 

머드특설무대 옆에선 머드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머드몹씬(mob scene)이 펼쳐진다. 긴 기차 행렬을 지어 빙글빙글 돌며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괴성을 지르면서 신나게 편지어 달린다. 축제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

갑자기 계단 위에서 모래사장에 모인 머드족을 향해 머드물대포를 쏜다. 머드가 폭포처럼 온몸으로 쏟아진다. 이 장면을 촬영하다가 잘못하면 비싼 카메라를 망친다. 어릴 때 한여름 소나기가 쏟아지면, 팬티 바람으로 보자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친구들이랑 나무작대기를 들고 괴성을 지르며 온 동네를 쏘다니던 기억이 난다. 머드대포의 위력이 점점 강해질 때 주위에 있는 미녀를 들어올려 헹가래를 친다. 드디어 오늘의 머드여왕이 탄생한다.

 

카니발축제에서는 임시 왕을 뽑는다. 왕과 똑같이 왕관을 쓰고 왕의 복장을 하고 왕처럼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축제의 마지막 날 임시 왕은 죽임을 당한다. 죽음과 탄생의 이중주를 연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머드축제장의 머드여왕은 오직 영광만 있을뿐 어떤 고통도 받지 않는다.

 

특설무대에서는 머드 미스터 선발대회를 한다. 우람한 체격의 멋진 남성 근육을 볼 수 있다. 허벅지 근육이 바나나 열매처럼 하나하나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이 멋지다.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자랑하며 괴성을 지르는데 다른 미스터 선발대회랑 차이나는 것은 온몸에 머드 칠을 했다는 점이다. 조각처럼 각진 몸의 근육은 같은 남성이 봐도 멋지다. 머드 미스터 선발대회에는 여성들이 더 많이 모인다.

이어 머드 댄싱대회와 머드 훌라후프게임도 열린다. 출전자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 관람객들도 수영복이나 헐거운 옷차림으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아름답고 흥겨운 여름축제다.

림보게임을 보면서 몸이 저렇게 유연해질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높이 1미터에 불과한 줄 아래를 몸을 젖혀 통과하는 여성들, 특히 외국인 여성들을 보면 유연성과 탄력성에 감탄하게 된다. 머드게임으로 지친 몸의 피로를 공연과 게임을 보면서 푼다.

바다에서는 요트 퍼레이드가 멋지게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축제로 알려진 머드축제답게 여기저기 외국인이다. 가끔은 여기가 정말 대한민국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좀 더 강렬한 머드 체험을 하려면 갯벌 극기 체험장으로 간다. 갯벌에서 해병대 유격훈련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피티 체조를 시작으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누워서 두 발 들고 30초간 버티기, 꼬리잡기 게임 그리고 슬라이딩으로 멀리가기 등을 마치고 나면 두 발은 물론 온 몸이 후들후들 떨린다.

 

갯벌 스키 체험도 할 수 있다. 갯벌용 스키를 특수제작해서 경사가 진 갯벌을 왕복 50미터 타고 갔다 온다. 중심을 바로 잡지 않으면 미끄러져 넘어진다. 눈과 모래가 아닌 갯벌에서의 스키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어려운 체험은 갯벌 장애물마라톤대회다. 10킬로미터의 갯벌을 마라톤으로 달린다. 넘치는 정열을 주체할 수 없으면 이 경기에 참여해서 자신의 한계를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갯벌 체험장에서는 풋살 경기도 열린다. 늘 보령 팀이 우승한다. 고향의 명예를 위해 우승컵을 타 도시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 신나게 머드축제장에서 놀다 바닷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며 머드를 씻어내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강낙규

이제 머드 체험이 끝났으면 수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드를 씻는다. 해수욕장은 동해안과 달리 모래보다 뻘이 많은 편이지만 서서히 깊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영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수십만명씩 모이는 해수욕장과 달리 느긋하게 튜브에 타고, 또는 비치볼로 공놀이를 하면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수영을 하면서 지친 몸의 에너지를 다시 충전한다.

뜨거운 태양에서 몸을 식히기 위해 서서히 바다 속으로 잠수해 가면 낮과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여름철의 낙조는 일출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동해 일출은 힘과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는 반면 서해 낙조는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영남지방에서는 동편제가, 호남지방에서는 서편제가 발달했다고 한다.

낙조 때 오메가를 볼 수 있는 확률은 일출 때 오메가를 볼 수 있는 확률에 비해 1/10밖에 안되지만 운이 좋으면 자연은 낙조 오메가의 장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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