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규 축제이야기] "얼지 않는 인정, 녹지 않는 추억"

 

[공감신문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산천어는 연중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고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9ppm을 넘는 1급수의 맑은 계곡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토종 연어과 민물고기다. 등쪽은 짙은 푸른색에 까만 반점, 배쪽은 은백색, 측면에는 비행기 창 모양의 아름다운 무늬가 있어 계곡의 여왕으로 불린다.

산천어에는 고급단백질로서 필수아미노산인 트레오닌, 발린, 메타오닌 등 9종이 함유되어 있어 산천어를 통해서 필수아미노산의 대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특히 류신, 이소류신 등은 피로회복, 활력증진 및 신체회복을 돕는 성분으로서 생리활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EPA, 두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DHA,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오메가6 지방산 등을 함유하고 있어 몸을 가뿐하게 해준다. 비타민C와 D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산천어는 인체에 유익한 민물고기라 할 수 있겠다.

축제에 사용되는 산천어는 영동계곡에서 채집한 종어(種魚)로 생산된 치어를 양식한 것이다. 환경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축제장 상·하류에 이중망을 설치하여 축제장 외부로의 유출을 막는다. 축제가 종료되면 남은 산천어는 전량 회수하여 산천어 훈제, 통구이, 껍질과 뼈튀김, 간장 찜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산천어축제만큼 미디어 홍보 효과를 본 축제도 별로 없을 것이다. 2003년 산천어축제에는 22만명이 참가했다. 이듬해 1월초 텔레비전을 통하여 산천어축제 광고를 하고부터 축제 참가자가 58만명으로 늘어났다.

산천어 얼음낚시터에는 예상 밖으로 참가자가 너무 많고 날씨도 따뜻해 안전을 위해 참가자를 제한하기도 했다.

구텐베르크가 1450년경에 금속활자를 발명함에 따라 원시시대 인간의 청각, 시각, 촉각 등 오감의 균형이 무너지고 시각 중심형 인간이 되었다. 이는 17세기 프랑스의 합리주의와 18세기 영국의 경험주의 그리고 18세기와 19세기의 계몽주의로 발전을 하였고, 마샬 맥루한은 이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를 ‘구텐베르크의 은하’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전신매체의 발명과 특히 텔레비젼의 발명은 인간의 감각균형을 복구시켜, 오래 전에 추방되었던 낙원으로 복귀하게 된다. 테크놀로지의 잠재력 즉 현대 전자과학기술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고 인쇄시대의 선형적 세계에서 해방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맥루한은 미디어 개념을 매스미디어에 국한시키지 않고 언어, 문자, 화폐, 자전거, 도로, 광고 등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나 기술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확장하는 모든 도구와 기술이 미디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자전거는 다리의 확장이고, 청바지는 피부의 확장이고 인터넷은 중추신경의 확장이다. 새로운 미디어를 만날 때 우리 몸은 부지불식간에 근원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메시지라도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하는 것과 신문에 나오는 것 그리고 텔레비전에 방송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텔레비전이란 미디어 광고에 힘입어 그리고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하여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겨울철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산천어 축제장을 월트디즈니에 매각한다고 가정해보자. 월트디즈니는 이윤의 극대화를 위하여 현대식 콘도미니엄을 짓거나 축제장에 비싼 놀이기구와 식당 등의 시설을 건축할 것이다. 산천어축제는 겨울 한 달만 열리지만 화천에는 산천어축제 외에 쪽배축제, 토마토축제 그리고 비목문화제 등 여러 축제가 있고 인근에 이외수의 감성마을, 평화의 종 공원, 파라호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이런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산천어축제보다 경제유발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고 산천어축제 참가비용 역시 더 많이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한편 월트디즈니는 화천군에서 농사일을 하던 농부나 슈퍼나 식당 또는 낚시점 등 자영업을 영위 중인 주민 일부와 타 지역에서 선발한 종업원을 고용할 것이고 채용되지 않거나 자영업이나 농사를 원하는 주민들은 기존의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자영업을 영위하는 주민들은 이제 다국적기업과 경쟁하게 된다. 그리고 산천어 등도 산천어공방에서 만들기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부터 보다 싼 가격으로 수입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산천어축제장에서 얼음낚시를 비롯한 여러 체험시설에서 실비로 입장료나 시설이용료를 받는데 이용료의 50%는 화천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이 상품권으로 화천군내 식당이나 민박, 주유소에서 사용함으로써 화천군민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에서 독점적으로 산천어축제장을 인수하면 이런 제도들은 폐지될 것이다. 전체 경제적 이윤은 더 늘어날지 모르지만 이윤의 분배 과정과 고용 문제 그리고 주민통합의 과정에서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가격의 기능에 대한 믿음으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이에크는 계획경제는 비효율적이고 퇴행적일 뿐 아니라 자유를 파괴하는 치명적 오만으로 사회와 경제의 계획화가 점차적으로 진행된 후 전체주의 체제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진보를 가장한 악이며 인류를 노예의 길로 몰아넣는 나쁜 이념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대처 수상의 주요 경제정책의 이론적 근거는 대부분 하이에크에 의존하고 있는데 여기서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제이념을 볼 수 있다. 완전고용정책의 폐기와 디플레이션 요법(공공부문 차입 억제, 공공지출 삭감, 통화량 축소), 노사관계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이다.

