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곡 김중경

최근에 필자를 찾아온 茶人 한 분으로부터 품명(品茗)에 적합한 찻물의 농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함께 차를 마시던 몇 분과 더불어 논하던 바를 정리해 볼까 합니다.

 

어떤 분들은 농차(濃茶)가 품명에 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대략 150cc정도의 물에 8~10g의 차를 넣어 3분 이상은 우려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유용한 차 물질들을 비롯해서 차에 침투한 나쁜 요소들에 이르기까지 차 안의 모든 성분들이 충분히 용출되어 나오기 때문에 잘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차에 대한 개인의 기호는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찻물의 농도를 특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사료 되는 바 이는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선택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정확한 품명을 위해 담차(淡茶)를 권합니다.

제 사무실 인근에는 꽤 큰 규모의 함흥식 냉면집이 있습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차인들은 장시간의 飮茶에 대비해, 오시기 전 대개 미리 식사를 하시고 옵니다만 때로 식사를 미리 하지 못한 분들께선 집근처의 냉면집에 들러 식사를 한 후 차방에 들어오시는데 그런 분들 중엔 때로 차를 마시면서 차 맛을 못 느끼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경우는 십중팔구 비빔냉면이나 회냉면을 드신 걸로 확인이 됩니다. 강한 양념에 감각 기관이 마비되어 차 맛을 느끼기 힘들게 된 경우입니다.

음식의 맛은 일반적으로 좋은 재료에 다양한 양념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만들어 진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너무 강한 양념을 하게 되면 원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기 힘든 것처럼 너무 진하게 우러난 차 성분들에 감각이 마비되어 그 차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과 향뿐만 아니라 꼭 잡아내야할 대상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 손님 대접 한답시고 좋은 차를 내어 욕심이 앞서 상대방의 입맛을 의식해 강하게 우리다 보면 오히려 차 맛을 버리게 되는 경우를 허다히 경험하곤 합니다.

 

따라서 필자는 효과적인 품명을 위한 방도로 담차를 권합니다. 150cc 정도의 물에 3~5g이면 적당합니다. 엷은 찻물 속에도 감지해 내기에 충분한 맛과 향뿐 아니라 차 성분 및 색출해 내야할 모든 것들이 용출 되어 있는 것이죠. 게다가 그러한 것들을 읽어내는 것을 방해할 요소들이 없다면 품명이 훨씬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비유컨대 100마리의 잉어가 들어 있는 연못 안에 섞여 있는 붕어 한 마리를 발견하기가 쉬울까요, 아님 10마리 속의 한 마리를 찾아내는 게 쉬울까요?

일본의 잇큐 선사가 쓴 선시 속에 암유(暗喩)하고 있는 내용이 이 논의에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다. 그러나 보라, 봄이 오면 얼마나 많은 벛꽃이 피어나는가?”

요컨대, 찻물의 농도에 관한 문제는 차의 종류 및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개인의 기호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한 주장이나 방법에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마셔본 연후에 개인의 취향에 더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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