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서 뒤늦게 밝혀져…“경찰관 대상 유치인 관리 규칙 및 규정에 대한 교육 필요”

지난 9월 19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하천 둑길에서 나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공감신문] 지난 9월 충북 청주의 한 하천변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에는 심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역력했으며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

이 여성을 살해한 범인들은 A씨(32‧남)와 그의 여자친구 B씨(21‧여)로 ‘주변에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둔기로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성폭행 피해를 당해 숨진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일으킨 피의자 B씨가 유치장 수감 중 공범인 A씨에게 쪽지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청주짖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B씨.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B씨는 유치장에서 편지를 쓰고 싶다며 경찰에 종이와 펜을 가져다줄 것을 요청했다. B씨는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하지만 구속된 피의자라 하더라도 변호인, 가족의 면회‧편지 작성,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는 있다. 

경찰은 B씨에게 플러스펜과 A4용지 한 장을 지급했고, B씨는 경찰로부터 받은 종이 일부를 찢어 두 조각으로 만든 뒤 그중 한 장으로 공범 A씨에 보낼 쪽지를 만들었다. 

여성 유치장에 있던 B씨는 5m 이상 떨어진 남성 유치장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쪽지를 건네기 위해 종이 과자 상자 틈에 쪽지를 숨겼고, 경찰관에게 쪽지를 숨긴 과자 상자를 A씨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외관상 새 제품인 줄 알았던 경찰은 의심 없이 과자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이같은 범행 은폐 시도는 검찰이 해당 쪽지를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하면서 알려졌다. 쪽지에는 ‘배신하지 말라, 너 때문에 20대 인생 망쳤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지난 9월, 청주시 흥덕구 흥덕경찰서에서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된 A씨.

경찰은 쪽지의 존재를 지난 10월 16일 검찰에서 유치장 폐쇄회로 TV 확인을 요청한 뒤에야 알게 됐다.

현재 B씨는 사건현장에는 있었지만,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이 쪽지가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라 보고 있다.

구속된 피의자는 변호인‧가족과 대화나 편지, 물건을 주고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피의자끼리는 서로 대화하거나 편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거짓 진술을 모의할 수 있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 13·16조에 따르면 '통모(通謀·남몰래 서로 통하여 공모함)'를 방지하기 위해 공범을 분리해 유치하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끼리 과자를 나눠먹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지만, 면밀히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치장 관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하천변에서 A씨와 B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밝혀지면서 전문가들은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유치인 관리 규칙, 경찰 업무 규정 등에 대해 현실성 있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 사건 피의자들은 절박한 심리가 있어 조그만 틈이라도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심리가 있다”며 “이들의 행동은 특히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돌발 상황을 예방해야 한다”고 전했다.

피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있으므로, 원천적으로 빈틈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인권과 보안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유치장 관리 규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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