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미화원·시설관리인 등 ‘을의 사각지대’에 놓여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주최로 '주택관리 종사자의 근로실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공감신문] 최근 ‘사람중심’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국내에 팽배한 불합리한 갑을 관계를 청산하고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갑을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고 있지만, 아직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다. 주택관리 종사자들도 해당 직종 중 하나다. 주택관리 종사자에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경비원·환경미화원·시설관리인들이 속한다.

14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주최로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주택관리 종사자의 근로실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홍철·윤관석 의원과 연구원, 변호사 등 다양한 유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주택관리 종사자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열띤 논의를 펼쳤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박병석 의원, 윤관석 의원

가장 먼저 토론회에서 다뤄진 내용은 현재 주택관리 종사자들이 받는 불합리한 처우에 관한 원인 분석이었다. 직종별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그들은 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주원인 중 하나다.

‘경비원 폭행’이라는 키워드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기사가 등장하는 게 방증이겠다. 이들에 대한 각종 뉴스는 최소 한 달에 1건에서 2건은 발생할 만큼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김수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에 대해 “평소에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 안 좋은 날 괜히 쉬고 있는 경비원들에게 시비를 거는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럼 왜 우리는 그들을 ‘을’이라고 단정하게 됐을까. 정답은 그들의 지위를 낮게 만드는 현행 법적·제도적 장치나 관행적으로 이뤄진 고용절차에서 찾을 수 있다.

이창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창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수석연구원에 의하면 대다수 주택관리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관계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비원의 경우 실질적인 근로 지휘·감독을 입주자대표회의가 맡고 있지만, 실제 소속은 용역업체에 속하는 간접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용관계에 따른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법행위지만, 90% 이상 고용이 이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다수 경비원은 24시간 격일제 근무로 평균 근로시간보다 44% 길게 일하면서, 임금은 평균의 절반 수준만 받고 있다.

용역업체가 복잡한 해고절차나 퇴직금 지급의무를 피하고자 3개월에서 6개월 단위의 초단기 계약을 강요하는 것도 경비원의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환경미화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시중노임단가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인 미화원 기준임금을 받고 있다. 6개월 미만 단기 근로계약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시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는 외환위기(IMF) 이후 비정규직으로 선발하는 것이 산업의 관행으로 고착됐다. 혹은 타 업무를 맡은 이가 안전관리자 역할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택관리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의 대우가 이렇다 보니, 이들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출퇴근 시간에 정문에 서서 인사를 안 한다고 따지거나, 무더운 여름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등 이유 없는 갑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토론회에서는 주택관리 종사자들의 노동인권을 지키는 많은 방안이 다뤄졌다. 

김수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수영 변호사에 의하면 처우개선을 위해 ▲안정된 일자리 확보를 위한 계약서 조항 수정 ▲근무 시간과 휴게 시간 분리를 통한 근무환경 개선 ▲상생을 통한 인건비 부담 완화 ▲시설 거주민과 공동 노력 등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람중심’ 정치철학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앞서 정부는 ‘일자리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사람중심의 지속성장 일자리’를 목표로 내세웠다.

물론 정부가 갑을관계 청산, 좋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시야에 벗어난 소외당한 이들을 위한 노력을 할 시기다. 아울러 70여만명이 넘는 주택관리 종사자들을 위해 우리 스스로도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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