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빨간 신호등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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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빨간 신호등을 만났을 때
  • 김정한 시인
  • 승인 2017.11.17 09: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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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빨간 불(red light)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를까? 빨간 신호등? 경고등? 그렇다. 무언의 경고다. 말 그대로 빨간 불이다. 멈추라는 신호다. 잘 살려고 다들 정신이 없다. 그러나 가끔 의욕이 없고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지는 심드렁한 상태가 찾아온다면. 기쁜 일이 생겨도 감동받지도 않고 감수성이 실종된 상태가 찾아온다면. 허무감에 빠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나한테 정말 소중한 건 무얼까?"

이런 상태가 바로 생의 빨간불이 반짝거리는 시기다.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어지는 때. 그럴 때에는 무조건 잠시 쉬어야 한다. 계속하면 모든 것이 뒤엉켜버려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연거푸 빨간 신호등이 깜박거리며 경고한다. 빨간 신호등을 만나게 되면 '사는 게 재미없어. 지겨워 죽겠어'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는다. 그대로 두면 깊은 수렁, 권태기에 빠진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는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야 한다. 다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물론 빨간불이 켜졌을 때에는 멈추어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나아갈 길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푸른 신호등을 빨리 만날 수가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오래도록 빨간 불 앞에 서 있었다. 수시로 반짝이는 경고등 앞에서 참 많이 방황하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지금도 경고등 앞을 오가지만 무작정 건너지 않고 푸른 신호등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 건너가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안정이 되면 집착도 사라진다. 

집착이 사라지니 마음을 이끄는 것에 정확히 몰입하게 되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성취물도 얻는다. 성취물이 있고 만족감이 따라오니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감사하며 살다 보니 보이는 것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옛날 얘기지만 한때는 빨간 신호등인 줄 알면서도 무단횡단을 해서 다치기도 하고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하나를 갖기 위해 전부를 걸었던 적도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전부를 걸어도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은 반드시 있다는 것. 다 잃고 빈 털털이가 되어도 죽지 않고 살아지는 것이 질긴 생이라는 사실. 

차를 끌고 운전을 해서 한 번을 여행해도 예정된 시간에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은 드물다. 연속적으로 빨간 경고등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생을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마라. 잠시 방황하고 좌절하더라도 반드시 일어나라. 위기가 바로 기회니까. 다만 다시 도전할 때에는 지혜로운 분별력으로 목표물을 향해 정확하게 도전하라. 도전해야 기회는 많아지니까. 가만히 앉아있으면 기회는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기회라 생각 들면 붙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걸고 서라도.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법과 위엄이 없는 사회에서의 인생을 "짧고, 불쾌하며, 미개하며 빈곤하다"라고 하였다. 이 말 끝에 붙어야 할 수식어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이 뒷말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더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도 하고 성취도 하라는 것. 도전하는 과정 속에 마음이 다 자란 어른이 되니까.
   
생의 길섶을 운전하다 보면 시야에 보이는 저 멀리까지 빨갛게 번진 신호등이 있다. 고장 난 브레이크에 작동도 제멋대로일 때가 있다. 불안감, 초조감에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답답하리만치 진행되는 것 하나 없이 답보적인 상태,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 빨간 신호등에 걸렸다고 짜증내서는 안 된다. 묵묵히 기다리면 푸른 신호등은 다시 켜져 질주하게 된다. 목적지에 조금 늦게 도착할 뿐이다. 

생은 기이한 것이다. 어떤 일이 잘되어 나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지는 않는다. 돈은 모았으나 가정생활에는 펑크가 날 수 있고, 세상은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진 것도 별로 없고 성공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느낌이니까.

이 세상에 영원한 빨간 신호등, 영원한 푸른 신호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오래도록 빨간 신호등 아래 머물러야 할 때가 있겠지만,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인내심도 길러야 희망은 존재하고 생의 질서는 정직하게 운행이 된다. 

인생은 흐름이 있는 상태의 변화이다. 그것은 나뿐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항상 푸른 신호등만 켜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아마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여유로운 대처 때문이다.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면 조급해하거나, 시간을 뺏긴 것처럼 생각하지 마라.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잠시만의 쉼이라 생각하라. 인생의 신호등은 파랑이든 빨강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에 달려있음을 명심하라.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그대, 지금 빨간 신호등에 서있는가. 그렇다면 주변 탓, 남 탓하기 전에 왔던 길을 냉정하게 돌아보라. 무엇이 잘못인지 찾아내어 속도를 줄이더라도 정확한 방향을 찾아가라. 그것이 푸른 신호등을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사는 것이 말처럼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인기 있는 개그 코너에서 말하지 않던가! '내 맘 같지 않네' 

그렇다. 내 맘 같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적절한 '때와 기회'는 존재한다. 가장 좋은 시기와 기회를 잡아라. '때와 기회'인 날 때와 죽을 때, 심을 때와 거둘 때, 일을 시작할 때와 끝마칠 때를 정확히 포착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리라. 푸른 신호등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빨간 신호등이라고 좌절하지 마라. 신호등은 바뀌게 되어 있다. 신호등은 '여기'까지가 아니라 '여기'부터 '저기'까지 쭉 계속되는 것임을 명심하라.

김정한 시인
김정한 시인|shin-wjd@hanmail.net <잘있었나요 내인생>외에 스물다섯권의 책을 써온 시인 김정한입니다.
늘 행간에서 춤을 추며 기쁘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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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7 10:42:53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