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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밤하늘의 영웅담영웅 페르세우스와 가을철 별자리들에 얽힌 설화

[공감신문 교양공감] 가을 하늘은 참 맑고 푸르다. 시리도록 파아란 그 하늘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도 청명해지는 것 같다. 요즘은 미세먼지다, 가을 황사다 말이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의 가을 하늘은 맑고 높은 것 같아 다행이다.

가을=캠핑의 계절. 아닙니까?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또, 스산해지는 가을 날씨는 두터운 옷을 껴입고 야외활동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그래서 유달리 봄, 여름, 겨울철에 비해 가을에는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많고, 가벼운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낮의 바깥 활동을 즐겨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으슬으슬하게 추운 밤, 따끈한 코코아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을 하늘은 낮이건 밤이건 높고 푸르니까.

한 낮의 파르란 하늘 말고도, 가을의 짙푸른 밤하늘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매력을 빛나게 해 주는 것들 중 하나는 짙푸른 장막 위에 알알이 수놓인 ‘가을의 별자리’일 것이다.

고대의 사람들은 저 별 하나 하나에 각각의 이야기, 설화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보통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신, 영웅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런데 특히 가을 밤하늘에 뜬 별자리들은 대부분이 영웅 ‘페르세우스’와 관련된 얘기다. 흔히 별자리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이런 저런 이름들이 중구난방으로 등장해 복잡하기 마련인데, 가을철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대부분이 페르세우스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얽혀있기에 쉽사리 이해할 수도 있겠다.

오늘은 그 영웅, 페르세우스와 여러 별자리들에 얽힌 조금 신비롭고 아름다운 설화들을 들려드리겠다. 이제 제법 날씨가 추워졌으니, 두툼한 담요를 두르고 가까이 앉으시길. 따끈하게 우려낸 차 한 잔 들고 오시는 것도 좋겠다.

우리와 같은 듯 다른 밤하늘을 보면서, 옛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고 상상했을까?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가을철, 가녀리게 깜빡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그리고 별자리들을 교양공감팀과 함께 살펴보자. 별의 밝기가 어떻다던가, 우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있다던가 하는 얘기도 좋지만,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 페르세우스의 족적을 따라가 보면서 가을철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 될지 모른다. 또 모르지 않나, 잘 들어뒀다가 훗날 모닥불 앞에 앉아 여러분의 연인, 자녀에게 들려줄 수 있을지도.

물론 가을철에 보이는 별자리는 대체로 다른 계절에 비해 밝은 별이 없어 관측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희미하게 명멸하는 가을밤의 별들은 또 제법, 그 나름의 운치가 있겠다. 가마안히 밤하늘을 유심히 살펴보아야만 별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 그 찾는 시간의 고요함은 가을에 퍽 잘 어울릴 터다.

 

■ 가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 페가수스 자리

날개 달린 건 페가수스, 뿔 달린 건 유니콘. 다릅니다, 달라.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봄, 여름철에 보이는 별자리들은 각 계절별 거대한 삼각형을 찾는데서 시작된다. 봄에는 ‘아르크투루스’와 ‘데네볼라’, ‘스피카’를 이으면 ‘봄의 대삼각형’이 되고, 여름에는 ‘데네브’와 ‘직녀성’, ‘알타이르’를 찾으면 백조자리, 독수리자리, 돌고래자리 등 여름철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식이다.

페가수스 자리의 몸통에 해당하는 사각형이 바로 가을의 대사각형이다. [Wikimedia]

그런가하면 가을에는, 가을철 별자리를 찾기 위해 먼저 페가수스 자리를 찾아야 한다. 페가수스 자리의 네 별을 찾아 이으면 그것이 곧 ‘가을의 대사각형’이 된다. 앞서도 설명했듯, 가을의 밤하늘은 다른 계절에 비해 밝은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페가수스 자리만큼은 그나마 쉽게 관측할 수 있겠다.

날개 달린 말을 뒤집어놓은 형태의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 메두사의 목을 베어 죽일 때 나온 피가 바다에 떨어져 태어났다고 한다. 고대 사람들은 이 별자리가 페가수스가 놀라 앞발을 들어 올린 모양이라고 여겼는데, 페가수스가 ‘놀란 모습’으로 하늘에 남아있는 까닭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페가수스가 벨레로폰을 태우고 날다 화들짝! 놀란 모습. [Wikimedia]

벨레로폰이라는 한 영웅은 아테네의 도움으로 페가수스를 자신의 말로 삼고, 그 기운으로 승승장구하며 키마이라를 비롯한 여러 괴물들을 무찌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도 인간이었는지라, 계속되는 승리에 오만에 빠지고 종국에는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게 됐다.

오만이 극에 달한 그는 결국 페가수스를 타고 신의 영역인 하늘로 올라가게 됐는데, 그의 오만함에 분노한 제우스가 벨레로폰을 벌하기 위해 페가수스를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벨레로폰을 태운 페가수스는 놀라 그를 떨어뜨렸고, 땅으로 떨어진 벨레로폰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됐다. 고대인들은 제우스에 의해 깜짝 놀란 페가수스의 모습을 하늘 위 페가수스 자리로 표현한 것이다.

