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HOME 교양공감 공익/나눔
[공감신문 시사공감] 응답하라 청와대! -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공감신문 시사공감] 작년 이맘때쯤, 광화문 광장을 가득히 메웠던 촛불들을 여러분도 아직 잊지 않으셨을 걸로 생각된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 아래 시작된 촛불집회는 물리적인 충돌 없이, 평화적인 축제 분위기 속에서 몇 개월간이나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 3월, 박근혜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아마 딱 이맘때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외신들은 촛불집회에 대해 한국인의 성숙한 국민의식이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국민들 역시 촛불집회를 계기로 그저 정치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왔던 ‘정치’, ‘민주주의’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 

새 정부는 갈수록 높아지는 국민의식 수준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의 일과들을 낱낱이 보고하는가 하면 SNS를 통해 정책을 설명하거나, 일반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청와대 소식을 들려주기도 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메인 화면. 청와대 관련 뉴스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그중에서도 요즘 제일 ‘핫’한 것은 바로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시작된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만8000여건이 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기간이 만료된 건까지 합한다면 8만건에 달한다.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슬로건 아래 국민청원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20만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게시판을 운영한지 110일째인 오늘(6일) 답변을 내놓은 ‘조두순 출소반대’와 ‘주취감형 폐지’까지 총 4건에 대해 답변했다. 

6일 오후 7시께 국민청원 게시판. 시시각각 새로운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를 알고 싶다면 청와대로 가라는 말마저 나올 정도로 연일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민청원 게시판.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이 게시판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 국민이 물었다 

“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소년법은 폐지돼야 합니다”

청원 게시판이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초,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다. 사건의 가해자들이 미성년이란 이유로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동안 ‘소년법 폐지’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9월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소년법 폐지를 원하는 국민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9월 3일 시작된 소년법 폐지 청원은 한 달여 만에 참여 수 20만명을 돌파했고 결국 정부의 답변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태어나야 할 국민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국민의 행복과 안전도 중요한 것 아닐까요?”

낙태죄 폐지에 관한 찬반논란은 이전부터도 줄곧 이어져 왔다. 생명의 존엄성과 국민의 자기결정권 중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느냐는 문제는 지금까지도 그 의견이 분분하다.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낙태죄 폐지 청원을 올린 게시자는 “원치 않은 출산은 태어날 아이에게도 비극적인 일”이라며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현행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또 임신중절 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암암리에 수술을 받는 이들이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현실에 대해 호소했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화 해줄 것을 청원하는 이 게시글은 한 달 만에 23만5372명의 공감을 얻어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의인들에게 희생만을 바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까?”

최근 귀순 북한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교수가 열악한 권역외상센터 현실에 대해 토로한 것이 화제가 됐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역시 ‘권역외상센터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 글은 지난 달 17일부터 시작돼 마감일까지는 열흘이나 남아있는 상태지만 벌써 25만명이 넘는 이들이 공감의 뜻을 표했다. 

작성자는 많은 권역외상센터들이 의료수가 문제로 인해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를 보게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과, 흉부외과 지원자 미달 현상을 두고 의대생들이 돈 때문에 의대에 입학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국가의 제도와 현실에 비판을 던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의 발언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자 20만명이 넘어 청와대의 답변이 기다려지는 가운데, 국회는 앞서 지난 1일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53%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들의 여론이 정부를 넘어 국회까지도 움직인 셈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매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이 외에도 청원 게시판에는 날마다 새로운 이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사진 주차장에 경고문구 의무화’,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금지’, ‘군내위안부 재창설 청원자 처벌’, ‘교원 성과급 폐지’ 등의 청원들이 현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 응답했다, 청와대
20만명이라는 높은 커트라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답변한 청원은 4건에 달한다. 청원 게시판이 운영된지 110일 만에 말이다. 

