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 추천곡과 함께하는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외투 없이 집을 나서면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요즘 날씨. [Photo by Chad Madden on Unsplash]

숨이 턱턱 막히던 그 더위도 언제였냐는 듯 싶은게, 요즘은 얇은 외투 하나쯤 꼭 필요할 만큼 쌀쌀하다. 매미 소리가 가득 찼던 도시에선 어느새 귀뚜라미 소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가하면 하늘은 깨끗하고 맑아져서, 그 청명함이 우리 마음 구석구석을 정화해주는 것만 같다.

벌써 길에 울긋 불긋 물들고 있는 나무들도 종종 보인다. [Photo by Kristian Seedorff on Unsplash]

이제 곧 있으면 나무에 달린 풀들도 발갛게 익어갈 것이다. 아니다, 이미 그건 누군가의 동네에서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은 깊숙이 우리 곁으로 들어오고 있으니까.

이어폰을 타고 전해지는 비트에 몸을...아니, 감성에 몸을 맡겨보자. [Photo by Mike Wilson on Unsplash]

바뀐 계절에 맞게끔 우리의 감정, 감성도 옷을 갈아입었다. 가을이 오면 괜스레 마음도 차분해진다. 많이들 그럴 것이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감정의 겉보다는 속으로 파고들어가게 만드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는 여러분의 ‘가을가을’한 하루를 보다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음악들을 꼽아 소개해볼까 한다. 전에도 한번 말했듯 국내 곡들은 다들 알아서 잘 듣고 계실 터이니 외국의 곡들 중에서 찾아봤다.

‘가을의 노래’라는 게 조금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곡들은 가능한 배제했다. 이 곡들은 특별히 ‘가을이 오네요~’하고 노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이 계절과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마른 낙엽을 씹는 듯 텁텁하게 느껴질 수도, 며칠 전 내렸던 가을비처럼 여러분을 촉촉하게 적셔줄 수도 있는 좋은 곡들이니까.

 

■ Pajarito – Debi Nova

이 곡의 제목, Pajarito는 ‘작은 새(빠하리또)’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코스타리카 출신의 가수 Debi Nova는 창가에 앉은 작은 새와 함께 나직이 노래한다.

가을 아침의 새소리가 들려오는 곡이다. [Photo by Alisa Anton on Unsplash]

가을 아침 언젠가 눈을 떴을 때, 그 아침이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지? 출근하기 싫은 날이라도 이른 아침 창밖의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창밖의 작은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행복감마저 들지 모른다.

이 노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많이도 아니고 한 삼십분 정도? 일찍 눈을 떴을 때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삼십분 더 잔다고 피로가 아주 많이 풀리는 건 아닐테니까. 눈 비비며 따끈한 차라도 한잔 우려내보자. 찻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집 앞 길에 뿌려진 가을 아침의 햇빛을 바라보며 들어보시길.

 

■ Home – Michael Buble

출근길에 나서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맘이 든다고? 정상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또 그런 마음이 든다고? 정상입니다. 이 곡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단 노랫말을 Michael Buble의 가슴 저미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다. Westlife의 리메이크곡도 좋지만 역시 원곡이 제 맛이지.

출근한지 얼마 안 됐는데, 아니 출근길에도 퇴근 생각이 드는 건 당연...[Photo by Alexander Possingham on Unsplash]

앞에선 농담처럼 말했지만 출근길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무리는 아니다. 출근을 하는 게 얼마나 싫은지는 아마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퍽퍽하고 메마른 일상이니까.

이 곡은 벌써부터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출근길에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잘 어울린다. 가사는 절절한 사랑노래처럼 들리지만 그 사랑의 주체는 누구로든 치환할 수 있겠다. 아무리 즐겁고 행복하건, 물론 속상하고 힘들 때도 우리는 집을 그리워한다. 누군가(혹은 침대)가 기다리고 있는 그 아늑한 공간을 말이다.

 

■ A Cup of Coffee – Julian Moon

회사 근처에서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건 요즘 직장인들에겐 일상이 됐다. 그래서 출근길, 점심시간쯤에는 회사 근처의 커피숍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참을 줄 서서 기다린 끝에 주문을 하려고 점원의 얼굴을 보면 ‘피곤함’, ‘죽을 맛’이란 단어가 보이는 것만 같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괜히 기력이 조금 나는 것 같다. [Photo by Crew on Unsplash]

이 곡은 커피숍 점원들, 바리스타들의 그런 고충을 귀엽게 대변하는 노래다. 뭐, 주문대로 커피가 나오지 않는다면 상당히 짜증날 법도 해 ‘쉴드 불가’인 부분도 있겠지만 아주 가끔은 괜찮지 않나? 곡의 내용대로 커피 한잔이 하루를 망쳐버리는 건 아닐테니까.

