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반응 '수용적'… 트럼프 대통령,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문제 언급하지 않아

지난 10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용의자에 대한 초법정 처형을 절대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EU가 이런 해명을 계속 무시할 거면 "지옥에나 가라"고 말했다.

[공감신문] 지난 13일 열린 제 31차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정상들은 아세안 의장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용의자와 관련해 ‘묻지마식’ 사살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 행위가 정당방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급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각국의 정상들이 침묵을 지킨 것이다.

반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14일, 트뤼도 총리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마친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인권, 법치를 비롯해 초법형 처형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캐나다가 관심을 가지는 문제”라고 전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캐나다 총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가운데) [AP]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수용적’이었다”며 “화기애애하게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전 세계 파트너들과 법치와 인권에 대해 강하게, 때론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명성을 쌓아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가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케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가 그렇게 했다면 개인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마약 척결 방식을 비판하는 외국 정상, 인권단체 등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필리핀의 인권유린을 비판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에게 욕을 했던 사건도 있었다.

지난 8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내버려 둬라, 상관할 일이 아니다‘고 말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제 31차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 양자회담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양자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14일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을 통해 확인됐다.

공동성명은 “양측은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이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회담이 끝난 직후, 로케 대변인은 “인권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인권 문제가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에 관련해 잠깐 불거졌다”며 각기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이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권 침해 행위’가 거론됐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인권침해를 공개적으로 강조해온 전임자들의 행보를 따르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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