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시점 헷갈려 기재부에 2007년 이후 계좌만 유권해석 요청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숨겨진 비자금을 밝혀내고 합법적인 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

[공감신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따라 국세청이 후속조치를 하고 있지만, 소극적인 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5일 CBS라디오에서 “국세청이 10월 말에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후속조치를 위한) 테크스포스(TF)를 조직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세금부과 기간을 놓고 헷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지만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엔 10년으로 정한다”며 “부정행위가 입증된 이 회장의 경우 제척기간을 10년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회장의 부정행위는 지난 2008년 특검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최소 1998년 계좌까지 유권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제척기간의 시점을 2017년으로 잡고 2007년 이후 계좌만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 요청한 상태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이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세청이 설정한 기간으로는 대다수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에서 벗어난다. 결국, 빈 계좌만 조사하는 무의미한 조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를 촉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지금을 기점으로 삼아 나약한 소리를 하는 동안에 이건희 회장은 차명계좌에서 자기 명의로 돈을 다 찾아가 버릴 것”이라며 “결국 국세청은 깡통계좌에 과세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말이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가 아닌 특검에서 차명계좌가 밝혀진 2008년을 기준으로 과거 10년까지 ‘과세 권한’이 주어진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부과제척 기간을 5년으로 할지, 10년으로 할지도 쟁점”이라며 “기재부의 판단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철저히 조사해, 비자금 조성 목적은 아닌지 정확히 밝히고 합법적인 과세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재점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당시 박 의원은 “금융실명제 종합편람 유권해석을 재확인해 이 회장 차명계좌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제2의 삼성특검을 다시 할 수 있으니 경고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은) 탈세 문제를 비롯한 금융실명제 정상화를 당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정과세 및 비자금 의혹을 밝혀낼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원천징수율을 90%(지방세 포함 99%)로 하는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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