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어느새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커플들은 어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지 고민이겠지만, 솔로들이 볼 때 그건 정말 배부른 고민이다. 사랑하는 이와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행복하지 않을까.

수많은 연애 코칭에 대한 지식들이 난무하고 있는 이때에, 고전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2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꾸준히 읽히며 사랑받는 연애지침서가 있다고 해 찾아보았다. 기원전에 이 책을 쓴 그는 누구인가.

로마 최고의 시인이었던 '오비디우스'

오비디우스. 이탈리아 출신의 그는 당대 로마 최고의 시인이었다. 그는 관료직에 있다가 스스로 내려놓았는데 굉장히 세속적이며 호방한 문인이었다고 한다. 기원전 8년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그의 저서 <사랑의 기교 [Ars Amatoria]>를 금서로 지정했었다.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Ars Amatoria는 주로 실용적인 ‘연애 기술’을 소개한다. 오늘 살펴볼 내용도 그것들이다. 

오비디우스의 저서 '사랑의 기교'는 주로 실용적인 ‘연애 기술’을 소개한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와 여자가 반하는 포인트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2000년이 흐른 지금에도 남아있는, 당시엔 몰래 읽어야만 했던 사랑의 기술을 들여다보자.

■ 그녀의 편을 들어라, 드는 척 해라

영화 '원스'

‘그녀가 비난하면 무조건 같이 비난하라. 그녀가 칭찬하면 무조건 같이 칭찬하라. 그녀가 긍정하면 무조건 같이 긍정하라. 그녀가 부정하면 무조건 같이 부정하라. 그녀가 웃으면 무조건 같이 따라 웃어라. (중략) 표정이나 시선도 무조건 그녀를 따라하라.’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감정적이다. 여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과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느낄 때 마음을 열게 된다. 이것은 불과 남녀 관계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수 십 년 동안 떨어져 살았던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여자들과 친해지는 것이 힘든, 특히나 꼭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여자 직장 동료들과도 친해지는 것이 어려운 분들에게 추천해드릴 만한 방법이다. 여자들도 대부분 이렇게 친해진다. 거의 유치원 때부터 그렇게 해왔으며, 노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교양을 쌓아라

영화 '책 읽어주는 남자'

‘여자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지 않으려면 육체적인 매력에다 정신적인 매력을 겸비해야 한다. 육체의 아름다움이란 허망한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줄어드는 법이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중략) 영속하는 정신의 힘을 키워 육체의 아름다움에 보태라! 그것만은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요즘 말로 치면, ‘뇌섹남’이 되라는 얘기다. 여자들은 사실 외모보다 그 사람의 분위기나 성격에 더욱 끌려한다. 특히나 ‘연인’이나 ‘부부’ 관계로 발전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정신이 건강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영속하는 정신의 힘’을 키우라고 했던 것!

특히나 똑똑한 남자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뇌가 섹시한 남자와 여자는 때때로 작은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대신 주의할 것은, 그녀를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한다! 

 

■ 세심한 배려의 상황을 만들어라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흔한 일이지만 여자의 무릎에 티끌이 떨어져 있으면 손으로 조심스럽게 털어라. 아무것도 떨어져 있지 않아도 뭐가 떨어진 것처럼 그냥 털어주라. 기회가 있으면 기사도를 보여야 한다. 여자의 옷이 아래로 쳐져 땅에 끌리면 얼른 몸을 숙여 걷어주라. 네 눈은 그녀의 다리를 보는 행운을 잡을 것이다.’
 

사실 여자들이 남자에게 반하는 순간은 큰 선물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이런 세심한 상황에서 그 남자에게 반하게 된다. 저 사람은 굉장히 자상하구나, 느끼게 된다. 또 여자는 작은 변화를 알아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남자일 거라는 추축을 하게 만든다.

그의 방법은 좀 극단(?)적인 면이 있고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세심한 면을 가지자는 이야기는 강조할 만하다. 꼭 여자 친구가 아니더라도, 무뚝뚝한 아들이 어머니에게도 가끔 이런 모습을 보이면 어머니는 무척 흐뭇해하실 거다. 어머니도 여자다. 

