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정환선 칼럼] 전각의 꽃 ‘합각’으로 만나는 궁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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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정환선 칼럼] 전각의 꽃 ‘합각’으로 만나는 궁궐 나들이
  • 정환선 칼럼
  • 승인 2017.10.26 16:2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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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자연 친화적으로 잘 만들어진 궁궐 전각과의 만남은 어머니 품속과 같이 포근하고 아늑하여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궁궐 건축의 아름다움은 전각들의 화려한 꽃인 ‘합각’이 함께 어우러져 연출해내는 미적인 조화로움에 있다. 

비 개인 후 여러 가지 모양의 합각이 있는 지붕들이 안개를 헤집고 솟구쳐 마치 꿈틀거리는 용처럼 긴 호흡을 내놓는 장면은 한 폭의 동양화이자 천상의 모습이다. 이런 ‘합각’을 가진 전각들을 궁궐 담장 밖에서 들어다보면 그야말로 환상적이어서 절로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다.

창덕궁 1길 언덕에서 바라본 인정전 서편 합각과 서궐내각사
진선문 서궐내각사 합각 보현봉의 어울림. 사진촬영=길라잡이 이한복

궁궐 관람객 대부분은 궁궐 전각의 전면만 관람하고 쉬이 스쳐 지나가버려 궁궐의 진면목을 놓치기 쉽다. 제대로 된 관람은 느림의 미학으로 전각 앞을 지날 적마다 잠깐 멈춰 서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궁금한 점을 풀고 지나가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면 눈의 시선을 전각 옆면의 지붕 위쪽으로 올려보면 전각의 꽃인 아름다운 ‘합각’을 쉽게 찾아 감상 할 수 있다.

‘합각’(合閣)은 “팔작지붕 측면에 팔자(八字) 모양을 이룬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어떤 이는 ‘팔작지붕 측면에 비바람의 들이침을 막아주고자 서까래 위에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 헛집’이라고 정의한다. 궁궐전각은 대부분 매우 커서 이에 비례하여 합각과 합각벽도 동시에 커진다.  

합각은 창의적인 꾸밈이 다양하고 아름답다. 합각부분에는 누수나 거센 바람으로 지붕의 목재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손쉬운 수리를 위하여 통풍구와 출입문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박공널부분은 지네철, 방환, 까치발을 두었다. 

합각벽의 삼각형 벽체공간은 다양한 재료로 메우거나 재료를 쌓아 마감 처리한다. 궁궐 합각벽 대부분은 나무판과 졸대를 사용 판벽[板壁]으로 메워 마감 처리하였다. 동궐도 상에는 돈화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합각벽은 판벽[板壁]이다. 희정당처럼 벽돌, 흙, 기와를 사용하여 쌓기 처리를 한 경우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무늬로 마감 처리하여 사대부가나 민가의 집과 달리 권위와 엄숙함이 드러나도록 하는 점이 색다르다. 

궁궐 전각에서 합각벽에 벽돌과 기와 회를 사용하여 세련되고 아름다운 무늬로 꾸미고 치장하여 미적 감각과 건물사용주가 추구하는 의미를 부여하고자할 경우 설계 단계 시 미리 반영하게 된다.

합각의 구조와 명칭. 대조전 합각(왼쪽)과 인정전 합각

가. 합각벽 : 박공널 하단 삼각형 전체부분
나. 까치발 : 목기연이나 목기연개판의 처짐 방지를 위한 부재 
다. 박  공 : 지붕의 양쪽 끝 면에 ‘ㅅ’ 자 모양으로 붙인 건축부재
라. 방  환 : 박공널 면의 고정 못대가리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못 머리를 크게 장식하여 박는 못
마. 지네철 : 두 박공널을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철물인 꺾쇠 종류의 하나. 보통 조각된 얇은 철판을 붙이는데 그 모양이 마치 지네 모양 같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
바. 졸대목 : 풍판이나 판벽의 판자 사이사이 등에 대는 길고 얇은 부재
사. 합  각 : 박공널이 만나는 지점 좁은 의미의 합각, 주로 박공지붕(=맞배지붕)과 팔작지붕(=합각지붕)에 나타난다.

창덕궁의 궁궐합각 모양은 매우 다양한 가운데 큰 건물인 인정전 희정당 대조전 선원전 낙선재의 합각이 도드라진다. 합각벽에는 주로 담장 무늬에 많이 나타나는 “글·점·선 등을 엇갈리어 만든 추상적 무늬인 만자문(卍字紋)과 아자문(亞字紋)” 같은 기하문을 합각 가운데에는 수복강녕(壽福康寜), 부귀(富貴), 다남(多男), 만수(萬壽), 쌍 희(囍)등의 좋은 일을 상징하는 문자를 새겨 넣었다.

