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첫 40만가구 돌파…역전세난·깡통전세 등 부작용 우려돼
[공감신문] 내년 전국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40만가구를 넘어설 예정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이어 입주물량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3만9611가구로 올해(38만3820가구)보다 14.5%(5만5791가구) 늘어난다. 이 같은 물량은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 200만호를 건설할 당시보다도 더 많은 수준이다.
1980년대 말부터 분당·일산·평촌 등 본격적으로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돼 1990년대 들어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991년 24만9000여가구에 불과했지만 1992년 40만4198가구로 크게 늘어났고, 94년 41만4469가구, 95년 41만9430가구, 97년 43만2128가구 등 4년에 걸쳐 연간 입주 물량이 40만 가구를 웃돌았다.
하지만 2000년대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연간 입주물량이 40만가구를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20년 만에 최대 물량이 입주했다는 올해에도 40만가구에는 못 미쳤다.
내년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물량 충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서 가장 많은 물량이 입주하는 곳은 올해보다 25.7% 늘어난 16만1992가구가 입주하는 경기도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속에서도 ‘나홀로’ 강세를 이어나가는 서울지역도 내년에는 3만4703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올해보다 28.3%나 증가한다.
사정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평창 올림픽 호재가 따른 강원도는 올해 5959가구 입주하는 데 그쳤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180% 가까이 증가한 1만652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전북은 1만3229가구로 올해보다 129%, 충북은 2만2762가구로 86% 각각 늘어난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경남과 충남 역시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각각 3만9815가구, 2만4363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부산의 내년 입주물량은 2만3193가구로 올해보다 16% 증가해 비교적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 2년 2만가구를 웃돌았던 대구시의 내년 입주물량은 1만2743가구로 줄어들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안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입주물량이 몰리는 곳은 전셋값의 급락으로 인해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매매 수요가 없는 일부 비인기지역의 경우 일시적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가를 앞지르는 ‘깡통주택’과 이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넘치는 입주 물량은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까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가구 수는 전월대비 2.36% 증가한 총 5만5707가구로 이 가운데 충남은 1만1309가구, 경남은 1만1257가구 등 각각 1만 가구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미 매매가와 전셋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민간 건설사들이 내년 41만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에 있어 미분양 증가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건설업계 내에서는 대출규제마저 대폭 강화돼 내년 한 해 잔금 확보를 위한 입주 관리가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집값이 상승하면서 실입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인데 업계는 대출이 막히거나 내년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경우 준공 시점에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을 파는 수요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정부의 규제와 입주·공급물량의 증가로 주택가격이 올해만큼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무주택자와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나오는 급전세나 급매물을 노려볼만 하고, 건설사들은 미입주·미분양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