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선고 후 면책 불허자는 면책돼야!”

“차라리 감옥(監獄)에”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니스트= “차라리 날 감옥에다 넣어주세요.” “이게 무슨 고문이요.”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을 거외다.” “물고문 전기고문 등만 고문입니까? 이건 사람으로 살 수 없는 고문입니다.” 등 이 절규의 소리는 파산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람답게 살지 못해 울부짖는 소리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 생활 중에서 캡처>

이곳저곳에서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해 달라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소리를 들어 주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도 없다. 아무리 절규를 해도 그냥 흘러 지나갈 뿐이다. 이들의 생활은 가족을 만나고 싶어도 맘대로 만날 수도 없으며 친구와도, 지인들과도, 친지들 등도 이들에게 따스함의 눈길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다시 말하면 이들도 한때는 경제활동을 하며 소비를 해서 한국 시장경제에 한구석에서 일조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IMF나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어느 한순간에 잉여 인간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창업을 하고 열심히 일하다 국가적 국제적 위기를 맞아 망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흥청망청 돈을 쓰고 도박을 하거나 유흥으로 탕진 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다수는 착실한 채무자들이다. 어떤 식으로 미화하든 이들은 결국 “인간도 아닌 파산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제도권인 법원의 도움을 받아 재기의 기회를 얻고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파산 면책을 신청했다가 파산은 선고받았으나 면책을 허락받지 못해 사회에서 소외되고 진짜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는 애달픈 사람들의 말하는 것이다.

“잉여인간(剩餘人間)”

오늘은 이 사회에서도 버림받고 전전긍긍하다 마지막으로 손 내민 사법부에 마저 버림받은 사람들, 사회에서 엄연히 인간으로 존재함에도 존재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잉여=투명 인간에 대해서 기술적인 면 즉 법의 해설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제외하고 현실적인 이들의 삶의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세상에도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구나.” 그냥 그렇게…….

<사진 서울회생법원 홈페이지 캡처>

우선 대략 20여 년 정도 사회를 떠돌며 죽음마저도 허락지 않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대다수 파산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젊은 시절 창업을 해서 활발한 사회 활동과 경제력을 지녔으나 IMF 터널 끝자락에서 견디지 못하고 망한 기업인이다. 그는 재기를 위해 제도권인 파산법원에 도움의 손을 내밀었으나 파산법원은 그에게 파산은 선고받았지만, 파산관재인의 농간으로 면책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잉여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전략) 무슨 지네(파산관재인)가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렇다고 춥고 배고프고 없는 사람을 그렇게 하찮게 대하며 업신여기느냔 말입니까? 그 많은 파산관재인 비용을 착복하면서 신청자를 대하는 태도는 아주 가관이지요. 예컨대 ‘없는(파산) 놈이 이 돈(관재인 선임비용)이 어디서 나왔느냐? 변호사 비용(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기 위해 선임하는 변호사 선임비용) 등은 어디서 나왔느냐?’라며 노골적으로 창피를 주며 자존심에 마저 손대기도 합디다.”

여기서 잠깐 인터뷰에 응한 이 사람이 개인파산을 신청할 당시의 파산관재인 비용은 건당 200만 원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건당 파산관재인 비용은 30~40만 원 정도이다.

“할 말이 없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줘요. (중략) 내가 비록 망하긴 했지만, 채권자의 돈을 떼먹으려고 고의로 파산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채무를 갚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할 수가 없어 제도권에 손을 내민 것이거든요. (중략) 차라리 채권자가 채무를 독촉하거나 협박하거나 가족들을 위협하지만 않았더라도 또 모르죠. 하지만 이들은 저의 집과 가재도구는 물론이고 주방 도구까지 몽땅 경매 처분하고 인정사정없이 길거리로 내몰았거든요. (어느새 말문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물 한 모금을 마신다.)”

힘들어 보인다. 괜히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괜한 옛이야기를 들춰내서요. 힘드시면 안 해도 됩니다.”

“아녀요. 아녀요. 괜찮아요. (계속) 그러다 보니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중고등 학생이 된 아들딸은 반항하기 시작했죠. 어떻게 잡을 수가 없었어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채권추심회사의 만행은 아주 악랄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이야 제도적으로 많이 순화됐지만, 그땐 채권추심원들은 채무자니 가족이 조그마한 허점이나 약한 모습만 보이면 집에 신발도 벗지 않고 들어오고 난동 등을 피웠어요. 아주 인정사정 같은 건 볼 수가 없었으니까요.”

