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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간호사 수난史”-성심병원 문으로 엿본 간호사의 눈물짚고 넘어가야 할 금주의 이슈, 주말추천 시사공감 포스트

 

한 병원의 체육대회 장기자랑 무대. [페이스북 ‘간호학과·간호사 대나무숲’]

[공감신문 시사공감] 최근 며칠 간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진.

여러분도 아마 한 번쯤은 이 사진을 보신 적 있으시리라 짐작된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선정적인 춤을 추고 있는 사진 속 이들은 한 종합병원의 간호사들로 알려졌다. 병원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해야 할 그들이 왜 저런 복장으로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된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논란의 정점에는 한림대 성심병원이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홈페이지]

문제가 있다고 지목된 곳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지난 10일 한 언론 매체의 보도로 알려지게 된 이 병원의 부조리는 장기자랑 강제동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임금체불에 휴가미지급, 심지어는 성추행까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연일 새로운 제목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까면 깔수록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각종 부조리에 비난의 화살은 성심병원을 가리키고 있지만, 일선의 간호사들은 이것이 비단 성심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간 곪을 대로 곪았던 병원 내 문제가 이제야 터졌다는 것. 

간호사들은 왜 이 같은 일이 성심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까.

도대체 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것일까.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그들의 속사정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자 한다. 


 
■ 그 병원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논란이 된 성심병원부터 돌아봐야겠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일송재단이 운영 중인 병원 중 하나로, 재단에 속한 병원들은 1년에 한 번씩 ‘일송가족의 날’이라는 체육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체육대회란 이처럼 다같이 즐거워야 하는 자리다. [photo by. Photo and Share CC on Flickr]

이 행사가 성심병원의 주장대로 같은 재단에 소속된 병원끼리 단순히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싶다. 하지만 성심병원의 간호사들은 해마다 이 행사가 다가올 때쯤이면 매우 곤혹스러웠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체육대회에서 열리는 피구, 줄다리기 등에 간호사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차출되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 것은 바로 ‘장기자랑’ 시간이다. 

쉬는 날에도 연습을 강요받았지만,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없었다. [네이트판]

이 장기자랑을 위해 간호사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근무를 마치고 자신의 개인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참여했다. 한 달 간의 연습 뒤 장기자랑 무대에 오른 이들은 재단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짧은 옷을 입고 선정성을 강조한 춤을 춰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은 극심한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항의하는 이들에게는 “우리 땐 더 했어”라는 핀잔만이 돌아왔다고 전해진다. [페이스북 ‘간호학과·간호사 대나무숲’]

보도 당시 임산부들까지 체육대회에 동원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 커졌지만, 여기까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첫 보도가 나오고 일주일째인 오늘(17일)까지도 성심병원 내 부조리에 대한 보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체불, 휴가 미지급, 육아휴직 제한, 환자유치 강요, 성추행 등등. 간호사들에게 그곳은 병원이 아니라 차라리 지옥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성심병원입니다”

“곪고 곪아있던 것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다들 어쩜 저런 병원이 있냐며 해당 병원을 손가락질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A병원도 다르지 않다. … 나에게 제보가 온 병원만 해도 스무 군데가 넘는데, 얼마나 많은 병원들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을까? … 언론에 나오지 않은 병원들은 여전히 신규간호사들에게 첫 월급으로 차비정도 되는 돈을 겨우 주면서, 송년회 장기자랑을 준비하라고 하겠지.”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성심 간호사 체육대회 사건, 이건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서 근무하며 신규 때 동기들과 송년회에 교수, 전공의, 타과 간호사들 앞에서 춤을 춰야 했습니다. … 이게 꼭 한 병원의 일일까요?”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저는 B병원 출신입니다. 입사 한 달 만에 송년회는 물론이고 의과대학장 고희 때에도 장기자랑하라고 해서 근무 끝나고 6시부터 10시까지 연습했습니다. … 의과대학장 고희기념행사에서 왜 우리 간호사가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성심병원 덕분에 저희 병원도 연말 예정 중이었던 장기자랑 다 취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많은 간호사들이 비슷한 고충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포스트내용과 무관함)

