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에서 탈출할 시간 얼마 안 남아”…규제개혁 시 민간 전문성 충분히 반영해야

[공감신문] 우리나라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국내 경제가 중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신속한 대응이 따르지 않는다면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국내 경제가 중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어 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수, 연구원,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자, 금융업 관계자 등 경제전문가 489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88.1%가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냄비 속 개구리는, 끓는 물속에 개구리를 넣으면 놀라서 바로 튀어나와 살 수 있지만 개구리가 들어있는 냄비 속 물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죽게 된다는 동물 연구 결과에서 유래한 비유다. 

최근엔 해당 연구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미국 경제 상태를 개구리에 빗댄 이후부터 냄비 속 개구리는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 제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응한 전문가 중 63.8%는 한국경제가 냄비에서 탈출할 시간이 길게는 3년, 짧으면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규제개혁 성과가 저조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전체 응답자 중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이 규제개혁 측면에서 뒤쳐져 있는 것으로 봤다. 응답자 중 35%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규제개혁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고 봤고, 42.9%는 약간 저조하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개혁이 저조한 주요원인으로 꼽힌 것은 ▲규제개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정부의 의지 부족 ▲정치권의 의지 부족 ▲기득권 세력의 반발 등이었다.

이수일 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2일 KDI 대회의실에서 ‘혁신 성장의 키워드 : 규제개혁’을 주제로 개최한 출입기자 상대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소개하며 규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장은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생산자·소비자의 역할을 무시하고 정부가 총체적인 관리를 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지만, 정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책 설계 시에는 어떤 식으로든 민간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이 2일 KDI 대회의실에서 '혁신 성장의 키워드 : 규제개혁'을 주제로 열린 출입기자 상대 정책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또 민간을 배제한 정부주도의 정책 결정·규제가 만연한 이유 중 하나로 공직사회의 문화를 꼽으며 “공무원 사회가 칭찬·보상보다는 비판·비난·처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봤다. 

김주훈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인사제도상 “문제가 터지면 당장 좌천이지만 잘해도 보상이 없다”며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진급, 승진, 처벌, 감사 등의 공무원 인사제도 문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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