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보다 연봉 적은 배터리 업계 인력 이탈 심각..."인력유출 차단 대책 마련해야"

중국과 미국 기업들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이른바 '인력 빼내기'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 등이 잇따르고 있다. [maxpixel/cc0 public domain]

[공감신문] 국내 주요 대기업에 이른바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두뇌 유출)' 우려가 일고 있다. 이들 기업의 전문 기술인력들이 최근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 잇따라 이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R&D 센터에서 근무하던 윤 모 수석연구원(부장급)이 지난 6월 말 사표를 내고 7월 말께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으로 직장을 옮겼다. 

윤 씨는 아마존으로 이직 이후 시니어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원 자리를 맡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현재 아마존에서 컨벡스 최적화 및 딥러닝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량몽송(梁孟松) 전 삼성전자 부사장 역시 지난 달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영입된 바 있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AI분야를 비롯한 각종 전문기술 분야 인력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들은 국내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SCMP 웹사이트 캡쳐]

량 전 부사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꼽히는 대만 TSMC 출신으로 지난 2011년 대만국립칭화대 교수로 재직 도중 삼성전자에 영입된 바 있으며, 이번에 재차 중국의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 배터리 분야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중국은 국내 업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업체의 연구원과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 중국 업체는 국내 배터리 분야 연봉 수준이 석유화학 등 다른 분야보다 적다는 점을 노리면서 고액 연봉으로 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전문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국내 인력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대리·과장급에 많게는 1억원 가량, 10년 이상 부장급은 2억원 가량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외국 전문인력 유치와 더불어 국내 인력유출 차단을 위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maxpixel/cc0 public domain]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최근 들어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근무할 한국의 배터리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바 있는데 이들은 연봉 외 성과급, 연말 보너스, 관용차 보조금,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 등까지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AI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지만 자국 내 인력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중국 AI 기업들이 한국 주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인력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의 90%가 자국 내에서 원하는 전문가를 찾지 못해 해외의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 미국 업체들이 국내 유력기업의 인력들을 상대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에 따라 기술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반대로 우리 기업들도 외국 전문인력 유치에 나서는 한편 인력유출 차단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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