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 “조사 결과 받아들이지만, 고해성사 신고는 신성불가침성 훼손”

호주 특별조사위원회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가톨릭 성직자들은 고해성사 중 아동 성학대와 관련한 내용을 들었다면 당국에 신고해라는 권고를 냈다.

[공감신문] 최근 호주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벌어진 아동 성 학대에 관한 조사가 마무리됐다.

조사 결과에 호주 정부는 고해성사 중 아동 성 학대와 관련한 내용을 들은 가톨릭 성직자들이 당국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호주 아동 성 학대 대응에 관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지난 2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학대 대응에 관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특조위는 성명을 통해 “5년의 조사 결과 어린이 보호에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실패와 함께 비밀주의 및 은폐 문화, 피해자 개인의 삶에 끼친 엄청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 가해자의 3분의 1은 성직자들이었고, 1960년과 2015년 사이 전체 신부의 7%가 아동을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톨릭계는 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아동 성 학대에 대한 고해성사를 들은 성직자가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권고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고해성사 내용을 신고하는 것은 신성불가침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맬버른의 데니스 하트 대주교는 “성직자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 아동을 학대했다는 것에 가톨릭 주교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대신해 조건 없이 사과한다.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의가 실현되도록 우리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해성사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신성불가침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가톨릭계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니의 앤서니 피셔 대주교도 “고해성사에 대한 변화는 불가능하다”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호주 멜버른 법원에 출석하는 조지 펠 추기경.

지난 14일 열린 청문회를 끝으로 5년간의 조사를 마친 특조위의 이번 조사는 호주 역사상 최대규모뤄 이뤄졌다. 조사 대상이 광범위한 것은 물론 비용만 5억 호주달러(한화 약 4200억원)가 쓰였다.

특조위는 5년간 400일 이상 57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열었으며, 여기에는 교황청 재무책임자로 현재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지 펠 추기경도 포함됐다.

가톨릭계, 보이스카우트, 군을 포함한 피해자 및 목격자 등과의 개별 만남도 8000회 이상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접촉한 사람들은 생존자, 그들의 친척, 목격자를 포함 1만5000명에 달했다.

수사 자료는 인터뷰 내용을 포함해 120만쪽의 자료가 총 17권으로 정리됐으며 조사에 활용된 전화는 4만1700통, 편지‧이메일은 2만5770건이었다.

15일, 5년의 특조위 활동에 감사를 표시하는 호주 캔버라 시민들.

피해자의 대부분은 10~14살 사이에 처음 학대를 받기 시작했으며 가해 혐의자 2500명 이상이 경찰 및 다른 기관에 넘겨졌다.

특조위는 피해자의 60%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 대략 생존 피해자 6만명이 배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인 피터 매클렐런 특조위 위원장은 “아동보호기관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경찰도 종종 어린이들을 믿지 않고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수만 명의 어린이 피해자를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와 조직,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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