저게 어디가 페가수스 모양이냐고? 원래 별자리는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듯... [Photo by fdecomite on Flickr]

이렇듯 페가수스 자리는 날개 달린 말이라는 영물에 대한 신비로움, 그의 놀란 모습 등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을철 천문 관측을 도와주는 길잡이의 역할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가을 별자리다.

 

■ 집 나간 개념들의 집합소, 안드로메다 자리

철 없는 어머니의 '딸 미모 자랑'으로 위기에 처하는 안드로메다 공주. [영화 Clash of the Titans 장면]

네티즌들 중 흔히 무개념인 사람들을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다’고들 말한다. 아무 생각 없거나 무례한 이들은 개념 따위 ‘머나먼 우주 저 편’으로 보내버린 게 아니냐는 식의 표현이다. 뭐, 그들의 집 나간 개념이 몰려 있어서일진 몰라도, 어쨌거나 안드로메다 은하는 가을철 관측되는 천체 중에서도 상당히 밝은 축에 속한다. 그리고 그 은하와 맞닿아 있는 별자리는 ‘안드로메다 자리’가 있다.

설화 속 안드로메다는 에티오피아의 공주다. 그것도 창작물에서는 제법 고리타분한 설정, ‘위기에 처한 공주’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녀는 부모의 ‘입방정(?)’ 때문에 위기에 빠지게 된다.

안드로메다 자리는 안드로메다 공주가 묶인 채 놀란 모습을 하고 있다. [Wikimedia]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의 아내 ‘카시오페이아’는 온 동네에 딸의 미모를 자랑하고 다녔다. 그 자만심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결국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딸보다도 아름답다는 망언 아닌 망언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 속 다른 여느 신들처럼, 포세이돈도 그리 대인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포세이돈은 카시오페이아의 입방정에 분노해 에티오피아 해안에 재앙을 일으켰고, 나라를 구하고 싶다면 공주를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한다. 으휴, 쪼잔하기는!

어쨌거나 딸 사랑이 지극하신 어머니 카시오페이아 때문에, 안드로메다 공주는 바다 위의 바위에 묶여 괴물 고래에게 잡혀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도 등장했던 영웅 ‘페르세우스’가 그야말로 ‘지나가다가’ 그녀를 발견한다. 아, 절묘한 타이밍!

괴물 고래와 싸우는 페르세우스와 묶여있는 안드로메다 공주. [Perseo y Andromeda]

메두사를 무찌르고 지나가던 페르시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괴물을 무찌르고 그녀를 구한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은인인 페르세우스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 둘은 결혼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는 그리 흔치 않은 ‘해피 엔딩’ 사례인 셈이다.

케페우스 자리, 페르세우스 자리, 카시오페이아 자리, 그리고 안드로메다 자리. 야! 명절 귀경길 밀릴 걱정 없겠다! [Wikimedia]

안드로메다 자리의 근처에는 그녀를 애초에 위기에 빠지게 했던 입방정의 주인공, 어머니 ‘카시오페이아’ 자리가 있다. 또, 그녀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남편이 된 ‘페르세우스’ 자리도 가까이에서 관측된다. 이쪽 일가는 비극적이고 서글픈 숙명을 지닌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 중에서도 나름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고 하니,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납득이 간다.

 

■ 밤하늘의 별이 된 영웅, 페르세우스 자리

메두사의 목을 자른 것으로 유명한 영웅 페르세우스. [페르세우스 동상 / Wikimedia]

자, 앞서 소개한 두 별자리 모두 적건 크건, 영웅 페르세우스와 관련이 있다. 또, 뒤이어 소개할 고래 자리도, 케페우스 자리도 마찬가지로 페르세우스와 연관점이 있다. 이쯤 되면 영웅 페르세우스가 곧 가을철 밤하늘의 수호자인 셈이라 봐도 과언은 아니지 않을까?

페르세우스 자리는 가을과 겨울철 북쪽 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 페르세우스는 헤라클레스와 더불어 그리스 신화에서는 손꼽히는 양대 영웅 중 하나다. 신화 속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혈통을 이어받은 아들로, 메두사를 무찌른 업적이 가장 유명하다.

진짜 자랑스러웠나보다, 별자리가 될 때도 메두사 머리는 꼭 챙기는 걸 보면. [Wikimedia]

고르고 세 자매 중 막내인 메두사는 아테나의 신전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정을 통한 죄로 다소 끔찍한 벌을 받는다. 자신의 신전을 더럽혔다며 분노한 아테나에 의해 흉측한 얼굴, 독사의 머리카락을 가지게 되고, 그녀의 얼굴을 보면 누구든 돌이 된다는 저주를 떠안게 된 것. 이로 인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어버렸다.

메두사는 알려진 이미지완 달리 상당히 불쌍한 인물이다. [Wikimedia]

그런 그녀를 페르세우스가 굳이 찾아내고, 목을 베어버린 이유는 어머니 ‘다나에’ 때문이란다. 애초에 다나에는 그리스 남부 아르고스 왕국의 공주였는데, 제우스가 그녀의 미모에 반하게 된다. 그리하여 다나에는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허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르고스 왕국의 왕, 아크리시우스는 훗날 자신이 자신의 손자로 인해 죽게 될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고, 이 때문에 페르세우스를 두려워해 그의 딸 다나에와 함께 왕국에서 쫓아낸다.