청와대는 소년법을 폐지하기보다는 내실을 강화하자는 답변을 내놨다. [유튜브 캡쳐]

청와대가 처음 답변을 밝힌 청원은 ‘소년법 폐지’에 관한 건이다. 지난 9월 정부는 “법 개정보다는 예방과 교화에 초점을 맞춰 소년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다각적인 접근으로 더 실질적인 예방책을 마련하고, 현재의 소년법 보호처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기준인원을 넘은 낙태법 폐지 청원에 관해서는 지난달 26일 답변이 나왔다. 다소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인 걸까. 청와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금은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현행 낙태죄에 대해 재고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늘(5일)은 특히 9월부터 3개월간 61만명이 넘는 이들의 공감을 받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으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청와대는 SNS 라이브 생중계를 통해 조두순 출소반대와 주취감형 폐지 청원에 대한 답을 내놨다. [유튜브 캡쳐]

조국 민정수석은 오늘 ‘11:50 청와대입니다’ SNS 생중계를 통해 조두순의 처벌을 더 강화하기 위한 재심 청구는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 수석은 “재심은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으며 무기징역 등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청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원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겠다.

청원에 동참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답변일 터. 조 수석은 그러나 조두순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범죄 재발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답변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주취감경이 적용되지 않도록 이미 법 개정이 돼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이날 청와대는 ‘주취감경 폐지’ 청원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법원이 조두순을 재판할 당시 만취상태의 심신미약 상태임을 인정해 12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한 것을 두고 주취감경을 폐지하자는 청원도 답변 기준 20만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며 “술을 먹었다고 봐주는 일은 성범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법 개정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더라도 조두순 같이 가벼운 형을 받는 일은 결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성범죄 외 다른 범죄에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입법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 수석에 따르면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국회에서 입법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앞서 낙태죄 폐지와 소년법 폐지에 대해 녹화된 동영상으로만 답변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SNS를 통해 올라오는 질문에 대해 실시간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국민과 더 가까워지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개선돼야 할 부분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처음 시도하는 플랫폼인 데다, 운영한지도 이제 막 100일을 지났으니 몇몇 허점들이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비인증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가장 많이 꼽히는 문제점은 바로 ‘비인증제’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는 SNS(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네이버 중 1개) 로그인만 거치면 누구나 쉽게 청원 글을 올릴 수도, 청원에 공감할 수도 있게 돼 있다. 로그인 방식이 편리하고 타인에게는 ID가 가려져 보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복답변이 가능해 여론몰이가 쉽다는 점, 책임감 없는 청원글을 올리는 이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힌다. 

논란이 됐던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 지금은 삭제 돼 있는 상태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올라왔다가 삭제된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군인들을 달래주고 위로해줄 위안부 도입이 급선무’라고 주장한 이 청원에는 530여 명이 공감을 표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익명성을 악용해 무분별한 글을 올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현재 해당 청원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역청원’에는 8만5000명 이상이 공감했다. 

이 외에도 자신의 개인사에 대해 호소하거나 장난식으로 청원글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이 글을 올리는 것은 자유이지만, 중요한 사안이 이로 인해 묻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물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청와대도 욕설을 사용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이거나, 중복적으로 올린 글들에 대해서는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하루에 평균 500명이 넘는 이들이 글을 올리는 상황에서 사후 관리로만 이를 막아내기란 어려운 일일 것으로 보인다. 

의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하루에 수백 건의 청원이 올라오는 데도 주제별로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비슷한 청원이 여러 번 올라오는 점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끼리도 의견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동수당 예산안이 발표된 이후 게시판에는 ‘아동수당’에 관한 청원이 20건 가량 올라왔다. 찬반이 나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입장의 이들끼리도 의견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기준 인원이 20만명인 점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청원사이트 위더피플(We the People)의 경우 30일간 10만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데 비해 기준 답변인원이 무리하게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답변 기준수를 낮춰달라는 청원 게시글도 올라오고 있다. 

 

■ 내 목소리가 들리니

일상에서도 소통과 대화는 중요하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을지언정, 국민과 정부 간의 소통창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일 테다. 특히 권역외상센터 예산 증가 사례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선례가 됐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정부라고 한들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법이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다 보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국민청원이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더 많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통창구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약간의 성장통은 피해갈 수 없겠지만, 그마저도 국민들과 정치권이 잘 조율해나간다면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교양공감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