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답변내용 실망”...종교계 “근본적인 대안책 필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미프진(임신중절 경구약) 허용 청원'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공감신문] 청와대가 낙태청원에 답변한 것과 관련해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여성단체는 정부의 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지만, 종교계는 근본적인 대안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6일 조국 민정수석은 청와대 페이스북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법률 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 수석은 양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신했을 때 등 다양한 경우를 고려할 것과 프란체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을 제시했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조 수석의 답변 내용에 임신중절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성(性)과 재생산 포럼'의 나영 기획위원은 “청원은 낙태죄 폐지 요구를 한 것인데 청와대가 폐지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내놓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실제로 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사실상 답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밝혔다.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의 이유림 연구자는 “지금은 법이 문제인데 법이 아닌 정책 등으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프진’이라 불리는 경구용 자연유산 유도약을 정부가 시급히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나영 기획위원은 “미프진 복용은 굳이 수술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임신중절하는 방법이다. 이 약을 도입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유림 연구자는 “청와대 발표에 미프진 언급이 없었다”며 “정부가 확실히 의지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인데 거론조차 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지난 6월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집회' 참가자들이 낙태를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반면, 종교계는 생명존중을 우선시하며 낙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낙태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으며, 생명을 존중할 수 있는 대안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동익 천주교 주교회 생명위원회 신부는 “미혼모 정책, 양육 정책 등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는 정책이 부재하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낙태죄 폐지에만 매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보호받지 못하는 생명에 대한 정부의 보호 의지나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대해서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 낙태가 이뤄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의사의 답변에 의지하는 실태조사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병조 천주교 생명운동본부 신부는 “어떤 경우에도 생명이 경시되거나 유린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미혼모에게 책임을 묻는 현행제도를 개선해 미혼부의 책임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계도 생명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낙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불교는 낙태에 반대하지만, 다수의 임신중절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하고 있다”며 “임신중절의 한계를 최소화하며 생명 존중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불교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합헌 판결에 따라, 청원의 최종 결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낙태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는 가운데, 헌재의 법률 심판이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재판관 9명 중 6명은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낙태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낙태죄 합헌 결정이 뒤집힐 수 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치계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지 않다. 낙태라는 민감한 문제에 당의 입장을 명확히 내세우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의 결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또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의 찬반 간극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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