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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들이받은 급유선, ‘지정항로’ 아닌 ‘지름길’ 이용해시간·유류비 아끼려 좁은 수로 이용…인천해양수산청 "해사안전법에 따른 지정된 항로 아냐"
사고 지점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구역에서 벗어난 '관제 사각지대'였다. [인천 VTS 제공]

[공감신문] 지난 3일, 인천시 영흥도에서 9.77t급 낚싯배와 336t 급유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총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추돌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중대형선박이 오가는 수로가 아닌 좁은 수로(협수로·狹水路)였다. 이 협수로에 대한 규제가 없어 이에 대한 법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영흥도와 선재도라는 작은 두 섬 사이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 해역은 인천항에서 평택항 방향의 남쪽으로 이어진 협수로로 ‘영흥 수도’라 불린다. 

영흥 수도는 영흥도와 선재도를 잇는 연도교인 영흥대교 아래에서 급격히 좁아진다. 영흥대교의 총 길이는 1.2km에 불과하며, 배가 다니는 대교 아래 교각 사이의 거리는 그 절반 미치지 못한다.

사고 지점은 영흥대교에서 남서쪽으로 1마일(1.6km) 떨어진 곳이었다. 사고 지점을 가운데로 두고 두 섬 사이의 거리를 본다면 2.5마일(4km)로 길지만, 실제로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뱃길 폭은 0.2~0.3마일(370~500m)로 매우 좁다. 

파손된 선창1호를 살피고 있는 감식반

영흥도의 한 선주는 “급유선들이 썰물 때를 피해 급히 영흥 수도를 이용하려고 속력을 높인다”며 “낚싯배 몇 척이 겨우 다니는 좁은 수로에 급유선이 다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영흥도 어민들과 낚싯배 운영자들은 평소 급유선이 인천항을 출발해 영흥도 위쪽으로 돌아 경기도 해역으로 가는 ‘지정항로’는 놔두고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의 ‘지름길’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름길을 이용해 운항 시간을 30분 넘게 줄일 수 있으며 유류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법 위반이 아니다. 지정항로가 아닌 탓에 운항 금지 구역만 아니면 선장 판단에 따라 선박을 몰 수 있다.

협수로에 대한 규제가 없어 발생한 사고인 만큼 오는 12일 옹진군의회는 열릴 정례회에서 영흥 수도에서 급유선 등 규모가 큰 선박의 운항을 자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해양수산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영흥 수도는 해사안전법에 따라 지정된 항로가 아니어서, 선장 판단으로 어느 선박이든 다닐 수 있고 사실상 제한 속도도 없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좁은 수로에서 선박의 속도를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선창1호와는 다르게 충돌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명진15호

사건을 조사 중인 해경은 좁은 수로를 두 선박이 비슷한 시각에 통과하던 중 서로의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속력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선박의 항적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급유선 명진15호는 북쪽을 기준으로 216도(남서쪽) 방향으로 시속 22km(12노트), 낚싯배 선창1호는 198도 방향으로 시속 18km(10노트)로 운항 중이었다. 

낚싯배보다 규모가 30배 넘게 큰 급유선이 속도를 더 내고 있었던 것. 급유선이 낚싯배를 발견하고도 미처 속력을 줄이지 않은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선창1호를 현장 감식한 결과, 왼쪽 배 뒤편에 ‘브이(V)’ 자 모양으로 심하게 파인 자국이 발견됐다. 생존자들도 “급유선이 낚싯배의 왼쪽 뒤(선미)를 강하게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급유선은 앞부분 선체 하단에 페인트칠이 다소 벗겨진 자국 외에는 충돌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으로 이동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급유선 선장 전모씨. 전모씨는 "희생자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추돌 당시 두 선박의 속력 차이가 작지만, 육상의 도로와 달리 해상에서는 충분히 전도될 수 있다”며 “336t인 급유선과 9.77t인 낚싯배 규모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경 조사에서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 전모(37)씨는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다”면서도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낚싯배를 발견하고도 급유선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경은 전씨가 낚싯배를 발견하고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 변경을 하지 않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 전모씨 뿐 아니라 2인 1조 당직 근무 중 조타실을 비우고 식당에 간 갑판원 김모(46)씨 두사람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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