한옥은 건물자체를 통째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하인 1917년 희정당과 대조전 일원의 건물들은 대화재로 모두 불타 버렸다.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빠른 기간에 복구하고자 했던 일제와 이왕가는 1920년 경복궁 강녕전과 교태전 일원의 건물들을 옮겨와서 중창하였다. 현재의 희정당의 합각벽에는 편안할 강(康) 편안할 녕(寜)자가 전서체로 써 있어 경복궁의 강령전 건물을 옮겨왔다는 사실을 합각이 전하여주고 있다.

창덕궁에서 꾸밈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합각은 희정당과 대조전을 꼽을 수 있다. 두 전각의 합각 박공널위에는 방환과 지네철 외에 목기연 부재의 처짐을 예방하고자 예쁘게 단청한 까치발을 설치하여 미적인 감각을 더한 것이 특이하다. 

합각벽 안쪽에는 흙을 구워 네모지게 만든 벽돌을 쌓고 면을 회를 사용하여 깨끗하면서도 밝고 어두움의 비교를 살려 끝없이 연결된 '卍'자 문양을 새겼으며 가운데에는 수복강녕(壽福康寧) 가운데 한 글자씩을 가져다가 편안함과 장수 그리고 복을 기원하는 염원을 새기고 통풍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구멍이 뚫려 있다.

창덕궁 희정당 동편 편안할 강(康)자(왼쪽)와 서편 편안할 녕(寜)자. 사진촬영=길라잡이 성주경
대조전 서편 복 복(福)자(왼쪽)와 목숨 수(壽)자. 사진촬영=길라잡이 성주경

인정전은 ‘어진정치’를 펼치겠다는 임금들의 정치철학이 스며있는 정전이다. 합각의 박공널 위에는 방환을 일정한 간격으로 질서 있게 배열하였으며 박공널이 만나는 지점의 틈 사이를 연결하면서 널 사이의 간격을 숨기고 건물의 품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꺾쇠의 일종인 아름다운 모양의 지네철로 처리하였다. 

합각벽을 단순하고 근엄하면서도 권위가 넘쳐나도록 나무 널을 이어 붙인 나무판벽으로 졸대를 일정하게 배열하여 마감처리한 후 무늬장식을 하지 않고 사악한 기운과 재액을 물리치고자하는 염원으로 붉은색 단청 처리하였다.

서울의 5대 궁궐 중 경복궁 자경전은 팔작지붕의 합각벽과 꽃담이 단아하면서도 가장 잘 어우러지게 지은 건물이다. 이 건물은 흥선대원군이 조대비(=신정왕후)를 위하여 최고의 정성과 노력을 다하여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조대비(=신정왕후)는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 명복이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아래에서 왕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인물이기에 그도 그럴 법 하다.

경복궁 자경전의 아름다운 합각과 꽃담의 어울림

돈화문은 원래 선조41년(1606)에 재건되었다. 동궐도에는 처음엔 팔작지붕이었지만 현재는 우진각지붕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추해 보건대 건물을 수리할 돈이 부족했을 듯싶다. 돈화문을 팔작지붕으로 지어 합각벽을 만들었다면 왕실의 권위와 전체적인 궁궐의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였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서울의 5대 궁궐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오문 형태인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이 다음에는 합각벽이 있는 팔작지붕으로 수리되었으면 한다.

함박눈이 내리거나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아니면 안개가 궁궐을 감싸고 있는 흐릿하고 알싸한 날에는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궁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런 날 궁궐로의 나들이는 생의 가장 멋진 하루로 기억되질 추억 만들기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전각의 꽃인 ‘합각’을 함께 구경하는 것은 분명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어느 좋은 느낌 ‘팍’ 오는 날, 창덕궁 1길 고개에서 인정전 우뚝 솟은 합각을 바라보면서 사진 한 컷 찍어보시길 강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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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2017-10-27 10:13:20
잘 알지 못하고 무심히 보았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궁궐사랑 2017-10-26 21:40:34
제일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느꼈어요.
합각과 기와지붕에서 더 한층 한옥의 매력으로 눈앓이를 경험합니다.

김주원 2017-10-26 19:44:51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김주원 2017-10-26 19:42:37
좋은 글.감사합니다~ 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