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에 다양한 의견 나오고 있어

[공감신문] 문재인 정부가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5.4 지진과 여진을 이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했다. 수능 역사상 첫 사례다.

16일 오전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외벽이 부서져 파편이 뒹굴고 있다.

정부는 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15일 오후만 해도 예정대로 16일에 수능을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많은 이들이 여진과 불안감을 이유로 우려를 표출했지만, 대책이 수립돼 있는 점과 철저한 관리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포항지역에서 수능 시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대됐고, 정부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한 긴급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수능 일정이 바뀔 것이란 확신은 없었다. 수능이 연기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예상은 15일 오후 8시경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마련하면서 빗나갔다. 이 자리를 통해 수능을 오는 23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김 장관은 수능 연기에 대한 이유로 ▲학생 안전 ▲시험시행 형평성 ▲저녁까지 포항 학생과 시민이 귀가하지 못 하고 있는 점 ▲일부 지역 수능 시험장의 균열 발생 포함, 포항 예비시험장의 균열 발생 ▲여진이 지속되는 상황 등을 꼽았다.

여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는데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46회 여진이 발생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수능이 연기되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당연한 조치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피해를 보는 기분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수능 수험생은 수능 연기소식에 ‘화가 났다’고 표현하며 “일주일 더 공부할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능 연기 결정은 분명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지만 '함께 가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진 등 자연재난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며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또 누구든 그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했다면 다수의 학생들이 화를 내지도, 짜증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지진 피해지역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된다.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은 김 장관의 설명대로 안전 등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한 결과겠지만, ‘더불어’와 ‘함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올해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이 이날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몇몇은 ‘피해를 봤다’고 회상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진 속 혼란에도 ‘함께 했다’는 것만큼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정부도 23일 치러지는 수능은 반드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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