반면에 새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은 그 기능이 완전하지 못하므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케인즈는 경제가 불황에 빠져있을 때, 시장에서 가격이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본다. 이때는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유효수요를 늘여서 대량실업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1920년에 실업률이 2~3%에서 1921년에 25%로 증가하였으며, 미국은 1929년부터 1933년까지 대공황이 발생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후버댐 건설을 비롯한 거대한 공공투자를 실시하였다. 이런 효과로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서 벗어나 장기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 얼음낚시 삼매경에 빠진 엄마와 아이, /사진=강낙규

신자유주의자와 새자유주의자들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자유를 해석하는 만큼의 차이가 있다.

하이에크는 자유를 국가와 사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강제나 간섭이 없는 상태라고 규정(소극적 자유)한다. 반면 케인즈는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게 하는 실질적 자유(적극적 자유)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빈부격차가 심화된 가운데 실업률이 증가하는 현상에서는 실질적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으며, 이를 “이리떼의 자유가 양떼에게는 죽음”을 뜻한다는 비유로 승자의 탐욕과 패자의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제의 도입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역할을 긍정하였으며 사유재산 중 부의 세습을 일부 제한하였다.

투기꾼으로 지탄받는 조지 소로스마저 “순수하게 경제적이고 금융적인 영역에서 시장에 전권을 부여할 경우 엄청난 무질서 상태가 빚어지며 결국에는 세계자본주의체제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찬성한다.

수단에 불과한 경제적 자유가 목적으로 변질된다면 수익성의 논리가 사회의 모든 생활을 지배함으로써 사람들의 실질적 자유가 오히려 훼손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제3의 길은 없을까?

스웨덴은 1900년에 살기가 어려워 약 100만명의 국민이 미국으로 이민 갔으며 그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탈바꿈하였다. 어떻게 인구의 10% 이상이 이민 간 국가가 100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을까? 다음 4가지의 노력이 있었다.

첫째, 사회민주주의당(사민당)의 60년간 집권과 장기 비전으로 개혁 추진.

둘째, 살드쉐바덴의 대타협.

셋째,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과 중소기업 지원.

끝으로 세제 개혁을 통한 복지정책 추진.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국민이 품위있고 평화롭게 사는 국가를 이루기 위해 스웨덴 국민은 4가지 부분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첫번째로 사회민주주의란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사회주의의 이상을 조화시켜 폭력을 통한 혁명이 아니라 오직 의회민주주의에 의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개혁을 실현한다. 산업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임금노동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두번째, 살트쉐바덴의 대타협이란 1938년 노사문제에 대한 노총과 경영자 대표의 자율적인 타협을 말한다. 스웨덴은 20세기 전후 급속한 산업화와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노사분규가 빈번하여 192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파업률을 기록했다. 잇따른 파업과 공장 폐쇄로 모두가 잃기만 하는 상황을 경험한 후 사민당 정부의 지원과 중재 하에 노총과 경영자 대표가 1938년 살트쉐바덴에 모였다. 노사문제에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고 노사 당사자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한다는 기본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역사적 대타협을 이룩했다. 이 협약은 자본가의 경영권과 노조의 단결권을 상호 인정하여 계급타협을 이룬 것으로 1970년대까지 스웨덴 노사관계의 핵심을 이루었다.

