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정당·정의당 예산안에 부정적...부결 가능성 존재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및 예산안 실무처리 지연으로 개회 뒤 곧바로 정회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감신문] 여야의 의견 충돌로 2018년 예산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여당은 당초 2일 본회의에서 최종 담판을 낼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여야 3당은 간신히 예산안 협의문을 도출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으로 돌연 돌아서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예산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모든 정책의 기반이 되는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찬반을 논의했으나,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에 반대 의견이 많아 당론을 반대로 결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은 합의 과정에서도 반대했던 것”이라며 “당정이 추진하는 합의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총에서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합의문에 서명한 정 원내대표를 비판하거나 본회의 자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고 알려졌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다시 의총을 열어 반대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정부의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잘못된 합의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대표는 공무원 증원 예산에 “공무원 증원 9475명은 전원 국가직이고 지방직은 없다”며 “그간 공무원 증원 근거로 이야기했던 소방직, 사회복지 공무원은 전부 지방직인데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아 여론을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지원액 3조원을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 또한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의당은 ‘복지축소’라는 독자적인 이유로 합의문에 난색을 표했다. 이정미 대표는 “예산안 합의를 이뤘지만 긍정적 평가만 할 수 없다”며 “한국당이 선거에 불리하다는 억지 논리로 예산협상을 야바위 놀음으로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 두번째)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당이 예산안 통과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당정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국민의당이 합의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 정국 내내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력을 발휘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라며 “다당제를 선도하는 국민의당이 대승적으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대안을 발굴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협치의 촉매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정당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116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11석, 정의당 6석인 여소야대 형국이다. 한국당·바른정당·정의당이 반대표를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완벽히 설득해야 본회의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를 만족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9월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사태에도 결과적으로 국민의당 표 단속에 실패한 게 결정적 요인”이라며 “그런 이리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친분이 있는 국민의당 의원들과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전방위적인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 지휘부는 의원총회 전 모든 의원들이 참석할 것과 해외일정을 자제하라는 당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팔짱을 끼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가고 있다.

다만,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문제다.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협의문을 파기하고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에 통과 후에도 반푼이 예산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공식적으로 법정 시한을 넘긴 첫 사례라는 불명예가 남기 때문이다.

과연 민주당이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국민의당 설득에 성공해, 예산안을 무사히 통과시킬 수 있을지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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