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가 화제다. 지난 2004년 금천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범죄 액션 영환데, 작중 “나 하얼빈 장첸이야!”라는 대사로 포스를 뿜어낸 윤계상과, 그보다 더 ‘끝판왕’ 같은 면모를 보여준 마석도 형사 역의 마동석이 호연을 펼쳤다.

뺨 때리는 게 '초필살기' 급인 마석도 형사. 아니 형님. [범죄도시 영화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작중에서 묘사되는 금천구의 모습은 사실 딱히 ‘범죄 도시’스럽진 않았다. 일대에 자리 잡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조선족 주민들, 그리고 이런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코믹한 조폭들이 (영화 속)이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조폭들은 범죄자라기 보단, 동네 ‘말썽꾸러기’ 정도로 묘사된다. 그게 다 마석도 형사 때문이다(ㄷㄷ).

영화 속 금천구가 본격적으로 ‘범죄 도시’가 되는 건 장첸의 등장 이후인데, 사실상 지역 주민들과 일대 조폭들이 경찰과 합심해 이들을 때려잡는 내용이니 범죄 도시라기보다는 ‘범죄자 잡는 도시’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래 '범죄도시'에서 야밤의 한적함을 즐기는 행동은 위 사진 속 행동과 같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그런가하면 이 영화의 제목이 그야말로 어울리는, 최악의 치안으로 유명한 세계의 실제 ‘범죄 도시’들도 있다. 기자는 음악을 들으며 고요한 밤거리를 걷기를 좋아하고, 야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도시에서 그랬다간 얼마 전 찍은 증명사진이 영정사진이 될지 모른다.

우리나라완 달리 '총기'가 널리 보급돼 있는 나라들도 많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기본적으로, 대낮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각종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건 확률적으로 드물다. 다들 알고 있듯, 범죄는 인적 드문 밤, 으슥한 곳에서 발생하니까. 또한 관광 지역과 낙후된 지역으로 구분된 도시의 경우, 관광 지역을 방문하는 건 대단히 안전하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마경’이 펼쳐지는 곳도 존재한다. 도시 전체가 ‘범죄 소굴’이라 볼 순 없다는 얘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아래 소개할 도시들을 기자가 직접 방문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안전한’ 사무실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를 작성해봤다. 만약 본문 내용 중 실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지에 거주 중이신 분들께서 제보해주시길 바란다.

 

※ 아래 소개할 도시의 순서는 범죄율, 또는 치안이 안 좋은 순위 등과 무관하다.

※ 테러 활동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동 일부 지역 등은 애초에 방문이 금지됐거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므로 선정에서 제외했다.

 

■ 디트로이트 (미국)

우리에게는 래퍼 에미넴이 주연한 영화 ‘8마일’의 배경으로 등장한 디트로이트는 본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동차 공업도시다. 다만 모두가 알고 계시듯, 미국 자동차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이 도시도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흔히 '범죄율 높은 도시' 하면 떠올리는 게 미국의 디트로이트다. [Wikimedia 캡쳐]

흔히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사회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빈민층이 불어났으며, 결과적으로는 범죄율이 급속 팽창하게 됐다고… 2011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살인율이 48.2명이라 한다.

중앙의 8마일 도로를 경계로 구분되는 디트로이트 인종 지도. 파랑은 백인, 흑인은 녹색이라고 한다. [Detroitography 캡쳐]

상기한 영화 제목인 8마일은 사실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8마일 길이의 도로, M-102의 별명이다. 디트로이트는 이 도로를 기준으로 백인과 흑인의 거주지역이 인종별로 철저하게 구분돼 있단다.

떠나간 거주민들로 인해 빈 집이 많은 디트로이트는 여러 매체들에 의해 현재까지도 위험한 도시로 소개되고 있다. 많이 개선되었다곤 하나 긴 세월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여행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이기도 하단다.

 

■ 캠든 (미국)

필라델피아의 위성도시인 캠든은 한때 조선업 등을 위시한 공업도시로 번성했었으나, 조선업이 쇠퇴한 지금은 ‘전미 범죄율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또한 도시 주민 절반 이상이 빈곤층이고, 2011년 기준 1인당 소득도 미국 도시 중 최저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가장 위험한 도시'로 미 언론들이 자주 거론하는 도시, 캠든. [CNN 웹사이트 캡쳐]

공업의 부흥으로 호황을 누리다가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해당 산업이 몰락하고, 도시도 덩달아 함께 쇠퇴했다는 점에서 봤을 때는 디트로이트와 비슷해 보인다.

도시 기반 산업이 쇠락하면서 지역 주민들도 빈곤층이 되고, 범죄율이 치솟았다는 점에서 디트로이트와 비슷해 보인다. [Nydailynews 웹사이트 캡쳐]

‘가장 가난한 도시’, ‘가장 위험한 도시’에 자주 언급되는 캠든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도시 중의 하나, 필라델피아의 범죄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범죄 조직들이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하고 나서, 위성도시인 캠든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베네수엘라는 수도마저도 악명 높은 범죄율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다. 베네수엘라의 여러 도시들은 심각한 치안공백으로 위험한 상황이며, 특히 수도 카라카스를 찾는 관광객도 범죄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한다.