“(계속)이 모진 시간이 겪다 보니 집(아내)사람이 독해지더랍니다. 그래서 그들(불법 악덕 채권추심회사)을 상대로 법적인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나니 뜸해지고, 자식들하고 먹고는 살아야겠다는 각오로 일을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다시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지요. 그땐 모든 것을 다 뺏긴 상태고 친정 가족들이 돈을 모아 조그마한 단칸방을 얻어줘서 안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진다)” 
 
- 중략-

“(계속) 물론 저는 가족들에게도 들어가지 못하고 고시원으로 떠돌아다니며 살았고 지금도 가족들에게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회에 버림받은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그런데 지금부터가 기가 찰 노릇을 당한 겁니다. (후략)”

열흘도 아니고 대략 10년간을 투명 인간으로 떠돌며 할 일을 찾아다녔단다. 이때만 하더라도 개인파산 제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 제도권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개인파산과 회생에 관한 법률(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있다는 것을 늦게 알았지요. 그래서 당시 한 법조인을 찾아가 안내를 받고 파산을 신청해서 법원의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이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죠. 나도 다시 내가 가진 재능을 다시 펼치며 사회에 봉사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소비 활동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적당한 소비는 서민경제의 활력소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기쁨도 잠시 법원은 파산관재인 선임 명령을 했어요. 관재인비용이 자그마치 200만 원……. 돈 없어 파산 신청했는데 또 빚내서 관재인비용까지도 내야 했어요. (중략) 참~ 미치죠. 제가 선택 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 하든지? 말든지? 두 갈래 길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 어떻게 했어요?) 했죠. 빚내서요. 친척한테 가서 사정사정하고 두 손을 모아 빌고……. 비참해서……. 야 튼 파산관재인 비용을 법원에 냈어요.”

“그런데 웃기는 건 말입니다. 파산관재인 이란 놈이 하는 말이 걸작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네한테 준 관재인비용 200만 원이 어디에서 낫냐는 겁니다. 한참 말문이 막혀 말을 못 했어요. 돈을 빼돌리고 고의적인 파산을 신청했으니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정말 패버리고 싶었습니다. (후략)” 

더는 말하기 힘들고 싫다고 해서 중단했다. 참 많이 고통스럽고 식겁도 했던 모양이다. 다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결론만 말했다. 

법원은 파산선고를 내렸는데 면책은 불허됐단다. 아마도 파산관재인과의 60일 동안의 조사에 상당한 위협과 과도한 자료요구 등으로 실랑이가 있어 괘씸죄에 해당한 것 같다고 말하며 아직도 그 파산관재인을 잊지 못하고 주먹만 몇 번씩 쥐고 있다며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거리의 노숙자들>

“파산자에게 가하는 고문(拷問)”

그건 그렇고 인터뷰에 응해준 몇 사람의 이야기는 더 계속 이어 나간다. 대략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전략) 말하기도 창피합니다. 제 몰골을 좀 보세요. 차라리 감옥에 라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한참 말이 없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그긴 밥도 주고 입을 옷도 주고 잠잘 공간도 있잖아요. (........) 이런 이야기는 몇 번이고 한 적이 있지요. 우리 같은 사람 더 고문하지 말라고요. 사실 파산관재인이라는 사람이 이것저것 사돈에 팔촌까지도 파고 또 파고 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조사를 다 해놓고……. (크게 한숨을 쉰다)”

-중략-

“(계속) 사실상 파산선고가 나면 면책은 되어야 해요. 파산관재인은 무슨 사명을 가지고 채무자들을 괴롭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건 고문이거든요. 법원에서 파산을 선고하면 사실상 파산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책을 불허하고 있어요. 이렇게 발이 묶여 사회 활동은커녕 경제활동도 못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여기서 잠깐 기술적인 면을 살펴보면 한번 개인파산/면책을 신청해서 파산만 선고받고 면책이 불허될 경우나, 또는 파산 면책이 둘 다 불허가될 시에는 신청자는 재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또 10년을 기다려야 한단다.

다시 정리해 보면 파산/면책이 둘 다 불허가되었다면 그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파산은 선고됐는데 면책이 되지 않아 10년을 다시 기다린다면 이건 반드시 법적인 변화가 있든지 아니면 면책 불허자를 면책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면 파산법원에서 파산관재인을 통해 조사하고 또 조사해서 파산이 선고됐다면 그 신청자는 이미 말 그대로 파산상태인데 굳이 더 잡아서 고문한들 뭐가 나오냐는 것이다. 

“(계속)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을 받지 못해 사회를 떠돌아다니는 투명 인간들, 다시 말하면 나머지(잉여) 인간들을 더이상 고문하지 말고 면책을 시켜 사회 활동이나 경제활동을 시켜야 국가나 사회나 여러모로 이익이지 않겠습니까?”

이같이 유사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을 수가 있었다. 파산선고는 받고 면책을 허락받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젊으면 젊은 대로 나이가 들면 든 대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건 고문이고 학대다. 물고문이나 정신적 신체적 고문보다 더 가혹하다.”라며 법원의 제도 개선과 파산관재인의 질적인 교육을 말하며 지적하고 있다.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고 손과 발 등이 다 움직이며 사지가 멀쩡한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떻겠습니까? 혹 상상이 가십니까? 비록 채무이행을 하지 못한 죄를 짓기는 하였으나 이렇게 사지를 묶어 놓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더 늦기 전에 재기의 기회를 한 번이라도 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두 손을 모으는 한 노인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된다.

“잉여인간(剩餘人間) ⓶, 빈대 몇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어”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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