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4년간 OECD 자살률 1위...자살방지예산은 日 10분의 1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주최로 '자살에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기동민 의원이 발언 중인 모습.

[공감신문] 문재인 정부가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100대 국정과제에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산업’을 선정했지만, 대안이 미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에 따르면 10·20·30대의 사망원인 중 1위는 자살인 것으로 드러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살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살예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성북구청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국은 지난 14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평균 자살률의 두 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1만3092명이다. 이를 1일 평균으로 따지면 하루에 35.8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며, 39분당 한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문제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청년층인 10·20·30대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살이 개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전반적인 현실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가 자살문제 해결을 위해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난 2004년 ‘국가자살예방 5개년 계획’, 2008년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 수립’,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 등 급속히 증가하는 자살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마련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우선 자살방지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 2018년 예산안에 포함된 자살예방 관련 금액은 604억원에 불과하다. 

기동민 의원에 의하면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 자살예방 예산이 7508억원에 달한다. 국내와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많은 예산을 자살방지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도 OECD국가 중 자살률 2위지만, 인구 10만명당 평균자살률은 한국(25.6명)의 3분의 2수준인 18.7명이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산과 자살률의 연관성에 대해 “지난 90년대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5000여명에 달했지만, 매년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한 결과 현재는 5000명 미만으로 줄었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일본과 우리가 처음부터 자살률 차이가 큰 것은 아니었다. 1998년 일본에서는 연간 자살자 수가 3만여명을 돌파하면서 자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일본 정부는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민관이 힘을 합한 결과 2015년 연간 자살자 수를 기존의 70% 수준인 2만4000여명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일본뿐 아니라, 핀란드·미국·영국 등 국가들도 자살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민관이 협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살예방을 위한 민관협력기구’를 운용 중이다. 미 연방정부는 민간 자살예방단체에 연간 100억원을 지원하고, 1363종의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국내와 비교되는 여러 정책 중 미국의 민간자살예방단체 지원 노력은 우리 정부가 도입을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대책 중 하나다.

이날 토론회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한 김인숙 서서울생명의전화 원장은 “민관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자살예방 예산이 있는데, 관련부처에 문의한 결과 전체 예산의 2~3%밖에 안 된다”며 “민간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예산 확충과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심이 돼, 국내 자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세부 방안으로는 ▲국민의 시각에서 자살예방정책 수립 ▲자살요인별 다양한 대안 마련 ▲중앙정부-지자체 협력 체계구축 ▲자살예방 컨트롤타워 구성 ▲자살예방 관련 예산 증액 등을 제안했다.

지난 7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발언 중이다.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는 27만6096명이다. 청장년층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만큼 연간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6조4000억원에 달한다. 개인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사회에 극심한 손실을 발생하는 자살은 더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은 타인과 사회의 구원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에 ‘자살해결’을 명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를 충실히 이행할 뜻을 밝힌 만큼 내년부터라도 정부차원의 자살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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