카라카스의 야경. 베네수엘라의 수도지만, 상당히 위험한 도시로 널리 알려져있다. [Wikimedia 캡쳐]

카라카스는 세계 여러 도시들 중 빈부격차가 심한 곳의 하나로,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빈민들이 빈민촌을 형성한데 이어 이곳에 마약 카르텔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범죄율도 걷잡을 수 없이 증가했다고 한다.

카라카스 빈민가의 모습. [Wikimedia 캡쳐]

인터넷 상에 올라온 카라카스 여행 경험담은 대체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은 절대 가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은 터라 관광명소들은 그런대로 안전하다고 하지만, 숙소인 호텔방이 도둑들에게 탈탈 털렸다는 여행기도 존재하니 각별히 조심하시길.

 

■ 요하네스버그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월드컵이 열린다고 하자 인터넷 상에는 ‘남아공 괴담’이 떠돌았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위험성이 워낙 유명한 탓에, 이곳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에 약간의 허풍을 덧붙인 흔한 인터넷 괴담 같은 내용이다.

'남아공 괴담' 내용에 의하면, "남아공은 총, 칼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나라"라고 한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허풍’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히 대도시인 케이프타운이나 요하네스버그 등은 외교부에서도 주의사항을 배포할 정도로 위험할 수 있는 곳이다.

[외교부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자들을 위한 치안자료' 캡쳐]

외교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자들을 위한 치안자료’를 통해 “남아공인에 의해 운영되는 범죄박람회라는 웹사이트가 출현할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은 상태인 바, 현지 실정을 잘 모르는 일시체류자나 관광객은 신변안전에 특히 유의 바람”이라 밝히고 있다.

이곳의 강도들은 흉기로 위협을 하며 금품 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흉기를 사용해 위해를 가한 뒤에 물건을 빼앗는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해 강도를 만날 경우(사실 어디에서건 마찬가지겠지만) 반항하지 말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

 

■ 아카풀코(멕시코)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아카풀코는 아름다운 경관 등으로 유명한 멕시코 제1의 휴양도시다. 특히나 이곳은 화려한 밤 문화로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단다.

아름다운 해변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멕시코 아카풀코. [Wikimedia 캡쳐]

우선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멕시코 내 마약 카르텔과 정부군, 시민 자경단이 벌인 무장 충돌, 이른바 ‘마약 전쟁’을 가장 극심하게 겪은 곳이 바로 이 아카풀코라고 한다. 이미 90년대부터 마약 카르텔들에 의해 지배돼왔다고 알려진 아카풀코는 최근 몇 년간 범죄율, 살인율 등 각종 불명예스러운 통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카풀코를 검색하면 아름다운 휴양지가, 거기에 '카르텔'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무시무시한 사진이 검색된다. 혐오스러울 수 있으니 찾아보진 마시길. [Dailymail 웹사이트 캡쳐]

물론 마약 카르텔의 세력다툼 등으로 인해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지, 관광객들은 위험지역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닌 이상 쉽사리 범죄에 노출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를 갑작스러운 도심지 총격전(…)에는 어쩔 도리가 없겠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 아름다운 도시들의 안타까운 모습

지금까지 알아본 도시 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인외마경’이라 일컬어지는 범죄 도시들이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활동하는 곳은 셀 수 없이 많으며, 선진국들 중에서도 그들의 표적이 되는 도시들은 많다.

이 도시들은 '범죄 도시'란 단어로 한정지어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매력이 있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물론, 앞서 소개한 도시들이 실제로 방문이나 거주 시에는 도리어 안전할지 모른다. 기자가 알아본 내용 외에, 실제로 거주하거나 관광해본 이들의 말이 모두 다를 수 있듯 말이다.

이 도시들이 방문 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 그곳을 들러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은 분들에게는 다르게 느껴질지 모를 일이다. (따뜻한 조언과 제보는 언제든 환영이다)

또한, 이 도시들에 부득불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덧씌우고 싶지도 않다. 그러기엔 이 도시들이 지닌 매력들이 너무나도 많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고, 스페인 정복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카라카스에는 여러 관광명소들이 있다. 애초에 관광명소로 유명했던 아카풀코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 모든 멋진 도시들이 안전해지기를 교양공감팀이 간절히 바란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기자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이런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에 범죄자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아직 이곳 중 어느 한곳도 방문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니까.

기자는 언젠가 이 도시들에 ‘범죄’라는 단어 대신 다른 긍정적인 키워드가 연관돼 따라붙는다면 반드시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볼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느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털어내고, 우리가, 그리고 기자가 갖고 있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여행기를 작성해보고 싶다. 그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