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없이 묵비권 행사할 듯…이병호 전 원장 깜짝 자백에 朴 정부 국정원장 운명 엇갈려

[공감신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의 꼭짓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모든 국정원장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이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돈을 비자금으로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장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재판부는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이병호 전 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이병호 전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납 지시자로 꼽았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의 예산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연루된 인물 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시자로 직접 지목한 것은 이병호 전 원장이 처음이다.

이 전 원장의 언급과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이 구속됨에 따라 상납의 꼭짓점이자 국정원 돈을 비자금으로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의 예산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역시 국정원 돈을 받은 쪽인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오래 전부터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의 대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선 변호인이 일괄 사임한 가운데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선 변호인을 재선임하거나 국선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지난달 25일 사선 변호임 전원 사임에 따라 국선 변호인으로 총 5명의 변호사를 선정했다. 

아직까지 박 전 대통령과 국선 변호인단이 접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거부하고 있는 재판 보이콧의 일종으로 보여 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가 시작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국선 변호인 조력 없이 묵비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검찰 조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진술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효과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주장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국정농단 사건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상납을 시작한 남재준 전 원장(왼쪽)과 상납액을 증액한 이병기 전 원장을 구속했다.

한편,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연루된 박근혜 정부 당시 세 명의 국정원장들은 운명이 엇갈렸다.

앞서 검찰이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세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총 40억여원을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상납을 시작한 남재준 전 원장과 월 5000만원이던 특활비 상납액을 월 1억원으로 증액한 이병기 전 원장을 구속됐지만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은 상납액을 전한 이병호 전 원장은 구속되지 않았다. 

이병호 전 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유일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납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법조계에서는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듯한 태도 변화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