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HOME 교양공감 지식/교양
[공감신문 교양공감] 알쏭달쏭, 게임에서 비롯된 신조어들비 게이머들을 위한 신조어 입문서

[공감신문 교양공감] 비디오 게임은 이제 우리 일상 속에 너무나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철 지난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이제 그리 진귀한 풍경도 아니다.

이런 세상인데 게임 용어도 유행하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국내에 게임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2000년대 당시 게임의 핵심 소비층이었던 청소년·청년들이 사회의 중추로 성장하면서, 게임은 이제 더 이상 ‘애들 놀이’도, ‘가벼운 취미’도 아니게 됐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3대 민속놀이로 ‘윷놀이’와 ‘화투’, ‘스타크래프트’를 꼽겠는가. 몇 년 뒤엔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장인어른과 ‘스타크래프트 랜덤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 게임 속에서 쓰이는 말도 게임과 함께 대중들에게 보급됐다. 이제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GG’는 비단 스타크래프트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심지어 실제 생활 속의 특정 상황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게임에서 비롯된 신조어들은 이밖에도 많은 것들이 널리 보급돼 사용되고 있다.

'비 게이머'들 중에는 게임 유행어들의 기원을 모르고도 사용하다 불현듯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헌데, 그렇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신조어 중에서 특히 ‘게임’에서 비롯된 것들은 의외로 그 원류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저 막연히 ‘어느 게임’에서 출발했으려니 싶을 뿐, 어떤 게임의 무엇에서 왜 비롯됐는지를 비(非) 게이머들은 모른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는 그런 비 게이머들에게,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신조어들이 어떤 게임에서 ‘왜’ 비롯됐는가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드리고자 한다. 물론 이미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게임 마니아 분들께는 조금 지루하고 뻔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유행하는 신조어의 유래를 우리만 알고 있는 것 보다는, 다 같이 웃고 즐기는 게 낫지 않겠나?

 

■ 신박하다

신박하다의 어원이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신박할 따름이다. [구글 검색 캡쳐]

‘신박하다’는 말은 이제 정말로 ‘별의 별 곳’에서 다 사용된다. 신박한 제품들, 신박한 아이디어 등등. 턱수염을 기른 채 “어흠” 헛기침을 하는 어르신들이라면 이 신조어를 보고 ‘신박(信泊)’ 아닌가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앞선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듯, ‘신기하다’를 대체해 사용된다.

왜 ‘신기’를 ‘신박’으로 바꿔 말할까? 혹자는 ‘신기하다+쌈박하다’의 합성이라고도 여긴단다. 하지만 그 기원은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흥행 시기와 맞물린다. 이 게임은 일반적인 MMORPG와 비슷하게, 전사나 마법사, 도적 등의 직업 구분이 있다. 그 직업 중에는 성스러운 힘으로 동료를 회복시키거나 보호하는 기사, ‘성기사’도 있다.

와우에 등장하는 성박… 성기사의 모습. 과연 생명력 질겨 보인다. [블리자드 웹사이트 캡쳐]

성기사는 게임 초창기에 많은 유저들(특히 호드들)로부터 비판받는 직업이었다. 왜냐면, 그들을 죽이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들의 ‘바퀴벌레 같이 질긴 생명력’ 때문에 성기사를 대신해 ‘성박휘(바퀴)’라 부르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고, 와우 속, 특히 호드 유저가 많았던 디시인사이드 ‘와우 갤러리’에서 박휘는 곧 성기사를 의미하게 된다. 심지어 ‘성기사’라고 올바르게 부르는 이들을 배척하기까지 했었다. ‘얼라이언스 첩자’라면서.

여기서 잠깐, 성박… 아니 성기사는 그들의 특성에 따라 ‘신성’, ‘보호’, ‘징벌’로 구분된다. 이 구분법에 의해 신성 특성의 성기사는 ‘신박(신성+박휘)’, 보호 특성의 성기사는 ‘보박(보호+박휘)’으로 불리게 됐다. 여기까진 그래도 특이할 것 없어 보인다.

징박스 칸, 1162?~1227. [징기스 칸 흉상 / Wikimedia 캡쳐]

그러나 이후 와우 갤러리의 평범한 글에도 “신기하다”는 표현을 쓰면 반 농담조로 ‘첩자’라는 질타나 욕설이 달리게 됐다. “보기보다 맛있는”에 사용된 보기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갤러리 내에서는 게임과는 무관한, 일상에 대한 게시글에도 ‘신기’, ‘보기’는 반 금지어가 돼 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사용됐냐고? 위의 “보기보다 맛있는”이라는 문장은 “보박보다 맛있는”, “징기스 칸”은 “징박스 칸” 등으로 쓰이게 됐다.