성심병원에 대한 보도가 있은 후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비슷한 내용들의 제보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병원의 이름만 다르다 뿐이지 대다수의 간호사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혹독한 처우를 견디며 근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로 38일째 파업 중인 을지대병원·을지대을지병원 역시 비슷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슷한 속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 16일 전국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모습.
“성심병원 못지않게 을지·을지대병원에서도 연말 송년회 강제 참가 및 장기자랑 참가, 장례식 날 직원 동원, 과 회식 때 막내부터 순서대로 교수에게 술 따르게 하기 등의 갑질문화가 행해져 왔습니다. … 출산휴가를 허락해주지 않아 출산 시 개인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등 모성보호제도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비정상적 행태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지난 16일, 전국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중)

 

■ 재가 될 때까지 태우다 ‘태움’
이쯤에서, ‘그렇다면 왜 유독 간호사들에게서 이런 문제가 발생되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시는 분도 있겠다. 관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대다수의 간호사들은 이것이 ‘태움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야기한다. 

태움 문화에 대한 문제는 지난해 SBS스페셜을 통해 다뤄지기도 했다. [SBS스페셜 ‘간호사의 고백’ 예고편 캡처화면]

태움. 재가 될 때까지 하얗게 태우다, 라는 뜻의 이 단어는 직장 내 괴롭힘을 가리키는 은어이지만, 주로 간호사 간의 수직적 문화를 지칭하는 용도로 쓰인다. 태움을 당하는 간호사들은 심한 폭언과 따돌림, 심한 경우 폭행을 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7월 SBS스페셜에서는 ‘간호사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태움 문화에 대한 내용을 방송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사람의 생명이 잘못될 수도 있는 직업인만큼, 실수에 대해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간호사들이 태움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충고를 넘어선 폭언으로 인해 인격이 짓밟혀지는 기분마저 느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다수의 신규 간호사들은 태움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SBS스페셜 ‘간호사의 고백’ 캡처화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습이 근절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의료종사자는 “본인 업무만으로도 바쁜 상황에서 신입까지 가르치려니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괴롭힘 문화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인력부족이 태움을 만들고, 태움이 다시 인력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노동현실로 인해 병원을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많다고 전해진다.

 

■ 그들의 인권이 곧 환자의 생명
다친 사람을 돌보고 목숨을 살리는 생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하지만 지금까지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다치고 병든 그들의 마음을 돌봐주지 못했다. 

그들이 나이팅게일 선서에서 약속한 것을 잘 지켜내기 위해선 노동환경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간호사 인권이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식의 파행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결국 피해를 입게 되는 건 간호사들의 치료를 받는 환자일 것이다. 물론 그 환자가 나 자신 혹은 내 가족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실제 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적정 간호사 수를 얼마만큼 확보했는지에 따라 환자의 사망률이 최대 40%까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34만 명의 간호사 면허 보유자 가운데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이들이 12만4000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들의 처우개선이 왜 시급한 문제인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성심병원의 사과문. 진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성심병원에서도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 사과문에 진정성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사건의 결말이 단순히 성심병원의 사과만으로 끝나게 된다면 언제고 제2, 제3의 성심병원 사건은 다시 발생할 것이다. 

이제 사회가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줄 차례일 것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그들을 치료하는 데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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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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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연 2017-11-20 08:47:48

    글을 읽다 눈앞이 흐려지네요..읽어내려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삭제

    • , 2017-11-19 19:53:32

      너무 좋은글입니다
      성심병원 실망이네요 동네있는병원이라서 자주갔는데..
      믿었던만큼 실망이큽니다 지인들한테도 가지말라고 해야겠네요   삭제

      • 간호사 2017-11-19 10:32:02

        좋은글 감사합니다.
        간호사들 열악한 환경이지만 본인이 맡은환자는 책임감있게 돌보려 노력하는 분들 참 많아요.
        결국 저는 4년동안 그 비싼 학비들여 공부하고도 힘들어서 대학병원을 떠나 전혀 다른일을 하고있지만...지금도 밤낮으로 고생하고있는 간호사들을 위해 근무환경이 제발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삭제

        • 최아영 2017-11-17 23:10:56

          와 너무 좋은 글이네요. 간호사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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