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달디 달았던 지난 열흘간의 연휴,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 아마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냈든 간에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라도 갖고 있을 터. 벌써부터 달력을 뒤적거리며 다음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기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연휴 막바지, 인천공항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귀국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여기에 나 있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흔히 ‘어디로 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다고들 하지만, 기자에게는 나와 ‘시간과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찾아 일정과 계획을 조율하는 것이 첫 번째로 어려운 일이다. “가자!”만 골백번 얘기하기를 수년째인 친구도 있으니 말 다한 거지(...) 이 또한 기자만의 고충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누군가’를 찾는 게 더 어렵다. 친구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 pexels / CC0 Creative Commons]

그래서 오늘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이런 번거로운 조율과정 모두! 생략하고 무작정 떠나고만 싶은 분들을 위해 ‘혼자여도 재밌고, 초보에게도 안전한’ 해외 도시 5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혼자는 처음인데 괜찮을까?’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오늘 포스트를 주목해 볼만하다.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안 좋겠냐만 [ pexels / CC0 Creative Commons]

 

■ 초보 여행자들의 입문 도시, 일본 오사카

주변에 여행 깨나 다녔다는 이들을 보면, 일본은 다들 꼭 한 번씩 거쳤단다. 그만큼 여행 난이도가 낮고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다는 뜻일 터. 도쿄,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일본하면 떠오르는 도시 이름이야 많지만 기자가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도시는 바로 ‘오사카’다.

오사카 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 goodfreephotos / CC0 Creative Commons ]

오사카까지의 비행시간은 2시간 남짓,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해외여행치고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때문에 3박4일, 2박3일 등의 짧은 일정에도 훌쩍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보이는가 ? 당신을 반기는 글리코상이?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먹깨비’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오사카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방투어다.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 같은 일본의 대표적 디저트부터 스시, 라멘, 돈카츠 등을 취향따라, 입맛따라 고를 수 있을 만큼 거리마다 맛집이 즐비해있다. “내가 한 먹성한다” 싶은 분들이라면 일단 오사카행 티켓부터 끊어놓자. 도톤보리에서 글리코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더 아름다운 오사카성을 감상할 수 있다 [ goodfreephotos / CC0 Creative Commons ]

Tip. 평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통해 일본 특유의 감성을 동경해왔다면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벚꽃 개화기’에 오사카로 떠날 것을 추천한다. 이 기간 일본 곳곳에서 벚꽃 축제를 누릴 수 있기 때문. 흩날리는 벚꽃잎 사이로 길을 따라 걷는 상상만 해도 이미 일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 여행 난이도 下下, 홍콩

홍콩은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너무 뻔해 본문에는 굳이 적지 않았다)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홍콩 역시 여행 난이도가 낮아 ‘혼여행족’의 발길이 많이 닿는 곳이다. 도시의 편리함과 중화권의 이국적 풍경을 모두 원한다면 홍콩으로 떠나길 추천한다. 중심가는 고층빌딩들이 즐비해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중국 느낌 물씬 풍기는 골목들과 마주할 수 있다.

홍콩은 트램도 2층짜리다. 이동할 때 2층에 자리를 잡으면 홍콩의 거리 풍경을 더 넓게 볼 수 있다.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홍콩은 버스, 트램, 지하철, 심지어는 단거리 선박까지 대중교통시설이 잘 구비돼 있고 나라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자라도 어디로든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2층 버스와 트램이 대중화 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옥색(!) 컵이 아이덴티티인 퓨엘의 아이스커피. 퓨엘 외에도 더아카데믹스와 커핑룸이 홍콩 3대 카페로 꼽힌다

특별히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홍콩 여행을 더욱 권하고 싶다. 홍콩과 커피라니, 언뜻 들어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홍콩 3대 카페의 커피 맛을 보게 된다면 여러분도 납득하리라 믿는다. 책 한 권과 향긋한 커피 한 잔이라면 혼자 여행을 떠나온 외로움도 금방 잊힐 것이다.

IFC몰엔 정말 없는 게 없는 거 같다. 하루 종일 이 안에서만 돌아다녀도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 [ 위키백과 / CC0 Creative Commons ]

모르는 분이야 없겠지만 홍콩은 세계의 다양한 브랜드숍들이 모여 있다. 세일 기간에 맞춰 여행을 간다면 유명한 브랜드 상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 할 수도 있겠다. 단, 7월에서 8월 사이 홍콩을 방문하는 것만큼은 되도록 피하시길 바란다. 찜통에 들어간 딤섬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야경의 도시, 싱가포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여기에 안전함과 깨끗함까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면 싱가포르로 떠나보자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혹시 당신이 혼자 떠나기 망설여지는 이유가 안전 때문이라면, 싱가포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싱가포르는 몇 년째 세계 치안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안전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어디 그뿐이랴. 화려한 야경과 다양한 먹거리,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해변 휴양지까지 이 나라가 가진 매력에 한 번 빠지게 된다면 아마 당신도 헤어나지 못할 것.