훗날 등장한 ‘죽음의 기사’ 때문에 ‘죽기’란 단어 역시 같은 맥락으로 ‘죽박’이라 불리게 됐고, “죽기 살기로”란 말은 “죽박 살기로”라 대체된다. 신박, 보박, 징박, 그리고 죽박. 그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신기하다’가 비 와우저들에게도 유행을 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기사’란 단어 자체를 ‘박휘’로 바꾸고, 역으로 ‘박휘’, ‘바퀴’란 단어는 ‘기사’로 바꾸는 식으로 변형까지 됐다(…).

사용 예)

“신기한 스쿨버스” (x)

신박한 스쿨버스” (o)

 

“죽기 살기로 덤벼라!” (x)

죽박 살기로 덤벼라!” (o)

 

“택시 기사님과 말다툼을 벌였어” (x)

“택시 박휘님과 말다툼을 벌였어” (o)

 

“명배우 박휘순” (x)

“명배우 기사순” (o)

 

“징기스 칸이 죽기 전에 남긴 신기한 글 읽어보기” (x)

징박스 칸이 죽박 전에 남긴 신박한 글 읽어보박” (o)

 

■ 어그로를 끌다

단단한 방패와 갑옷으로 무장해야 어그로를 끌고도 무사한 법!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누군가 자신을 도발하는 것을 “어그로를 끌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상황 자체가 그리 흔하진 않지만,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니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은근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서 ‘어그로’가 무슨 뜻인지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쉽사리 알 방도가 없다. 영단어 등을 줄인 말이라는 정도만 짐작할 뿐이다. 이것의 기원도 MMORPG와 관련이 있다. 흔히 ‘와우’에서 비롯된 줄 알고 있으나, 와우 이전의 MMORPG에서도 이미 사용, 정립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악성 어그로꾼에게는 무관심이 답이라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고전 명작 MMORPG ‘에버퀘스트’에서부터라고 한다. 에버퀘스트는 후대 MMORPG에 영향을 미칠 많은 부분들을 정립했는데, 특히 유저의 직업 별 역할 구분도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예컨대 전사 직업은 선두에서 방패를 들고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마법사나 도적이 공격을 담당하며, 사제 등이 후방에서 회복을 맡는 식이다.

여기서 전사 직업이 적(몬스터)의 시선을 자신에게만 붙잡아 두고, 그것을 유지시키는 것을 “어그로를 끌다, 어그로를 잡다”고 표현한다. 어그로는 영단어 Aggravation의 줄임말이다. 이것이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되면서 ‘관심종자’ 등과 비슷한 이들에게 “어그로 꾼”이란 말을 쓰고, 상대가 화나길 바라며 하는 식의 도발 행위에도 사용되고 있다.

사용 예)

“갤러리에 글을 도배해 관심을 집중시키자”

⤷“갤러리에 도배글을 달려서 어그로를 끌자”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클릭 수 폭발시키기”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어그로 끌기”

 

(원조 관종을 위협하는 신흥 관종이 등장했을 때)

⤷“(비웃듯이)어그로 잘 잡아, 어그로 튀잖아!”

 

■ MMORPG에서 비롯된 신조어들

게임 속 '최애캐'의 외모가 너프되면 생기는 의외의 효과.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어떠신가? 그들만이 알고 있던 신조어의 원류를 파헤쳐본 느낌이? 오히려 더 헷갈린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어쩌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진 분들도 있겠다.

이밖에도 MMORPG에서 비롯된 신조어들은 많다. 능력이 강화되는 효과, 패치 등을 의미하는 ‘버프(Buff)’는 이제 연예인 등의 “외모 버프”, 아니면 직장인들이 커피를 마시고 “카페인 버프”를 받는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물론 반대로, 능력이 약화되는 ‘너프(Nerf)’도 있다. 자기관리를 하지 않은 영화배우의 “외모 너프”라던가, 신제품 전자기기의 성능이 오히려 나빠졌을 때도 사용된다.

