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익명 보장, 아이 성장 후 모친 신원 알려주는 방식…佛서는 이미 법으로 보장돼 있어

[공감신문] 일본에서 이른바 ‘비밀출산’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한 출산과 버려지는 아이들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이 제도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에서 비밀출산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1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소재 지케이 병원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여성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비밀출산 제도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비밀출산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이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다른 말로는 ‘익명출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일정 나이까지 자라게 되면 모친의 신원을 알리게 된다. 

지케이 병원은 임신부의 신원을 기록한 서류를 밀봉해 행정기관에 위탁한 이후 임신부가 아이를 출산하면, 아이는 입양 가정에서 성장하다가 일정 연령이 될 때 해당 서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병원은 구마모토시에 해당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이며, 시 측은 내년 초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케이 병원은 2007년부터 10년간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병원이기도 하다. 베이비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설치한 상자로, 한국에서도 서울과 경기 군포시 등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서울시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이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비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날카롭게 이어지고 있다. 주로 ‘자택이나 자가용 안 등 위험한 환경에서 출산한 뒤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서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를 빼앗는다’ 등 지적이다. 

이에 병원 측은 베이비박스에서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비밀출산 제도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신부의 위험한 출산도 막고, 아이의 알 권리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임신 사실을 알리기 싫어 누구와도 상담하지 못한 채 고립된 임신부가 적지 않다”며 “비밀출산으로 임신부의 병원 진단 부담을 줄이고, 위험한 출산을 방지해 산모와 신생아 모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는 익명출산제를 앞서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는 1691년 파리의 한 병원에서 익명출산을 허용한 이후, 현재는 ‘완전한 익명출산’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다만 익명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찾는다 하더라도 친부모가 원치 않으면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드물게 완벽한 익명출산을 보장하는 나라다. 

독일에서는 베이비박스를 통한 ‘부분적 익명출산’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프랑스와 달리 아이가 만 16세가 되면 가정법원을 통해 친부모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친부모의 권리보다 아이의 알 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 제도를 통해 출산한 경우에도 1년 내로는 아이를 다시 데려와 양육할 수 있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는 완전한 익명출산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독일과 미국 등은 부분적 익명출산을 허용하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미국은 자국 내 50개 주가 ‘아기피난소법’(Safe Heaven Law)을 채택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산모의 영아 유기 행위에 민·형사상 책임을 면해주고 있다. 

또 대부분 주가 친부모의 익명성을 보호하는 한편 일부 주 만은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뒀다. 그러나 프랑스와는 달리 익명출산 산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를 최초 설치했으며, 현재는 경기도 군포시 새가나안교회까지 총 2곳에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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