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당론 없애고 양심에 따른 투표 이뤄져야 
선진 정치문화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날 터
 
“이제 우리 국회법 개정안의 통과로 제헌국회로부터 이어져오던 국회운영의 근본 틀이 바뀌게 됐습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기쁨보다는 우려가, 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이제 개정안이 통과된 이상 우리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선진 국회를 만들어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5선·부산중동구)은 지난 5월 2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우려의 심정을 표했다. 그는 개정안 통과 전까지 “우리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안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5분의 3이상에서 과반수로 바꿔야하며, 신속처리 기간도 단축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큰 소득 없이 개정안은 통과되고 말았다. 
 “이번 개정안이 19대 국회운영에 적용되는 만큼 당사자인 19대 의원들이 좀 더 심사숙고해서 처리하길 바랐지만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장으로서 의원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다만 표결에 참여하신 의원들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선진 정치문화 장착을 위해 앞장서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가 걱정했던 부분에 있어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조성될 선진 정치문화에 대한 기대감은 누구보다 크다. 
 “선진화된 정치문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의원들이 스스로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풍토가 반드시 선행돼야할 것입니다.”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의원들 스스로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한다는 뜻이다. 당론에 휩쓸려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의원들을 숱하게 봐온 그이기에 이를 향한 의지는 단호했다. 
 “이러한 문화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2월 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사퇴한 후 급작스럽게 직무대행을 맡았음에도 침착한 자세로 18대 국회를 마무리한 그인 만큼 19대 국회를 시작함에 있어서도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하고 있었다. 다음은 지난 5월 16일 국회부의장실에서 그와 나눈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강제 당론 아닌 양심에 따른 정치풍토 조성해야
 
-5선에 성공하신 중진의원으로서 제18대 국회에 대한 총평을 전해주신다면. 
“지난 제18대 국회에서 우리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정치를 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회로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폭력국회라는 오명만 남긴 것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개원한 19대 국회는 말 그대로 ‘선진 국회’가 돼야할 것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이뤄져야할 것입니다. 각 정당끼리는 상호 호혜의 정치를 하고, 국회의원들끼리는 상호 존중의 정치를 펼쳐 조화로운 국회의 모습이 정착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19대 국회에는 강제 당론이 없어야한다고 봅니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함에 있어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어야합니다. 결코 정당의 거수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 모두는 소속 정당의 방향이 아닌, 양심이 이끄는 방향을 따라야할 것입니다.”
 
초선의원…국민을 위한 정치 펼쳐주길
 
  이렇듯 그는 이번 제19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바람과 동시에 초선의원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우리 국회가 ‘상생의 정치’를 이루지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너무 잦은 변화,  소위 말하는 ‘물갈이’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국회의 발전을 위해 물갈이가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는 전문성에 가장 중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초선의원들은 정치경험이나 경륜이 부족해 그들의 소신이나 철학을 ‘정치’에 반영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다보니 다선의 의원들과 토론의 장을 이룰 때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인물을 적어도 재선까지 지켜보는 편입니다만 우리나라는 바꾸는 것만이 능사인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돼있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모두 한 마음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펼친다면 결국 화목한 국회가 되지 않겠습니까(웃음).” 
 그는 이어 앞에서 언급한 강제 당론의 문제점을 또 다시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초선의원들을 향한 강제 당론이 없어져야합니다. 정당은 절대 당의 이론을 강제해서는 안 되며, 국회의원 스스로의 양심에 따른 투표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제도보다 선진 정치문화 정착 우선돼야
 
  국회선진화법은 폭력국회, 몸싸움 국회를 방지하고,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회부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으로,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고 선진 국회로 가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의원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정 의장대행은 이번 개정안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4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우리 정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심각한 결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요건이 강화해 사실상 상정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하게 하는 대신, 그 대체 제도로 의안신속처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위원회 소속 위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당 구조상 지금껏 5분의 3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적이 없었을 뿐더러, 이는 일반안건을 ‘과반수’로 하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아직 국회의원들의 자율 투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저는 법안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과반수로 바꾸고, 처리 기간도 단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우리 국회가 아무런 언행도 못하는 ‘Lock-in 신드롬’ 같은 ‘식물국회’가 될까 우려스러웠고, 국정운영에도 큰 혼란이 발생할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으로는 몸싸움 국회, 폭력국회를 막지 못합니다. 때문에 저는 질서위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의 국회 윤리위원회 심사를 강화할 것도 제안했습니다. 이는 의장의 퇴장명령을 받은 의원을 당일 회의 산회까지 출석하지 못하도록 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우려 속에서도 개정안은 통과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이상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는 19대 국회의원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선진 국회를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선진 국회는 결코 제도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문화와 관행이 선진화돼야하는 것입니다. 특히 모든 의원들이 스스로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정치풍토가 반드시 조성돼야한다고 봅니다. 이제 개정안도 통과되고 19대 국회도 개원을 했으니 모든 국회의원들께서 선진 정치문화 정착을 위해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민심의 무서움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오는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흔히 총선의 결과를 그대로 대선에 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마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총선의 결과, 즉 정당의 결과가 아니라 대선에 출마하는 각각의 후보를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지 않습니까.”
 
-지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아오고 계십니다. 그간의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우선 제가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계기가 전 의장님의 사퇴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매우 무거웠습니다. 또 그만큼 책임감도 컸죠. 하지만 국회의장은 권력을 가진 자리가 아니고, 국민이 뽑은 의원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실제 국회에 종사하고 있는 수천 명의 직원들에 대한 관리 및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성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직무대행을 맡고 바로 총선 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회운영과 관련된 일들을 해나갔습니다. 특히 저는 국회 간부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국회 직원들이 소극적이고, 경직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민의 편에 서서 희생하고 봉사해야할 입법기관이 이렇게 경직돼있으면 업무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지금까지도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이 아닌 유연한 자세를 가지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도 많은 행사에 참석하시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셨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시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회의장 직무대행으로서 G20국회의장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에 참석하며 많은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렸던 ‘제3차 G20국회의장회의’였습니다. 이 회의에서 저는 다른 회원국 의장들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스피치를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사우디 의장으로부터 “굉장히 액티브하게 참여해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5·18묘지를 찾아 참배를 하는 등 의미 있는 국내 행사들에도 참여해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진화법이라는 이름의 국회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수정을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십보백보인 상태로 통과된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미 통과된 법안인 만큼 19대 국회의원들께서 선진 국회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우리 국회는 국민들께서 뽑은 선량들로 구성된 곳입니다. 때문에 진실로 국민의 편에서 일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간 국회는 첨예한 대립 속에서 국민들께 실망만 안겨주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는 만큼 국민들께서도 새로운 희망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여러분의 투표로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4년을 눈여겨봐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국회의원들께는 대화와 타협, 양보와 배려의 국회를 만들어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말과 행동에 있어 품격을 높이고, 부정한 일에 연루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께서 다시 신뢰를 보내주실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 모두 새로운 출발을 멋지게 장식하길 바랍니다.”
 
<정의화 의원>
-1948년 12월 18일 출생
-부산고 졸업
-부산대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 의과대학 석사
-인제대 의과대학 박사
-조선대 명예정치학 박사
-공주대 명예교육학 박사
-부산 동래봉생병원 의료원장
-영호남민간인협의회 회장
-제15~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국회 2012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위 위원장
-現 제19대 국회의원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국회 ‘남해안시대를위한의원연구모임’ 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광주·여수명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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