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감시 시스템으로 체제 옹호 효과만 나타날 것"

북한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더라도 당분간은 이것이 정권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WSJ 웹사이트 캡쳐]

[공감신문] 최근 들어 북한의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났지만 이것이 북한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6분의 1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스마트폰 사용자도 늘어나면서 이것이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빅 브라더' 감시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스마트폰 보급이 체제 옹호 효과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한미연구소의 김연호 선임연구원이 북한과 이동통신 합작사업을 벌이는 이집트의 오라스콤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4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것은 북한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며 지난 2012년에 비하면 4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북한에서는 신분 과시용으로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역시 스마트폰 보급이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탈북자는 스마트폰을 처음 가졌을 때 자부심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닮은 북한의 스마트폰 '진달래3'의 모습. 인터넷 기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K뉴스 웹사이트 캡쳐]

북한에서 보급되는 스마트폰은 주로 자체 생산하거나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것들로 가격은 최대 500달러로 책정돼 있다. '아리랑', '평양터치', 올해 출시된 '진달래3' 등이 인기 모델로 이들 스마트폰들은 외부 세계의 것과 기능면에서 다르다. 

우선 북한의 모든 휴대전화, 태블릿, 랩톱 컴퓨터는 북한 고유의 OS인 '붉은별'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OS로 운영되는 스마트폰 중에는 인터넷 접속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라도 볼 수 있는 콘텐츠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연설, 요리법 등으로 극히 제한돼있다. 

온라인 거래의 경우 150개 지역 판매업자들의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며, 여행 관련 사이트도 북한 내 휴가지를 소개하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붉은별' OS의 모든 코드를 개발자 통제하에 두고, 당국이 특정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를 삭제하거나 이용자 간 파일 공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감시 단속 기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의 컴퓨터 보안전문가 플로리안 그루노프는 북한의 스마트기기를 분석한 결과 한 모바일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본 페이지를 무작위로 스크린 캡쳐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사용 기록을 남겨둔다. 이렇게 접속했던 페이지 화면을 다시 볼 수는 있으나, 삭제할 수는 없다. 

북한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불심 검문, 전화·문자메시지·사진 감시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 웹사이트 캡쳐]

통화나 문자메시지, 사진 등도 모두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북한에서는 경찰이 스마트폰 소유자를 불심검문하고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것 역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북한이 모든 것을 감시·통제하에 두면서까지 스마트폰을 보급하려는 까닭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00년대 초, 자체 인트라넷을 구축하면서 컴퓨터와 휴대전화 소유 등을 허용한 바 있다.

2004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암살 시도가 포착되면서 휴대전화의 사용이 다시 금지됐다. 암살 모의가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금지 이유다. 이후 다시 2009년부터는 휴대전화의 사용이 허용됐다. 

국제앰네스티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당국이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면 이웃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삶을 향유한다는 것을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일부 고위층들은 자체 인트라넷이 아닌 외부 세계의 인터넷을 제한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의 통신업체 '차이나 유니콤'을 통해 외부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으며, 러시아 국영 통신업체 '트랜스텔레콤'도 지난 10월부터 북한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늘어나는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눈을 뜨면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처럼 철저한 감시 시스템 하에서는 도리어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당국의 선전구호에만 노출되고, 이것이 체제 옹호 효과만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스 러스티시 전 국방부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선전구호만 소비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정권을 뒤흔들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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