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 “프랑스어, 치명적 위험에 처해” vs 페미니스트 “학술원, 발전에 저항하고 여성 모욕”

프랑스 초등 교사 314명은 "프랑스 문법은 성차별적이다. 이 같은 문법 체계는 17세기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언어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프랑스어는 성(性)을 구별한다. 일반적으로 남성 명사에 특정 어미를 붙여 여성형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남성형 명사가 여성형보다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남성 명사만 있는 단어도 있어 ‘성차별적 언어’라 불리기도 했다.

이에 남성 중심의 프랑스어 문법과 철자법을 바꿔 글쓰기에서 ‘남녀평등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포괄적 맞춤법'(Ecriture inclusive)’이라는 성중립 철자법을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성중립 철자법은 처음에는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반영되면서 언어 전통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 현대화주의자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온라인 잡지인 슬레이트 의견란에 프랑스 교사 314명은 “프랑스 문법은 성차별적이다. 이 같은 문법 체계는 17세기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언어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어는 성(性)을 구분하여 '성차별적 언어’라 불리고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현재 프랑스어는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을 묶어 ‘친구들’이라 표현할 때, ‘친구’의 남성형 ‘ami’에 복수형인 ‘s’를 붙여 ‘amis’라고 쓰며, 여성형 복수 ‘amies’는 친구 중 남성이 없을 때 사용된다. 

반면 성중립 철자법은 가운뎃점을 이용해 남성형과 여성형을 함께 표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친구들’은 항상 ‘amiㆍeㆍs’로 표기한다.

최근 성명에서 프랑스어 수호기관인 프랑스학술원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이 새로운 방식은 읽고 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포괄적’ 일탈 앞에서 프랑스어는 치명적인 위협에 처해있다”며 “국가는 미래 세대에게 책임이 있다”며 성중립 철자법에 대해 반대했다.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도 이 표기법에 대해 “프랑스어에 대한 반복되는 공격”이라 말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학술 단체로, 문학상을 수여하고 프랑스어 사전을 편찬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하지만 한 프랑스 페미니스트 운동가는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언어의 진보와 새로운 발전을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발전에 저항하고 여성을 모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직업명에 여성형을 도입하려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프랑스 국가기관인 성평등최고위원회도 “남성형 어미의 압제를 몰아내야 한다”며 성중립적 언어를 지지했다. 

한편, 현지 일부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움직임들을 반영해 내년부터 가운뎃점을 칠 수 있는 키보드를 판매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