[Danae and the infant perseus cast out to sea by Acrisius / Giorgio Ghisi & Giulio Romano / Wikimedia]

다나에는 페르세우스와 함께 세리푸스 섬에 정착했고, 15년 동안 페르세우스를 기른다. 하지만 15년의 세월도 다나에의 아름다움을 뺏을 수는 없었는지, 세리푸스 섬의 왕 폴리데크테스도 다나에의 미모에 반하고, 왕은 둘 사이에 방해꾼 같은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를 처단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페르세우스의 모험담들은 다나에의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정녕 엄마가 예쁘면 아들이 고생하는 법인가!(헛소리)

 

■ 명령에 따랐을 뿐인데… 고래 자리

비운의 희생양, 괴물 고래의 고래 자리. [Wikimedia]

이미 한 번 언급했듯, 가을철 밤하늘에 뜬 별자리들은 흡사 페르세우스의 일대기를 보는 것과 다름없다. 나름 넓게 분포하고 있는 이 고래 자리 역시 페르세우스의 모험담 속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앞서 소개한 안드로메다 자리의 이야기 속에서,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이아는 포세이돈의 분노를 샀다고 전해드렸다. 바로 그녀의 지극한 딸 사랑, 또는 입방정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포세이돈은 에티오피아 해안에 재앙을 일으켰는데, 그 재앙 중 하나가 바로 괴물 고래 ‘케투스’다.

고대인들이 상상한 괴물 고래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고래와 상당히 다를 듯. [Wikimedia]

포세이돈의 명령에 따라 에티오피아 해안을 습격한 괴물 고래 케투스는, 이름대로 ‘그냥’ 고래가 아닌 ‘괴물’ 고래인지라 해안을 습격한 것만으로도 나라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에티오피아 왕과 왕비는 아름다운 딸 안드로메다 공주를 괴물 고래에게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고래 혐오를 멈춰주세요! 부들부들. [Perseus Frees Andromeda / Piero di Cosimo / Wikimedia]

괴물 고래는 바쳐진 제물을 잡아먹기 위해 신이 나서 안드로메다 공주가 묶인 바위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아뿔싸, 이때 우리의 먼치킨 영웅 페르세우스가 등장한다. 마악 메두사의 머리를 ‘쓱싹’하고 지나가던 페르세우스는 그 머리를 이용해 괴물 고래를 돌로 만들었다. 포세이돈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건만 돌이 돼 버린 케투스의 운명은 측은하고 불쌍하게 들린다.

인성, 아니 신성 '오지고 지리는' 포세이돈…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이 불쌍한 케투스를 별자리로 남긴 이가 누군지는 설화마다 다르게 얘기하고 있다. 먼저,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다 돌이 된 케투스를 가엾게 여긴 포세이돈이 직접 별자리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고, 페르세우스가 케투스를 별자리로 남겼다는 얘기도 있다. 전자라면 몰라도, 후자라면 그야말로 페르세우스가 ‘병 주고 약 주고’를 다 한 셈이고, 포세이돈의 인성, 아니 신(神)성이 바닥이라는 얘기겠다. 자기 명령을 따르다 죽은 부하를 기리지도 않았단 소리니까.

 

■ 가을밤, 하늘을 올려다보자

별이 없다고 아예 잊고 살진 말자. 또 모르잖아. 언젠가 발견할지도.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한땐 우리 머리 위에 컴컴한 먹지가 아닌, 빼곡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은? 글쎄, 도심지에 사시는 분들은 밤하늘을 아무리 올려다봐도 별을 보기 쉽지 않으실 게다. 기자도 잘 안다. 서울에서 별을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도시 개발로 인한 빛 공해, 환경오염 등 여러 이유로 우리는 빛나는 별들을 잊어, 아니,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아주 가끔, 밤하늘에 깜빡이는 인공위성이나 비행기 불빛을 봐도 마치 별을 본 것처럼 반가울 때가 있다. 반대로 별을 보고서 별이라고 생각지도 못하는 일도 종종 있다. 어쨌거나, 그만큼 우리는 도심 속에서 별을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래도, 기자는 여러분이 아무리 컴컴한 밤하늘이라도 가끔은 올려다 봐주셨으면 한다.

물론 가을철에는 대체로 다른 계절에 비해 밝은 별이 없어 별자리 관측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희미하게 명멸하는 가을밤의 별들은 또 제법, 그 나름의 운치가 있겠다. 가마안히 밤하늘을 유심히 살펴보아야만 별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 그 찾는 시간의 고요함은 가을에 퍽 잘 어울릴 터다.

도심지 외로 벗어날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쯤 보시길... 서울에선 결코 못 볼 별의 향연이 펼쳐질테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열심히 살펴봐도 별을 못 찾으면 또 어떤가. 낮 동안 뻣뻣하게 굳었을 여러분의 목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그 나름 좋은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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