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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김정한 칼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갓 피어난 예쁜 봄꽃과 잘 물든 단풍이 하나가 된다면

[공감신문]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전에 보면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누구나 스무 살이 되면 성인임을 증명 받는 신분증을 갖게 되죠. 어른을 증명하는 신분증. 19금의 정보를 보거나, 원하는 대로 술과 담배를 즐기고,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죠. 

그러나 그것들은 껍데기뿐인 어른이에요. 진정한 어른은 나이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요. 생물학적, 사회학적으로 대접받는 '어른다운' 어른을 말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죠. 그것만으로도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진정한 어른은 무엇을 말할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다시 말해 진실과 거짓, 내 것과 남의 것, 선과 악을 정확히 분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깊은 사유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야죠. 탁월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바로 반듯한 지혜를 안겨주니까요.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지혜로운 이유는 그만큼 지식과 경험이 많기 때문이에요.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예외도 분명 있어요.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라고 했어요. 다시 말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자리를 스스로 노력해서 만든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반듯한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죠. 

가정에서의 내 자리, 직장에서의 내 자리, 다시 말해 누구를 만나든 분명한 내 자리가 존재하는 것을 말해요. 어디를 가나 자리를 찾지 못해, 자리가 없어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분명한 내 자리가 없으면 이 자리에 앉아보고 저 자리에 앉아보고 하면서 허둥대잖아요. 

자신의 이름 세 글자가 정확하게 쓰인 그 자리를 스스로 노력해서 만들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예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내 이름이 새겨진 내 자리가 존재한다는 것, 내가 앉든 앉지 않든 내 자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정체성을 정확히 파악해야죠.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게 알아야 해요. 정체성을 영어로 'identity'라고 하는데요. 우리말로는 '구별하다'가 되겠죠. 다시 말해 남과 구별되는 특별한 '나'를 의미하죠. 남과 다른 생각, 행동,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등의 취향, 성향 모두를 말하는 것이에요. 

'나 다운 어른', 진정한 어른으로의 첫걸음은 나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다시 말해 자존(自尊), 영어로 표현하면 'Self-respect'가 되겠죠. 세상의 기준과 평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감은 자존감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에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의식을 경계하고,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이지 않으며 자신이 믿는 일에 충분한 에너지를 쏟죠. 아무리 힘들어도 꿋꿋이 버티게 해주는 힘은 자존감이에요. 틈틈이 내면의 민낯을 성찰하게 하는 것도 자존감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자존감이 높으면 무엇을 하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신뢰하게 되죠. 

나의 자리를 만들고 나서 그다음에는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죠.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죠. 집안에서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아내로, 자식으로 책임을 다하고 직장에서는 직책에 맞게 역할을 잘 해야죠.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해 내는 것, 그 순간이 진짜 어른이 되는 거예요. 

스스로 선택한 것들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반듯하게 수행해내는 것, 그것이 어른인 거예요. 실수나 실패를 해도 스스로가 방패막이가 되는 것,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죠.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에요. 어른 노릇, 어른답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데이비드 리코가 쓴 <사랑이 두려움을 만날 때>에 보면 ‘어른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있다고 했어요. 가는 것과 되는 것(to go and to be). 첫 번째 임무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려움이 있어도 그냥 가는 것이에요.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두 번째 임무는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받지 못하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에요. 다시 말해 누구에게 의지하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끝까지 도전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죠. 

세상에는 수많은 어른이 있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죠.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아니면 자신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죠. 사실 어떤 어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선과 악을 비롯한 다양한 힘들을 적절히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어른으로 살아가자면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며 살기에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비굴해지거나 치졸해질 수도 있어요.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사춘기, 제2의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과 혼돈을 경험하며 지금 나의 길로 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죠. 그에 대한 해답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나 알 수가 있잖아요. 

또 현실과 타협하거나 적응하는 요령을 습득해야 하니까 힘든 거예요. 어른이 된다는 것, 철이 든다는 것은 현실에 잘 적응한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맘에 들던, 들지 않던 스스로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 동화되는 거죠. 그러면서 나다운 색깔을 가진 반듯한 내 자리를 차지하는 거예요. 나만이 주인이 되는 내 이름 세 글자가 선명하게 쓰인 내 자리를 갖는 것이에요.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어쨌든 나이가 적든 많든 간에 분명한 내 자리가 있으면 대접을 받게 되죠. 진정한 어른은 나이 순이 아니에요. 나이가 어려도 반듯한 생각과 행동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자리가 만들어지고 또 대접을 받게 되니까요. 어디를 가든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앉는 것, 선명한 내 자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아마도 모든 사람이 꿈꾸는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해요.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도 누구의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라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 만든 자리라야 해요. 

'어른 다운 어른'으로 대접받으면서 베풀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작가로 사는 나도 나이가 들수록 '어른'이란 말, 참 무겁게 느껴져요.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해요. 한두 살씩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어른 값'을 하는 어른이 될 테니까요. 

아프리카 격언에 이런 말이 있어요.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무척 의미심장한 말인데요. 노인이라는 것은 생로병사, 즉 인생의 미션인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큰 고통 중에세 가지를 다 겪고 살아남은 이들이에요. 

마지막 한 가지 남은 미션,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이들이고요. 산전수전 다 겪어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하고 살아낸 이들이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이해의 폭도 깊고 넓다는 것이죠. 그러니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젊은이들에게 침착하게 적절하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게 되죠. 흑과 백으로 구분되는 젊은이들에게 수많은 색을 품은 다양한 색의 조화를 알려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온전히 나만 생각하며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진정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니까요. '나'만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를 생각해야 하고 나의 색과 타인의 색을 잘 섞어야 하니까요. 나뿐만 아니라 남편이나 자식, 부모도 챙겨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챙겨야 하니까요. 어른이 되기란 참 힘든 거예요. 

그럼에도 유연한 사고로 젊은이들과 화합하는 그런 어른, '토닥토닥 쓰담쓰담'해주며 묵묵히 응원해주는 어른이 필요하죠. 가족처럼 든든하고 친구처럼 따뜻한 그런 어른 말이에요.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내가 겪은 것을 그들에게 지혜로 나눠줄 수 있는 어른, 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타인도 옳다는 것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것, 행여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조언하며 묵묵히 기다려주는 어른이 필요하죠. 

밤새도록 생의 희비(喜悲)를 마음으로 나누며 함께 깊어가는 겨울밤을 하얗게 샐 수 있는 어른 말이에요. 갓 피어난 예쁜 봄꽃과 잘 물든 단풍이 하나가 된다면 더욱 아름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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