 

■ 예비된 일을 지시하도록 만들어라

영화 '러브 액츄얼리'

‘네가 막 하려고 했던 것이나, 언젠가 하게 되면 네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을 항상 애인이 먼저 해달라고 조르게 하라. 가령 네가 이미 노예들 중 하나에게 자유를 주기로 약속했다면, 그것을 네 애인이 그렇게 해달라고 네게 간청하도록 하라는 말이다. (중략) 그렇게 당신의 애인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이게 하라. 그렇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분명 이 책을 쓴 오비디우스는 재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몇몇 단어들이 시대를 드러내긴 하지만, 정말 현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정말 전략적이다. 어차피 해야 하고 벌어질 일이 있더라면- 누가 들어도 그렇게 하는 게 나은 일이라면 그녀에게 은근 슬쩍 묻는 거다.

‘이렇게 하는 게 나을까?’

당연히 그녀는 그러라고 할 것이고, 그걸 해내면 여자가 당신을 대단하게 본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어차피 살 자동차, 어차피 갈 곳 이런 것들이 되겠다. 

 

■ 역발상으로 외도를 드러내라

영화 'Mr. 히치 -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여자의 질투심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난 철저히 외도를 감추라고 권했지만, 이제는 역발상으로 네 외도를 은밀하게 드러내라. 그렇다고 나를 변덕스럽게 탓하지 마라. 배는 항상 같은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 한대로 일부러 ‘외도’를 하거나 그것을 들키라는 의미와는, 현대적으로 거리가 멀다. 중요한건 ‘질투심’이다. 당신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드러내라는 게 포인트!

남자나 여자나, 상대방에게 다른 누군가 생길 것 같으면 위기감이 들거나 조바심이 생긴다. 그럴 때를 그는, ‘아, 내가 그를 좋아하는 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만일 저렇게 했는데도 반응이 없다면 그녀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 걱정시켜라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그녀에게 너를 걱정하는 마음을 갖게 하라. 시들해진 그녀의 마음을 사랑의 불길로 새롭게 타오르게 하라.’
 

이것 역시 질투심과 더불어 나왔던 얘기인데, 현대적으로 좀 다르게 해석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 이런 모성애를 자극하여 그를 ‘돌봐주고 싶게’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그런 것에 고마워하는 기분을 느낄 때, 상대방은 ‘아, 그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남녀불문 좋은 방법이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뉘앙스의 말로 고마움을 꼭 전해야한다. 

■ 주특기를 살려라 

영화 '원스'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지혜롭게 사랑할 수 있고, 자기 역량에 따라 사랑의 작업을 조절할 수 있다. 얼굴에 자신이 있으면 그것을 자랑스럽게 보여라, 피부가 좋으면 어깨를 자주 드러내라. 대화로 승부를 걸겠다면 지루한 침묵은 피하라. 노래 부르는 데 재주가 있다면 노래를 불러라. 주량이 세다면 술을 마셔라. 하지만 아무리 말을 잘하는 웅변가라도 사랑의 밀어를 나눌 때는 열변을 토하지 마라. 아무리 훌륭한 시인이라도 자신의 시를 큰 소리로 낭독하지 마라.’
 

맞는 말이다! 남녀불문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정말 멋지다. 그것을 드러내라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기본적인 얘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마구’드러내지 않는 것!

그는 아무리 훌륭한 시를 써도 큰 소리로 낭독하지 말라고 했다. 말을 잘해도 그녀와 스킨십을 할 때에는 좀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것. 사실 대부분의 여자는 너무 수다스러운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너무’, 그러니까 ‘오버’하는 것이다.

‘와, 정말 운동을 잘하시네요!’ 라고 했다고 해서 매일 운동하는 모습만 보여주지는 말자는 것. 조금씩 이런 장점도 있다는 것을 슬쩍슬쩍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남녀모두 마찬가지다.

 

■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사랑하자

살펴보니 아우구스투스가 왜 이 책을 금서로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본문에는 조금 선정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 도서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이 책은 ‘남녀’관계를 떠나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더 많은 듯 하다.

그는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사랑하자고 말한다. 연애와 결혼이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겁먹지 않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길 바란다. 이번 겨울, 마음이 따뜻한 연말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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