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비해 AI스피커 인기 시들한 中 시장 공략 가능할까

중국 바이두가 AI스피커 '레이븐H'를 선보이면서 AI스피커 시장 경쟁에 참전했다. [블룸버그]

[공감신문]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은 앞다퉈 인공지능(AI) 탑재 스마트 스피커, 이른바 AI스피커 분야에 시장 공략 경쟁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에코'를 통해 발빠르게 시장을 선점,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구글도 '구글 홈'을 선보이며 아마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밖에 애플도 올해 중 '홈팟'을 통해 이 시장에 노크할 예정이며 페이스북의 AI스피커 관련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AI스피커 시장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AI스피커에 탑재된 음성인식 AI는 보통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 스스로 각 사용자에 맞게끔 최적화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것이 미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맞춤형 광고 제공 등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히 높다. 

이 가운데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百度)'도 AI스피커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경쟁에 나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바이두는 중국 베이징에서 '바이두 월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자사의 AI스피커 '레이븐 H'의 출시 계획을 공표했다. 

바이두의 '레이븐 H'에는 자사 AI비서 '듀어 OS'가 탑재된다. [테크크런치]

레이븐 H에는 바이두의 AI비서 '듀어 OS'가 탑재된다. 듀어 OS는 레이븐 H의 사용자들에게 택시를 불러주거나 음악을 재생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해준다. 여느 AI 스피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능이다. 

그러나 레이븐 H는 분리 가능한 카드가 쌓아져 있는 형태로, 가장 위에 있는 카드는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분리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바이두는 다음 달부터 레이븐 H를 1699위안(27만원)에 판매할 계획이라 밝혔다. 

중국 기업의 AI스피커 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이미 '티몰 지니 X1'를 선보인 바 있으며, 징둥닷컴 역시 AI스피커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중국 내 AI스피커의 인기가 그리 높지만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 IT의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평가받는 중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AI스피커에 대한 반응이 그리 뜨겁지만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 포인트 리서치는 중국의 AI스피커 수입 물량이 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미국 AI스피커 시장 규모(1400만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도 '시리'를 탑재한 AI스피커 '홈팟'으로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애플 웹사이트 캡쳐]

중국 AI스피커 시장이 그리 달궈지지 않은 까닭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인 대부분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외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AI스피커를 사용할 기회가 적다는 지적이다. 또, 선제적으로 출시된 외국 IT기업들의 AI스피커들이 중국어 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후자로 지적된 문제의 경우, 중국산 AI스피커들이 아마존이나 구글 등의 AI스피커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 제조사가 만든 기기이기 때문에 여기에 탑재되는 AI가 중국어 대화를 알아듣고 이해하는 면에서는 앞서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 시장 점유율 면에서 한참 앞서고 있는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구글 홈 보다 바이두,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의 AI스피커가 중국 시장 내에서 선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중국 내 AI스피커의 저조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 면에서는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도 중국 AI스피커 제조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징둥닷컴은 올 연말까시 스마트 스피커 배송 물량이 1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카운터 포인트 리서치는 단기적으로 중국에서 AI스피커의 인기가 저조할 수는 있으나, 오는 2022년까지 내다봤을 때는 중국의 AI스피커 판매 물량이 2200만대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AI스피커 자체의 성공 여부는 확신할 수 없더라도 여기에 탑재된 AI비서가 다른 가정용 기기에 탑재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인 소비자가 전 세계의 가정용 스마트 기기 중 65%를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인들이 '스마트 홈'에 대해 높은 관심을 지녔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의 AI스피커 에코는 세계 시장에서 인기와 달리 중국에서 큰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 웹사이트 캡쳐]

중국 내 AI스피커의 인기 여부와 관계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망이 밝다. AI스피커에 탑재될 AI비서를 활용하는 방안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스피커 안에서 AI비서들이 축적한 정보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수익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기기나 스마트폰 탑재 등의 연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이에 따라 중국 IT기업들의 AI스피커 개발, 출시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AI스피커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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