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성 가격 약 90만원 불과…리비아 정부 “노예 경매, 밀수에 연루된 사실 알고 있어"

[공감신문] 매년 수만명의 아프리카 사람이 리비아 국경을 넘고 있다. 이들은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바다를 향하는 난민선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이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리비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난민선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결국 밀수꾼에게 돈과 몸을 맡긴 난민들은 난민선을 타지도,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인간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아프리카 난민의 출발지인 리비아, 리비아는 오랜 전쟁과 정정 불안, 치안 부재로 난민에게 위험한 곳이 됐다. 리비아에 억류된 난민 청소년. [UNICEF 홈페이지]

1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리비아의 인간시장을 포착해 보도했다.

CNN 취재진은 나이지리아 20대 남성이 경매를 팔리는 영상을 입수한 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월 리비아로 취재를 떠났다. 취재진이 카메라를 숨긴 채 찾아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는 6~7분 사이에 10여명의 사람이 팔려나갔다.

“땅 파는 인간 필요한 사람 있습니까? 여기 아주 크고 힘센 사람이 있습니다” 군복을 입은 경매인이 말하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값을 부르기 시작했다. 

“900, 1000, 1100… 1200디나르, 낙찰됐습니다” 1200디나르는 한화로 약 90만원. 이는 거래된 두 남성의 가격이었다.

경매가 끝난 뒤, 팔린 두 명의 남성에게 취재진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들은 두려움에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난민들을 싣고 이탈리아 살레르노 항에 도착한 스페인 난민선 칸타브리아 호. 생존자는 375명이었으며, 20대 젊은 여성의 시신 26구도 실려있었다.

이후 취재진은 리비아 당국이 운영하는 트리폴리 난민 수용소에서 노예로 팔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21세의 빅토리는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나이지리아에서 리비아로 왔다. 하지만 마련해 온 300만원 상당의 돈이 바닥나자 밀수꾼들에게 붙잡혀 팔려졌다. 밀수꾼들은 빅토리에게 ‘몸값은 빚을 갚는 데 쓴다’며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그는 “밀수꾼들은 먹을 것도 주지 않은 채 때리고 학대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에게서 맞은 자국이나 신체가 훼손된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는 곧 나이지리아로 송환될 예정이다. 

난민 수용소 감독관 아네스 알라자비는 “밀수꾼들에게 학대당했다는 이야기를 무척 많이 들었다.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거래되며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난민들. 이 비인간적인 상황이 논란이 되자, 리비아 당국은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인간적'이라 비판받고 있는 리비아 난민 수용소.

리비아 불법이민단속청의 나세르 하잠 중위는 노예 경매를 목격한 적은 없으나, 갱단과 같은 조직이 행하는 밀수에 연루돼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히잠은 “그들은 난민선에 사람을 100명씩 채워 넣는다”며 “돈만 받으면 난민들이 유럽까지 닿든 바다에 빠져 죽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리비아 당국이 난민들을 수용소에 가두도록 지원하는 유럽연합(EU)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난민들은 격납고 같은 곳에 갇혀 생필품도 받지 못한 채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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