▲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 썰매를 타지 못해 울음을 터뜨린 아이의 모습이 천진하기만 하다. /사진=강낙규

우리에게는 어떤 방도가 있을까?

국민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대하여 복지를 담보할 수 있도록 변신을 요구하고, 경영자대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감시와 정치적 압력을 가하여 이들의 타협을 요구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살트쉐바덴의 대타협이 가능하다. 국민들의 복지국가를 향한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우리도 살트쉐바덴 대타협을 이루어 낼 것이다.

세번째로 사민당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수출과 경제성장을 주도하여 완전고용과 복지국가의 완성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연대임금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성장률과 투자율이 높은 기업에 유리하도록 법인세 정책을 시행하였다. 또한 대기업의 투자 방향에는 관여하지 않는 자유주의적 산업정책으로 수출부문 지원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이렇게 이룩한 경제성장의 성과물을 누진율이 높은 개인소득세와 국가의 공적 영역인 사회복지 부문을 통하여 재분배함으로써 소득과 소비의 균등분배를 달성했다. 원활한 경제성장을 위해 경영자협회와 노총이 타협하여 경제성장의 과실을 평등하게 재분배하는 것이야말로 사민당의 정책의 핵심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웨덴 발렌베리가(家)의 부(富)의 사회 환원이라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복지사회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R&D의 90%를 발렌베리가에서 지원한다. 같은 스웨덴 기업인 가구회사 이케아(IKEA)의 잉바르 캄프라스 회장은 세금도피를 위해 스위스로 본사를 이전하는 등 개인 재산을 증식시켜 세계 4위의 재산가가 되었다. 반면 발렌베리 창업주의 증손자인 피터 발렌베리는 199억원, 그의 아들 야콥 발렌베리는 52억원의 재산만 보유하고 있다. “소유권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는 발렌베리가의 전통이 스웨덴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경영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 이는 정책에 앞서 윤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쳤으며 이를 위해 금융, 조세,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적극 지원하였다. 하지만 함께 잘살아 보자며 고통 분담에는 성공하였으나 성취의 나눔에는 실패함으로써 스웨덴처럼 복지국가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우리 대기업에게 경주 최부자를 기대했지만 거리가 멀었다.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은,

첫째, 과거는 진사계급까지만 하도록 하여 정경분리의 원칙을 세웠고,

둘째, 재산은 만석까지만 이루도록 하여 적정 이윤과 절제의 관용을 보였다.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하도록 하였으며,

넷째, 흉년에는 재산의 증식을 금하여 재산증식에 있어서 도덕성을 중시하였으며,

다섯째로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도록 하여 근검절약을 실천했다.

끝으로 사방 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였다. 특히 축적된 부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진정한 부의 아름다운 종결을 볼 수 있는데 무소유 사상의 법정 스님을 보는 것 같다.

대기업에게 자비를 기대하기보다는 유토피아 대한민국을 위해서 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국민의 힘으로 성취하는 것이 가능성을 높을 뿐 아니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세제 개혁과 복지정책이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 ‘법률’에서 분배의 정의를 위하여 부자의 재산은 가난한자의 재산의 4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최근 월스트리트와 국내 모 재벌 대표의 어마어마한 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2,500년 전의 철인의 지혜를 다시 한번 새겨볼 때다.

이집트의 파라오 아마시스(BC 569~525)는 “자신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거나 정당한 수입을 입증하지 못한 자”를 사형에 처했다. 솔론은 아테네에 이 제도를 도입하였고 ‘역사’의 저자 헤로도토스도 이를 지지하였다.

모든 사람이 최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에서 공동체의 복지가 최상에 이를 수 있음은, 아테네가 독재자로부터 해방되고 자유와 평등이 주어졌을 때 최강국으로 발돋움했음을 역사에서 증명해 보였다.

 

“얼지 않는 인정, 녹지 않는 추억”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만이 아니라 온 나라 방방곡곡의 삶이 이러하면 그곳이 바로 천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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