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발 60여일, 우연인지 계산된 행동인지 알 도리 없어”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감신문] 북한이 9월 중순부터 도발을 멈춘 지 어느덧 60여일이 지났지만, 한미 양국은 북한이 대화를 위해 도발을 중단한다는 공식발표를 하기 전까지 압박을 계속하기로 협의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 오전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양자 협의를 진행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북한의 도발중단을) 조셉 윤 대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북한이 아직 도발 중단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도발중단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발 중단은 분명 좋은 징조지만, 우연히 안 하는 건지 일부러 안 하는 건지 알 길이 없다”며 “조셉 윤 대표도 북한이 대화를 위해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모두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중단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길로 나선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대북 정책 등을 협의하고 있다.

양 대표가 협의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낸 것은 북한이 일반적인 국가와 다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3대 독재체제에 성공했고, 노동당 1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취임 후 피의 숙청을 감행해 수백 명의 경쟁 상대를 제거해, 넘볼 수 없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문제는 비정상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오로지 체제유지를 위한 내부결속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과 미사일을 이용해 도발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체제붕괴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체제유지 보장이 확실시되기 전까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충분한 국가다. 북한이 도발중단 의사를 먼저 밝히기 전까지 강경 대응한다는 한미의 협의 결과는 현 북한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양 대표는 협의에서 한미 양국의 대북기조가 변치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양국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대화의 길로 불러들인 후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대화로 북한을 불러내기 위해 제재와 압박을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다는 말이 없으니 제재와 압박에 치중하되 기본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데리고 나온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공동의 정책 기반은 북한이 근본적으로 비핵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그 목표를 강하게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시진핑 특사로 방북하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귀빈 통로로 들어가고 있다.

한편, 두 대표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이날 방북하는 데 기대감을 표출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시사한 점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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