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내 입원비율·사망률·합병증 개수 모두 남성이 더 높아…남녀간 건강수명 차이 보여

[공감신문] 국내 병원 중환자실을 찾는 남성의 평균 나이가 여성보다 더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중환자실 전체 입원 환자비율과 사망률에서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남녀 간 건강수명 격차를 보였다. 

여성보다 남성이 평균 5년 더 이르게 병원 중환자실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중환자실 내 입원치료를 받은 국내 18세 이상 성인 126만5509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5년 치 빅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중환자실 이용실태를 조사 분석한 사례는 해당 연구가 처음이며, 관련 논문은 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Critical Care) 최신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국내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평균 나이는 64.7세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62.4세, 여성은 67.8세로 남성이 여성보다 5.4세 더 일찍 중환자실을 찾았다. 중환자실 입원 수가 가장 많은 나이 역시 남성 72세, 여성 77세로 5년의 격차를 보였다. 

합병증 보유 개수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났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당시 남성의 평균 합병증 개수는 3.5개, 여성은 3.2개였다.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합병증은 당뇨병(44.8%)이었으며, 뇌혈관질환(26.8%),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25.1%)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중환자실 환자 중 남성은 57.8%, 여성은 42.2%였으며, 중환자실 사망률은 남성이 10만명당 연간 102.9명, 여성 83.8명이었다. 

중환자실 내 입원 수와 사망률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에서 여성(72세)이 남성(68세)보다 더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이 이번 연구조사 결과에서도 재확인된 것이다. 

중환자실 입원은 3차병원(대학병원)에서 38.2%, 종합병원에서 58.5%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환자 중 32.7%는 조사 기간 내 2회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3명 중 1명꼴로 중환자실에 재입원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이번 분석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환자실 평균 입원 나이를 볼 때 2009년에는 63.4세였다가 2010년 64세, 2011년 64.4세, 2012년 65세, 2013년 65.3세, 2014년 65.6세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중환자실 입원 환자 중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16.9%를 차지하는 점도 눈에 띈다. 

중환자실 환자 1인당 치료비용(중앙값)은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9년만 해도 환자 1인당 522만원이었던 중환자실 의료비용은 5년새 약 9% 증가해 2014년에는 569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생명유지장치 사용이 주된 원인이라고 봤다. 

고령화로 인해 중환자실 환자 평균 연령도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서지영 교수는 “중환자실 환자에게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혈관수축제는 사용빈도가 줄어드는 반면, 값비싼 ‘인공 심폐장치’(ECMO)와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등의 ‘신대체요법’(CRRT) 사용은 꾸준히 늘어남으로써 환자 비용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처럼 값비싼 인공 심폐장치와 신대체요법을 쓴다한들 근본적인 질환 치료는 어렵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또 삶을 연장하기 위해 이런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중환자실의 관리 시스템에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 환자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 교수는 “급속히 고령화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중환자실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병상이나 전문인력, 장비부족 등의 문제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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