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없이 보관해 둔 항생제 임의로 먹은 적 있다’는 답변도 18.5%…“오남용 심각”

[공감신문] 우리나라 국민 절반정도는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정도는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전국 20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6.4%였다. 또 ‘항생제 복용 기간 중 증상이 좋아지면 처방된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해도 된다’고 오해하는 이들도 67.5%에 달했다. 

이외에도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아니라 사람에 생긴다’(37%), ‘감기로 진료 받을 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 적이 있다’(3.5%) 등 항생제 복용에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열이 날 때 의사에게 진료 받지 않고 집에 보관해 둔 항생제를 임의로 먹은 적이 있다’(18.5%)는 이들도 있었다.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항생제는 미생물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질로 다른 미생물의 성장이나 생명을 막는 물질이다. 때문에 바이러스로 생기는 감기의 치료약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처방된다. 

또 의사나 약사의 조언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남은 항생제는 보관하지 말고 처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항생제는 바이러스로 생기는 감기의 치료약으로 쓰이는 것이 아닌,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다.[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내성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한 의사 8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7.45점으로 나타났다.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이유로는 ‘환자 상태가 악화할 것이 걱정돼서’(45.9%)로 가장 많이 꼽혔으며, ‘환자의 요구 때문에’(36.1%)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환자에게 설명할 시간이 부족해서’(5.9%), ‘추적 관찰이 필요하거나, 환자가 다시 내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5.9%) 등의 답변도 있었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높은 축에 속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24.3DDD(Defined Daily Dose, 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였다. 이는 하루 동안 1000명 중 24.3명이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는 뜻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6DDD)보다 높은 수치다. 

복지부는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관리대책을 세우고,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복지부는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세우고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량을 2015년 대비 20% 감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관계 부처와 함께 국가 차원의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추진으로 국민건강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에게 항생제 내성 에방을 위한 일반 국민 실천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복지부는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 역시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내년부터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병·의원에 대해 외래관리료 가산 지급률을 현행 1%에서 5%로 상향 조정한다고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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