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고엽제전우회 등 특정단체 두둔...소수 특혜 근절돼야”

정의당 김종대 의원

[공감신문]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재향군인회·고엽제전우회 등 특정 소수단체를 위해 보훈단체 수익사업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비례대표)은 보훈처·기획재정부·방위사업청·한국전력공사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 전 처장의 수익사업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수의계약을 통해 보훈단체의 수익을 보전하기보다 그들의 자활의식을 고취해 경제적·사회적 자생력을 신장하기 위해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기재부는 당시 보훈단체가 변경된 제도에 적응할 수 있게 ‘경과조치 기간’을 설정했다. 2013년까지 이전 계약금액의 100%로 수의계약 가능, 2014년 70%, 2015년 40%, 2016년 완전 폐지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재향군인회(이하 향군)를 비롯한 몇몇 보훈단체가 수의계약에서 제외됐다. 향군은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안보활동, 캠페인, 집회’ 등의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로 방사청과 보훈처에 100% 수준의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방사청과 보훈처는 향군이 요청한 공문을 그대로 인용해 기재부에 전달했고, 기재부는 이를 반영해 2014년 80%, 2015년 50% 수의계약 금액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재개정했다. 

그 결과 향군은 연간 150억원의 추가매출을 올렸다. 김종대 의원은 매출의 일부는 관제데모 의혹을 받는 집회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박 전 처장이 임명된 2011년 2월부터 2017년 5월 사이 보훈단체의 데모 횟수도 급격히 늘었다.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박 전 처장이 보훈단체의 수익사업에 직접개입한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보훈처는 남은 폐전선과 폐절연유를 가공·재활용하는 4개 사업을 고엽제전우회와 수의계약 요청해달라는 공문은 한전에 3차례 발송했다. 

즉, 당시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시행돼 대부분 사업이 경쟁입찰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보훈처가 한전에 고엽제전우회가 4개의 사업을 넘겨받고 수의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는 보훈처가 보훈단체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위배하고 수익사업에 직접개입한 것이다.

고엽제전우회는 4개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P씨 일가가 운영하는 두 곳의 공장으로부터 각각 월 1700만원·3000만원의 공장을 임대해 사용했다. 보훈처와 한전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임차공장의 대표와 고엽제전우회 전선사업단장은 사촌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복지단체와의 계약업무처리기준’은 ‘임차공장의 경우, 임대인이 해당 보훈단체 임직원으로 재직하면 수의계약이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망을 피하기 위해 친인척 관계를 활용한 것이다. 또 고엽제전우회의 전 명칭은 재향군인회로 약 25년간 해당 사업을 독점해온 셈이다. 

타 보훈단체를 비롯한 민간업체들의 민원이 해당사업의 독점사실에 민원을 지속 제기했기에 보훈처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보훈처는 오히려 한전에 공문을 발송해 P씨 일가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운 것과 다름없다.

일각에서는 P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10여년 간 청와대 총무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거론하며 보훈처장을 비롯한 윗선의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P씨 일가를 두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1월 29일 재향군인회가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에 발송한 공문.

김 의원은 “보훈단체의 수의계약과 위법·비리 혐의가 제기된다고 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에게 응당 제공해야 할 혜택을 축소해서는 안 되지만, 혜택이 소수단체 간부와 업체 관리자에게 집중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에게 과도하게 혜택이 집중되는 건 모든 보훈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보훈인의 탈을 쓴 소수를 비호하기 위해 보훈처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부분에 대해서 내부감사·감사원 감사 등이 이뤄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까지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비리를 근절하고 조달 공공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수익사업 일변도의 보훈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보훈단체 회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능동적인 방향에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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