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지닌 사람들은 특히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지거나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술 자동화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칼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역시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그는 18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직업의 미래 - 이번엔 다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겠지만, 이런 일자리가 특정 분야나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것"이라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과거 산업혁명이 제조업의 자동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서비스업의 자동화이며 탈산업화"라 말하고, "현재 미국에 있는 일자리 중 47%가 자동화 돼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자동화가 될 수 있는 모든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단순 사무직과 같은 중간 난이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저숙련 저부가 일자리와 고숙련 고부가 일자리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식당 종업원, 가사 노동과 같은 단순 서비스직의 경우, 자동화하는 비용보다 사람의 노동력에 드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순 서비스업보다는 단순 사무직이나 건설, 영업,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면서 "자동화가 어려운 직무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 부연했다. 

프레이 교수는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 생겨나는 직업들도 특정 분야, 특정 지역 등에 치중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경제 활동이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양극화도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변화가 많은 이들의 우려보다는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정치적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미국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는 산업, 공업 기반 지역일수록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프레이 교수는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는 사람일수록 트럼프를 찍었다"면서 "인간은 투표할 수 있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더디게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또 있다. 과거 전기가 생겨 증기기관을 대체할 때도 인프라 구축이나 대량 생산, 구조 변화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만큼 당장 큰 변화가 생길 것처럼 말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밖에 프레이 교수는 범용 AI 시대가 온다 해도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자동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판사를 예로 들며 "인간의 노동력이 (AI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