이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엔 조금 춥다. 멜로디도 따뜻하고, 보컬의 음색과 가사도 귀여운 이 곡은 커피숍에 늘어선 줄에 서서 기다리며 들어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따끈한 커피를 받아들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 보자. ‘좋은 하루 보내세요!’하고.

 

■ AKA...What A Life! - NGHFB

이 계절이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기기 적합한 까닭은 선선한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봄이나 여름에 비해 훨씬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것이 한참 진행 중인 요즘, 하늘을 올려다본 적 있으신지? 정말 짙푸르고 높디 높더라.

가을 하늘은 눈이 시릴만큼 청명하고 푸르다. [Photo by Tim Gouw on Unsplash]

노래 제목보다는 팀명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노엘 갤러거의 높이 나는 새들)이 가을 하늘과 더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곡 자체도 가을 하늘처럼 시원시원하다. 어쿠스틱 버전은 Noel Gallagher의 청량감 있는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곡을 듣기 좋은 ‘때’는 바로, 맑고 드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을 때다. 그게 게으른 주말 오후건, 점심식사 후 휴식시간이건, 하늘이 청명하다면 언제든 잘 어울린다.

 

■ Riot On An Empty Street – Kings Of Convenience

가을은 계절감으로 치자면 본디 건조한 느낌이건만, 어째 감성만큼은 촉촉하게 수분기를 유지하는 것 같다.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라고 하던가?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이 오면 서정적인 무언가를 찾고, 감수성이 예민해진다.

'겉바속촉' 하면 가로쉬… 아니 가을 아닌가요? [Photo by Riccardo Pallaoro on Unsplash]

그런 가을에 Kings of Convenience의 음악들이 잘 어울린다. 그들의 건조한 기타소리와 나른한 듯 곱디 곱고 감성적인 음색이 가을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텅 빈 거리 위의 폭동이라니. 제목이 주는 이미지도 시적이다.

이 곡은 제목대로 메마른 가을의 어느 날, 삭막하기까지 한 텅 빈 거리를 걸으며 들어보시길 권한다. 낮이나 밤 언제 들어도 좋지만 이왕이면 ‘밤거리’를, 또한 가능한 거리가 ‘텅’ 비어 있을 때를 추천한다. 소리는 빈 곳에서 울리는 법이니까, 가을을 닮은 이 곡도 그런 곳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더 울릴지 모른다.

 

■ 플레이리스트를 바꿀 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요즘, 우리와 음악을 떼 놓기란 쉽지 않겠다. 음악만큼 우리의 감정을 쉽고 간단하게, 그러나 깊게 위로해주는 게 그리 흔치도 않으니까 말이다.

'오글'이나 '허세'가 아니고, 진짜로 요즘은 저런 사람도 많겠다. NMNL! [Photo by Simon Noh on Unsplash]

하루 중 많은 시간 동안 음악을 달고 사는 우리는 저마다 제각각 즐겨듣는 음악들이 있을 터다. 그런 음악 팬들 중엔 나름대로 계절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도 갖추고 있을 거고.

지난 여름 우리는 뜨겁고도 시원한 음악들을 귀에 꽂아 넣었었다. 태양이 뜨거우니까 후끈한 노래를, 반대로 너무 더우니까 시원한 노래를 찾았던 거다. 하지만 계절의 열기가 가신 지금은 뜨거운 음악, 시원한 음악들이 그리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거, 계절따라 옷만 갈아입지 마시고 재생목록도 리프레쉬 좀 해 줍시다. [Photo by Mitchel Lensink on Unsplash]

그러니 바로 지금이 게으름 때문에 미뤄뒀던 플레이리스트 교체를 실행에 옮겨야할 때다. 이젠 누가 뭐래도 완연한 가을이니까. 언제까지 핫 써머, 바다로 떠나자는 노래를 흥얼거릴텐가. 이제는 겉은 메마른 듯 건조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젖어있는 가을 음악들을 귀에 흘려 넣어야 할 때다.

오늘 퇴근길,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가을 감성 가득한 나만의 ‘가을철’ 플레이리스트를 새롭게 채워 넣어보자. 마땅히 어떤 곡을 추가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교양공감팀이 이번에 큐레이팅해드린 음악들은 왜 뒷전이신지(엉엉). 나름대로 여러분을 위해 정성껏 준비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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