싱가포르의 상징물인 머라이언도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해진다는 사실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싱가포르는 야경의 도시라 불릴 만큼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나라다. 랜드마크로 꼽히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묵게 된다면 인피니티풀에서 수영하면서 싱가포르의 야경을 감상하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굳이 마리나베이샌즈가 아니더라도 도시 곳곳에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루프탑바들이 많으니, 미리 야경 스팟을 찾아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본토섬에서 센토사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바닥이 무려 유리(!)로 돼 있어 발아래 싱가포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칙칙한 도시에서 벗어나 해변에서의 휴양을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정도는 센토사섬에서 지내도 좋다. 센토사섬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섬으로 3개의 아름다운 해변과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어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꼽힌다.

센토사의 명물 ‘흔들다리’. 여행자들의 ‘포토 스팟’으로 알려져 있다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마음에 드는 해변에 자릴 잡고 바다 풍경만 감상하든, 바다로 뛰어 들어가든 아무렴 어떠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나홀로 여행의 매력 아니겠는가.

 

■ 배낭여행가들의 천국, 호주 시드니

시드니의 탁 트인 풍경과 마주한 순간 비행 10시간의 피로는 금새 달아나는 것 같았다고.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멀리 떠나도 괜찮다. 한국에서 꼬박 10시간, 말 그대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시드니는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수십 년째 배낭여행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다. 호주의 치안 역시 우리나라보다 좋은 편인데다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문제에서도 동남아 국가들보다 한결 나은 편이다.

비교적 파도가 센 편이라 서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본다이 비치.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시드니의 명실상부 랜드마크로 꼽히는 오페라하우스부터 호주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갭파크까지. 화려한 도시 풍경과 거대한 대자연경관 모두 한 도시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이 오랫동안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포트스테판은 사막과 바다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어 시드니 여행시 꼭 들러야 할 관광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나홀로 여행에서 가장 좋은 건 역시 내가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거?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다문화국가인 만큼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시드니 여행의 묘미로 꼽힌다. 까다로운 입맛 탓에 여행지에서의 식사가 걱정되는 분들도 시드니에서라면 걱정 없겠다. 일식, 양식, 중식, 한식, 타이요리, 인도요리 등등… 한 끼를 어떤 식사로 채울 것인지는 여러분의 자유다.

 

■ 낭만을 찾아, 포르투갈 포르토

포르토는 색채 높은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칙칙한 도심이 지겨운 당신에게 포르토를 추천한다. [ wikimedia / CC0 Creative Commons ]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 포르토. 보통은 단독 여행지보다 유럽 여행 중 들렀다가는 코스로 포르토를 찾곤 하지만, 누군가 유럽 도시 중 한 군데만 갈 수 있다고 한다면 기자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포르토를 꼽을 것이다. 이곳으로 향할 땐 굳이 세세한 일정을 짜지 않아도 좋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당신을 맞이할 테니.

렐루 서점. ‘해리포터’를 책으로 읽을 때 상상했던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hoto by Linusblanket17 on Flickr / CC0 Creative Commons ]

유명작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를 쓰는 데 감명을 줬다는 ‘렐루 서점’,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마제스틱’만으로도 포르토를 여행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꼽히는 ‘상벤투역’과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로 알려진 ‘임페리얼 맥도날드’까지, 포르토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관광명소들이 많다.

사방이 아줄레주로 가득한 상벤투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로 꼽히는 곳이다. [ wikimedia / CC0 Creative Commons ]

그 중에서도 혼자 포르토를 여행하게 될 당신에게 가장 추천하는 곳은 역시 두오루 강이다. 강변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낭만적이기 때문. 나홀로족 여행자들이 맥주 한 잔 들고 거리 악사들의 음악소리를 안주 삼아 강 너머로 저무는 석양을 감상하는 모습도 이곳에선 흔한 풍경이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낭만적일 것이다

포르토는 1년 내내 비교적 따뜻하기 때문에 준비만 됐다면 언제든 떠나도 괜찮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까지 직항으로 연결되는 비행편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어쩌면 여행은 이미 시작됐을지도?

물론 혼자 여행을, 그것도 해외로 떠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닐 테다. ‘혼자’, ‘해외’, ‘여행’ 하나하나 떼어놓고 봐도 모두 큰 결심이 필요해 보이는 단어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면 또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사실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마음먹기가 가장 어렵지, 한번 시작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 [ pxhere / CC0 Creative Commons ]

낯선 언어와 낯선 풍경 속에서 외로움과 심심함이 우리를 괴롭게 할 수도 있지만, 그 고독함만큼 더 깊고 자유롭게 여행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홀로 여행의 매력일 것이다.

스스로 깨우쳐 간다는 묘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는 건 덤이다. [ pxhere / CC0 Creative Commons ]

아버지는 말하셨다.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오늘부터 당신도 나홀로 여행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팍팍한 일상 속 작은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순간, 이미 당신의 여행이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 pxhere / CC0 Creative Comm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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