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기간 종전보다 절반가량 단축될 듯...영업 위한 시스템 정비까지 모두 마무리돼

[공감신문] 중국 대륙을 관통해 유럽으로 국내 화물을 실어 나르는 ‘전세화물열차’(블록트레인·Block Train) 서비스가 사상 처음으로 개시될 예정이다. 

그간 국내물류를 실은 열차가 러시아나 몽골, 만주 등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중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유럽행 블록트레인이 개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대륙을 관통해 유럽으로 국내화물을 실어나르는 블록트레인 서비스가 사상 처음 개시될 예정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물류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서중물류는 지난달 8일 유럽행 중국횡단철도(TCR·Trans China Railway) 블록트레인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영업을 위한 시스템 정비까지 모두 마무리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두 회사는 지난 1일부터 국내 주요 화주를 대상으로 TCR 블록트레인 물량을 접수 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지만, 중국 지방정부와의 보조금 협상과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등으로 진행이 다소 지연됐다. 

유럽행 TCR 블록트레인은 국내 주요 항(港)에서 중국으로 화물을 보내면, 이를 중국에서 모아 TCR을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구조로 돼 있다. 

현대상선은 화주들이 위탁한 화물을 인천·부산·평택항에서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淸島)와 르자오(日照)까지 선박을 이용해 보낸다. 

현대상선의 내륙 운송 파트너사인 서중물류가 이 화물을 중국 내륙 철도물류 중심지인 쓰촨(四川)성과 청두(成都)에 모아 블록트레인으로 옮겨 실으면 TCR을 통해 유럽까지 운송되는 것이다. 

이 블록트레인은 중국의 접경지역이자 대형 물류기지가 위치해 있는 카자흐스탄 도스티크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TSR·Trans-Siberian Railway) 노선으로 환적한 후 폴란드까지 무정차로 달려갈 예정이다. 

TCR 블록트레인 노선

현대상선의 사전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SDS, LG, 글로비스 등 주요 화주들이 블록트레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TV,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운송할 의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물량들을 전부 포함해도, 현재까지 수요는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TSR과 몽골횡단열차(TMR·Trans Mongolian Railway) 노선을 이용해 유럽으로 물건을 보내는 업체들과 수요가 겹치기 때문인데, TCR 노선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기존 계약이 종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업계에서는 현재까지 TCR·TSR·TMR을 통한 국내 물류 내륙운송 수요는 주간 25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로 추산 중이다. 

TCR 블록트레인이 도입되면 육로 물류 운송기간이 종전보다 최대 절반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TSR 노선 이용시 유럽까지 운송은 최소 30일이 걸리며, 해상 운송을 통해서도 35~40일이 걸리는 상황이다. 반면, TCR 블록트레인은 18~23일이면 국내 화주의 화물을 폴란드까지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거기다 TSR 노선의 경우 블록트레인 편성에 변수가 많아 수송기간이 10~20일씩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화주들이 불안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화주들에게 TCR은 매력적인 노선이다. 

다만, 높은 운임비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국내 항구에서 폴란드까지 해상수송 하는 경우 2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이 3500~4000달러 수준으로 책정되는 데 반해, 환적과 환승이 따르는 TCR 블록트레인은 6500~7000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해상수송의 약 2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 상황에 대해선 공개하기 조심스럽지만, 중국 지방 정부와 보조금 협상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으며 TCR 블록트레인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물류업계는 대체 운송로를 하나 더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내놨다.

국토부는 또 TCR 블록트레인 환적 지연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유엔 아시아태평경제사회위원회(ESCAP)에 유라시아 지역 표준운송장과 철도화물 통합정보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TCR 블록트레인이 정착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와 물류업계는 육로나 해로보다 운송시간을 줄일 수 있고 유사시 대체 운송로를 하나 더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해상운임가가 높아지면서 대체 수송로 확보를 위한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물류수송의 99%를 차지하는 해상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릴 대체 육로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수요 부족 등으로 독자적인 블록트레인 운영은 어렵지만, 한국발 TCR 영업을 시작한 뒤 노하우를 쌓아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 독자사업 역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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