직장인들에게 버프를 주는 아이템, 커피!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여기까지 소개한 신조어들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그 유래도 그나마 알려진 축에 속한다. 그러나 아래에 소개할 신조어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보급되지는 않았으며, 그 기원에 대해 비 게이머들이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재미로 알아두면 인터넷에서 갑작스럽게 그 단어를 마주쳐도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 떼껄룩

사람들 떼껄룩 다 있는데 나만 없어!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게임 장면]

당췌 무슨 의미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이 신조어 역시 게임에서 비롯됐다. 이 신조어를 탄생시킨 게임은 오픈월드 RPG 명작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스카이림’이다.

판타지 풍 배경의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들이 그렇듯 여러 종족들이 등장한다. 인간은 물론이고 숲 엘프(우드엘프), 오크를 비롯해 도마뱀을 닮은 수인(獸人) 종족(아르고니안)도 있다. 그 수인 종족 중에는 고양이를 닮은 ‘카짓(Khajiit)’도 존재한다.

카짓은 귀여운 외모,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성격 묘사 때문에 유저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종족이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게임 장면]

설정 상 게임 속 카짓들은 상당히 박해받는 존재다. 고양이라고 멸시 당하거나 하층민, 노예로 등장하는 것은 현실 세계 속의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그런 것 보다 고양이형 외모에 더 눈길이 가지만.

어쨌거나 이 박해받는 카짓들은 작품 속에서 종종 떠돌이 행상으로 등장하는데, 카짓 행상은 주인공이 거래를 원할 때 상당히 독특한 발음으로 “Take a Look(살펴봐, 둘러봐)”라 말한다. 이 발음이 성우의 연기에 힘입어 상당히 경박스러운 “떼껄룩”으로 들린다.

물론 다른 종족들도 고유의 억양이나 발음이 존재하지만 특히 이 카짓들의 떼껄룩~ 하는 발음이 유저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렸나보다. 결국 떼껄룩은 이 고양이 종족 ‘카짓’을 지칭하는 게이머들의 은어로 쓰이게 된다.

사랑스러운 껄룩이들을 Take a Look! [구글 검색 캡쳐]

다만 스카이림 플레이어들에게만 유행했다면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소개할 이유도 없겠다. 우습게도 떼껄룩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퍼져나가게 되고, 이제는 ‘카짓’ 뿐 아니라 고양이, 혹은 고양잇과 동물을 통칭하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길 고양이(도둑 고양이)는 ‘길껄룩’, 호랑이나 크기가 큰 고양이는 ‘빅껄룩’으로 변형돼 쓰인다.

호랑이 보고 놀란 가슴? [빅껄룩을 보고 놀란 떼껄룩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 ‘껄룩’ 시리즈가 유행하게 된 계기는 찰진 발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떼껄룩”, “길껄룩” 등을 발음해보면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강아지를 ‘댕댕이’, ‘멍뭉이’ 등으로 귀엽게 부르지만 고양이에겐 그럴만한 것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 때문에 떼껄룩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영어로 T'ekaaluk을 검색해도 나오는 결과는 결국 카짓이다. [9gag 캡쳐]

‘떼껄룩’ 유행의 원류는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모 사이트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그 원류가 어디건, 이제는 인터넷 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에서도 ‘T’ekaaluk’이라 사용하고 있으니 더 이상 원조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사용 예)

“오늘 본 길껄룩 사진 올린다”

(오늘 본 길 고양이 사진 올린다)

 

“야, 저기 얼룩떼껄룩좀 봐!”

(야, 저기 얼룩덜룩한 고양이좀 봐!)

 

“빅껄룩을 보고 놀란 떼껄룩”

(호랑이를 보고 놀란 고양이)

 

■ 없찐(업찐)

'아없찐'을 시전하는 막장 인성 이기철 군. 그러지 말자 진짜! [패드립 / 검정고무신 만화 장면]

특정한 게임은 아니지만 여러 게임 상에서 사용되다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신조어들도 많다. 흔히 치명타를 뜻하는 ‘크리티컬(Critical)’은 줄임말 ‘크리’로 알려지며 쓰인지 오래됐고, 게임에서 절차대로 스킬을 배워나가는 ‘테크트리(Tech-Tree)’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된다. ‘남중-남고-군대-공대 테크트리’ 등이 대표적 예시 중 하나다.

