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 대통령도 참석..."파리협정 없이도 각 도시 노력하면 위기 극복 가능"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5일 '시카고 기후 헌장' 회동을 주도했다. 그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CNN 웹사이트 캡쳐]

[공감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 주장하면서 "지구 온난화는 중국 등에 비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지난 6월 '파리 기후 협정(Paris Climate Accord)'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미국 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조차 '잘못된 결정'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파리협정을 탈퇴했어도 우리는 협정 내용을 이행하겠다"는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의 반응도 나왔다.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북미지역 시장들이 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로 집결했다.

북미지역 50개 도시 시장단은 교통·에너지·폐기물 관리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른바 '시카고 기후 헌장(Chicago Climate Charter)'이다. 

시카고 기후 헌장에 서명한 북미지역 50개 도시 시장단의 모습.

이 헌장 서명 회동에는 멕시코 시티의 미구엘 앙헬 만세라 시장, 몬트리올의 발레리 플랑트 시장, 벤쿠버의 로버트슨 시장, 샌프란시스코의 에드 리 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 행정부와 노선이 다를지라도 지구 온난화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헌장에 서명했다. 

시카고의 이매뉴얼 시장은 이번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 협정 탈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지구온난화'라는 글로벌 도전 과제를 각각 도시 차원에서 해결해 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카고 기후 헌장은 2025년을 어떻게 맞을지에 관한 계획"이라며 "기후 변화에 대책 없는 트럼프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대통령이었을 당시 파리 기후 협정에 직접 서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특별 참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현재 미국은 파리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세계 유일의 나라"라면서 "다행인 점은 기후 변화 위기를 파리 협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달린 문제"라 피력했다. 

이어 그는 올해 미국, 중미 지역에 발생한 허리케인과 극단적인 날씨 등을 기후 변화의 증거로 제시하며 "미국 유권자들은 선출직 공무원을 뽑을 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을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동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특별 연설을 진행했다. [시카고 트리뷴 웹사이트 캡쳐]

이밖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각 도시 시장들이 지역별 당면 과제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이 자리에 모인 시장단의 노력이 각 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 영감을 줄 것"이라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소식을 보도한 시카고 NBC 방송은 "시카고 기후 헌장은 각 시장들에게 파리 기후 협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 기준을 준수하고, 과학기술 전문가와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당부하고 있다"며 "일부 시장들은 대중교통 수단 확장 및 청정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기후 헌장 체결은 파리 기후협정에 가입돼 있으며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가들에게 긍정적인 소식으로 들릴 터다. 다만, 가뜩이나 '오바마 지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행정부에게는 이 소식이 눈엣가시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정을 탈퇴하면서 "미국 납세자들에게 유리하고 공정한 협정을 새로 만들기 위한 토론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 문제 대처를 이른바 '미국 우선 주의'의 연장선에 놓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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