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전시 중단, '표현의 자유' 기회 닫혀버리고 말았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일본 국제예술제인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4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됐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은 ‘표현의 부작용, 그 후’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부터 가벽이 설치되고 관계자 4명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했다.

이번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 등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을 모아 선보였지만 일본 정부의 압력과 우익 성향 시민의 사무국 집단 항의가 이어지면서 개막 사흘 만인 3일 전시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이같은 사태에 대해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 1면 보도를 통해 일본 정치인의 압력 행사와 우익단체의 항의에 대해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의 ‘표현의 부자유전 중지’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선 소녀상 외에도 헌법 9조를 주제로 한 일본의 전통 시가 하이쿠, 히로히토 전 일왕을 포함한 초상이 타오르는 듯한 영상작품 등 각 미술관에서 철거된 작품들이 선보였다.

아사히는 "전시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비열한 협박성 전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찬반이 있겠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 기회가 닫혀버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전시 개막 후 전화와 이메일 등 1400여건에 대한 항의가 들어왔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소녀상에 대한 것이고, 40% 정도는 히로히토 전 일왕을 상기시키는 작품에 대한 것이었다.

쓰다 감독은 "전시 중단이 작가의 승낙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도 소녀상 전시 중단 소식과 전시를 계속해야 한다는 일본펜클럽의 성명 내용을 1면에 전했다.

작가 기타하라 미노리 씨는 도쿄신문에서 전시 중단에 대해 "역사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불관용을 나타내고 있다"며 "인권의식이 없는 국가라는 점이 세계에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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