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이차에서는 ‘장향(樟香)’,연향(蓮香), 난향(蘭香),조향(棗香)이 난다

 

운남농업대학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 ‘보이차의 향기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장향은 색근균, 흑국균, 소근균균, 양주효모 등의 미생물들이 발효에 관여하는 과정에 생긴 방향성 화합물들에서 만들어지는 향으로, 다양한 시료를 이용해서 분석해본 결과 악퇴를 거친 숙차와 습창을 거친 차에서도 동일한 화학적 성분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보이차는 자라는 서식지에 따라 찻잎이 그 주변의 향을 흡수하여 자체의 독특한 향을 만들어 냅니다.

 

1.녹나무향

운남 각지에 녹나무 숲이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녹나무는 크기가 작은 것은 1장(3.33m)이고 큰 것은 20장(67m)에 달해 적당히 햇빛을 차단하여 차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또 녹나무가 있기 때문에 차나무의 병충해 발생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차나무의 뿌리가 녹나무 뿌리와 땅속에서 얽혀 자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찻잎은 녹나무 향을 띄고, 녹나무 잎은 차향이 풍깁니다.  

2.연꽃향 

운남 대엽종 차나무의 부드러운 잎을 따서 만든 보이차는 후발효 과정을 거치면 짙고 강렬한 청엽향이 제거되면서 담담한 연꽃 향이 남습니다.

3.난초향 

신선한 보이차의 청엽향은 오랫동안 보존하면 청엽향이 청향으로 바뀝니다. 또 녹나무 숲에서 자란 차나무는 녹나무 향을 띄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녹나무 향이 비교적 약한 것은 청향과 어울어져 난초향을 풍깁니다. 난초향은 보이차 향 중에서도 가장 진귀한 것으로 칩니다.

4.대추향

운무가 둘러쌓고 야생잡목과 어울어져 자란 차나무에서 대추향이 납니다. 오랫동안 쌓인 낙엽이 천연비료가 되고 차나무 뿌리는 이 천연비료를 흡수하고, 찻잎은 운무의 기운을 맘껏 들이마십니다. 이로 인해 차 잎은 독특한 대추 향을 갖추게 됩니다.

(2) 보이차에서는 ‘진향(陳香)’이 난다

진향(陳香)은 보이차에서 나는 묵은 향으로 노차에서 느낄 수 있는 향입니다. 자연이 준 선물인 보이차에 더해 세월이 주는 보너스입니다. 그래서 흔히 보이차를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향(陳香)은 보이차의 본질(本質)에 가장 역행하는 단어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습니다.

어릴 적 동무들과 골목 어귀 공터에서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면 다들 처마 밑 담벼락에 기대 비를 피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나기가 후두둑 땅바닥을 두드리면 흙먼지가 일며 등으로 느껴지는 흙벽의 따스함과 함께 콧속으로 스며들던 흙먼지 특유의 향이 지금도 가끔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오래되고 좋은 보이차의 진향은 보이차 속의 폴리페놀과 발효효소가 공기(산소)와 결합해 오랜 세월 후발효를 거치면서 생성된 자연의 향으로 진년(陳年)의 보이차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발효향입니다. 따스한 담벼락에 기대서 맡던 흙먼지와 유사한, 깊은 세월의 향입니다. 고온다습하고 통풍이 차단된 인위적 환경에서 조작된 대량생산된 습창차는 퇴창(退倉) 후 거풍(擧風) 과정을 거쳐도 특유의 창미(倉味)가 남아 있어 답답하고 거북한 느낌을 유발합니다. 습창차를 판매해온 상인들이 이러한 것들을 “보이차에서는 지푸라기 썩는 냄새가 난다.”라는 황당한 말로 호도해온 것이죠. 발효라는 개념을 매개로 청국장에 관여하는 바실러스 균과 연결시키려는 기막힌 상상력의 결과일까요?

발효가 잘된 보이차일수록 마실수록 청량해지며 깊은 세월이 무르익은 자연의 향을 느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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