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목적 체벌도 아이 폭력성 키워…“배울 시기에 겪는 체벌, 사랑과 폭력 간 경계 혼란준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이에게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회적 규범과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 지 부모에게 배운다. 이 시기에 겪는 체벌은 사랑과 폭력 간의 경계에 혼란을 일으킨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어렸을 적 부모에게 학대를 경험했다면 성인이 되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발표됐던 연구들 중 신체적 학대(Physical abuse)를 당한 사람은 나중에 폭력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신체적 학대란 주먹, 벨트, 막대기 등으로 때려 멍 자국이 남을 정도의 폭력을 말한다.

신체적 학대 수준이 아니라 훈육을 목적으로 막대기, 손바닥 등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정도의 체벌이라도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제학술지 ‘소아과학저널 (Journal of Pediatrics)’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텍사스 주립대 의대 정신과 제프 템플 교수팀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신체적 학대 수준이 아니라 훈육을 목적으로, 막대기, 손바닥 등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정도의 체벌이라도 받은 아동은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컸다.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주 19~20세 남녀 청소년 758명을 대상으로 체벌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시 신체적 학대 경험, 성(性), 나이, 인종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인은 모두 제외됐다.

응답자 중 69%는 ‘어릴 때 체벌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전체의 19%가 ‘데이트 상대방에게 폭력적 행동을 한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체벌 경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데이트 폭력을 저질을 위험이 평균 29%나 높았다. 

이 결과는 아동학대를 경험했든 아니든 간에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만 해도 자녀가 성인이 되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템플 교수는 “어린이에겐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회적 규범과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부모에게서 배운다”며 “이를 배울 시기에 겪는 체벌은 사랑과 폭력 간의 경계에 대한 혼란을 일으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체벌 경험이 성인이 돼 저지르는 폭력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갈등과 분쟁을 푸는 방법이 ‘신체적 처벌’이라고 배운다면, 나중에 친밀한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어떤 이유’로도 아동을 때리는 것에 반대해왔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소아과학회 대변인은 “아이들에게 훈육이 그들을 위해서이며 좋은 훈육이라고 말해주더라도, 가정 내 폭력을 경험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폭력성을 띄는 경향이 크다는 기존 연구결과들을 재확인‧확대해주는 것”이라 평가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체벌이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공격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라 ‘어떤 이유’로도 아동을 때리는 것에 반대해왔다. 

템플 교수 연구팀이 그동안 발표된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종합해본 결과 세계 어린이의 80%가 체벌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 여론 조사에서는 “훈육 목적의 가벼운 체벌이 때로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는 성인이 매우 많았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 성인 8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어렸을 적 체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성인이 되어 자살 위험이 37%, 마약복용 가능성은 33%가 높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