설마 직장인 중에 '피(피로감)없찐'은 없겠지?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없찐’ 역시 이렇다 할 구체적 원류는 없지만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없찐은 “~ 없는 찐따”의 줄임말로, 주로 남들이 갖춘 아이템이 자신에게만 없을 때 자조적으로 쓰거나, 게임 속에서 타인을 놀릴 때 사용하는 말이다.

만약 여러분이 하는 게임에서, 남들은 하나쯤 다 있다는 아이템 이름을 떠올려보자. 특히 무언가를 수집하는 방식의 게임, 이를테면 디아블로나, 요즘 모바일에서 유행하는 카드 게임에 등장하는 것들 말이다. 해당 아이템 이름의 맨 앞 음절을 따고, 뒤에 ‘없찐’을 붙이면 완성이다.

왜! 슻없찐은 좀 구경가면 안되나! [닌텐도 스위치 마이너 갤러리 캡쳐]

이 기묘한 어감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았는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닌텐도 스위치’ 유저들이 모인 게시판에는 아직까지 해당 기기를 구매하지 못한 이들이 스스로를 ‘닌없찐‧스없찐‧슻없찐’등으로 부르고 있으며, 심지어 게임과 전혀 무관하게도 사용되고 있다. 친구가 없는 이들은 스스로를 ‘친없찐’이라 부른다. 어깨가 좁다며 ‘어깨없찐’이라 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기자도 닌없찐, 스없찐이다. ㅠㅠ

내 더러워서 산다, 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물론 흑인들이 스스로를 ‘N-word’로 부르는 것은 별 문제없지만, 다른 인종이 흑인을 그렇게 부르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듯 이 ‘없찐’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없찐’이라 놀리지는 마시길. 부러워서 배 아프니까. 스없찐 언젠간 탈출하고 만다. 부들부들.

진짜 얄밉게 잘 그렸다. 안 들리는데~[혼밥하는 만화 장면]

사실 없찐의 기원은 ‘혼밥하는 만화’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해당 만화에 등장하는 문제의 장면 대사에는 “없는 찐따”라고 표현되지 않았다. 이후 여러 변형 버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여튼! 뭐가 원조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쓰기 재밌으면 장땡 아닐까?

 

■ ‘유행어’는 언어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은 통 못 알아듣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요즘 젊은이’ 축에 속해서, 어른들은 못 알아들을만한 해괴망측한 단어를 종종 사용했었다. 지금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종종 ‘요즘’ 단어를 쓴다. “앙~ 기모찌~”라던가, “오지구요, 지리구요”가 어느 상황에 쓰이는지 알 정도는 된다.

언어는 유연하게 변화하고, 능동적으로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Pixabay 이미지 / CC0 Creative Commons]

언어는 살아있는 동물과 같단 말이 있다. 영속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어도 발을 맞춰 변화한다.

또한, 우리는 언어유희를 즐긴다. 언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평생에 한 번쯤 무조건 언어유희를 들어보거나, 직접 해봤을 것이다. 유행어처럼 쓰이는 ‘오지고, 지리고, 알파고, 렛잇고’ 등도 그런 언어유희의 일종이다.

자, 그러니 신조어나 유행어의 범람을 눈살 찌푸리고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한글의 파괴’라고? ‘세종대왕님께서 통탄하실 노릇’이라고? 물론 그런 말에도 수긍은 가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언어 그 자체는 신성한 그 뭔가가 아니다. 가지고 놀기 편할수록 좋은 언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야민정음'은 한글을 가지고 노는 놀이문화의 하나로 유명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나친 언어 파괴는 물론 우리가, 특히 신조어나 유행어, 말 줄임 등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지양해야 할 태도다. 하지만 언어가 시간과 함께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지금은 쓰이지 않거나 변형된 채 사용되는 말도 아마 엄청 많을 거다.

솔직히 재밌잖아. 숲쿠류.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것 뿐만이 아니다. 분명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보면서 혀를 쯧쯔 차실 어르신들도 젊은 시절, 혹은 어린 시절 또래 집단끼리만 사용하는 단어가 있었을 것이다. 교과서에 나올법한 바른 말, 고운 말만 쓰진 않으셨을 거란 얘기다.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 기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언어를 파괴해보자”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우리말이 파괴되지 않도록 신조어, 유행어의 사용을 멈추자”도 아니다. 그저, 언어를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것에 조금 관대해져 보시길 바랄 뿐이다. 이런 신조어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한글을 잊거나, 악영향을 미칠리는 없을 테니까.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교양공감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