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정환선 칼럼] 궁궐에서 만나는 “수만세”(壽萬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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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정환선 칼럼] 궁궐에서 만나는 “수만세”(壽萬歲)”
  • 정환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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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정환선 칼럼니스트=창덕궁 낙선재 뒤편 화계에는 장인의 멋진 솜씨가 멋들어지게 발휘된 굴뚝이 있다. 전돌과 회반죽을 이용하여 ‘만세수’를 누리라는 바램의 “수만세”(壽萬歲)” 무늬글자를 새겨 놓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 굴뚝 바로 앞 “수(壽)” 오른쪽 측면 “만(萬)” 왼쪽 측면 “세(歲)자”가 새겨져 있는 모습 -촬영 : 성주경 길라잡이-

‘수(壽)'자의 가운데를 잘 살펴보면 '卍'자 두 개를 발견할 수 있다. 좋고 반갑고.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상서로운 뜻을 가진 길상(吉祥)과 만수(萬壽)를 누리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가기 시작하고 병들어가며 끝내는 죽음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갈 수 있는 무병장수(無病長壽)의 길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모두의 관심 사항이다.

조선에서 왕들의 평균 수명은 약 47.3세 왕비 수명은 49.5세로 비교적 수명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발전되지 않은 의료과학기술, 운동 부족, 만기친람(萬機親覽)에 의한 피로 누적에 의한 스트레스 등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48세까지 살았던 '정조'가 성정각에서 밤새워 초계문신의 시험지를 일일이 채점할 정도로 일 중독이 심하여 건강을 해친 본보기이다. 예외로 4경(새벽 1시부터 3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었던 영조는 83세까지 오래 살아 묘호를 '영조'로 정하기도 하였다.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영토를 크게 넓혔고, 아들인 장수왕은 만주뿐만 아니라 한강 이남까지 영토를 넓혔다. 당시 고구려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였고, 장수왕은 98세까지 살았다.

궁궐에서는 왕과 왕실 가족의 무병장수(無病長壽), 불로장생(不老長生), 만수무강(萬壽無疆)을 위하여 내의원을 설치하여 과학적이고 의학적 치료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인간의 치료능력은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무병장수를 기원(祈願)하는 여러 가지 설치물과 표상들을 설치하거나 주술적 행위로 이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궁궐 전각의 내부 벽, 문창살, 기둥의 주련, 담장, 굴뚝, 지붕의 합각벽과 기왓장, 왕실 가족의 의상 등은 무병장수와 관련된 문자나 무늬를 그리거나, 새긴다든지, 장식하여 표현하기 좋은 곳이었다.

장수와 관련된 문자로는 오래 살아 복을 누리며, 건강하여 마음이 편안하다는 ‘수복강령’(壽福康寧), 수(壽), 수강(壽康) 등을 문자무늬로 사용하였다. 장수에 대한 그림 소재로는 해, 산, 물, 돌, 소나무,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십장생 등등을 이용하였다. 임금님 어좌 뒤쪽에 배치하는 그림 ‘일월오봉도’에 십장생이 잘 표현되어 있다.

대조전과 희정당의 합각벽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문자무늬를 새겼다. 대조전과 희정당, 낙선재의 굴뚝은 무병장수의 염원을 날아 올라가는 연기와 함께 하늘에 상달 되도록 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생각하였다. 희정당 뒤편 굴뚝에는 수(壽)자를 낙선재 뒤편 굴뚝에는 “수만세” 문자무늬를, 담장에는 장수를 의미하는 육각형 ‘거북등무늬’를 장식하였다. 특히, 낙선재 굴뚝은 작품성이 뛰어나고 장수에 대한 염원을 간절하게 창의적으로 잘 표현하여 관람객들이 무병장수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 전각과 담장 암막새에 새겨진 ‘불로초 무늬’

담장과 전각의 기와는 처마선 따라 ‘수막새’와 ‘암막새’가 올려져 있다. 기와 무늬는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싶은 인간 본능의 염원을 기원하여 수막새 기와에는 묵숨 ‘수’를 암막새 기와에는 ‘불로초’를 형상화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혹자들은 암막새의 무늬를 거미 또는 박쥐라고 하지만 불로초라는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후원에는 불로장생을 기원하기 위하여 통돌을 자르고 다듬어 설치한 “불로문(不老門)”이 있다. 이 돌문은 국빈방문한 외국의 귀빈들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다. 우스갯소리로 이 문을 한번 드나들면 한 갑자(60살)를 살 수 있으니 여러번 드나들어도 괜찮다고 하면 실제로 수시로 드나들어 웃음을 자아낸다. 장수에 대한 열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 관심사인 것 같다.

#. 애련정의 연꽃, 주련, 낙양각, 처마마루 끝 왜가리 촬영 –길라잡이 이한복-

한여름이면 연못 한가득 연꽃을 피어내는 “애련지”, 송의 철학자 “주돈이”는 그의 수필 “애련설”에서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변하지 않고, 우뚝 서서 치우치지 아니하며 지조가 굳고 맑고 깨끗하여 군자의 덕을 지녔다.”라고 하였다. 정자의 이름은 "애련정"이다. 한 칸의 “애련정” 정면 기둥 왼쪽에 “龜齡獻聖人(귀령헌성인)” 주련을 걸었다. 연못 속에서 살아가는 장수의 상징 거북의 수명을 임금님께 바쳐 누리게 하고 싶다는 기원이 여기에도 담겨있다.

#. 장수의 상징 ‘육각형 거북등무늬’ 닮은 ‘느티나무 줄기의 무늬’ 장소 : 희우정 언덕배기

‘효명세자’는 정조의 손자로 비록 왕위에는 오르지 못하였지만 대리 청정으로 3년 동안 조선을 이끌었다. 세자가 11살 때 서연(세자의 공부)에서 ‘세자시강원’(참석한 왕세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관서)의 관리 ‘박영원’에게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는 “인자수(仁者壽)를 글씨 첩에 써서 내려준다. 어린 세자가 나이 많은 신하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성군이 되리라 하였지만 대리청정 3년 22세의 단명이 아쉽다.

사람들이 ‘만세수’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사는 것이 좋다. 천도복숭아를 먹어서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혹자는 궁궐에는 무병장수의 ‘기(氣)’가 흘러넘친다고 말한다.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궁궐관람으로 ‘기’를 받아본다든지 제철 과일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무더운 여름! 제철 과일 천도복숭아를 맛있게 드시고 “수만세”(壽萬歲)”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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